이치로는 마음만 먹으면 30홈런을 칠 수 있다?

“이치로는 마음만 먹으면 30홈런이 가능하다”라는 이야기가 한 때 있었다. 즉, 그는 높은 타율과 많은 안타를 위해 홈런을 ‘안’칠뿐이지, 결코 ‘못’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과연 그가 타율과 안타수를 조금 더 희생했더라면 30홈런을 이룰수 있었을까? 사실 이치로는 1995년에 NPB에서 .342의 타율과 25개의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진출 후에 그가 타격 스타일을 좀 더 단타에 최적화 시키면서, 홈런수가 급감하게 되었고 2005년의 15개가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한시즌 최대 홈런 숫자가 되어버렸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이치로의 파워는 어느정도였을까? 그의 홈런 및 ISO 스탯을 확인해보자. ISO는 아래와 같이 계산된다.

ISO (Isolated Power) = SLG – BA

ISO는 SLG(장타율)에서 단순히 BA(타율)을 빼면 된다. ISO는, 타자가 2루타 이상의 장타를 얼마나 잘 치는가를 수치화함으로써, 타자의 순수한 장타력만을 측정하는데 유용한 스탯이다.

iso

그의 통산 ISO는 0.1에 못미친다. 심지어, 전성기 10년간의 ISO 평균값도 0.99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 평균 선수들은 0.145 정도이며, 이치로와 같이 0.1 이하의 ISO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10명 정도밖에 없는, 매우 낮은 수치이다. 일단 ISO 값만으로 볼 때 이치로의 30홈런은 어림도 없어 보인다. 이번에는 그의 타구 유형과 홈런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type_rate

그의 홈런과 타구 유형의 분포는 서로 상관계수가 0.36~0.50 에 이를 정도로 매우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홈런이 많은 시즌에는 내야안타 및 그라운드볼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플라이볼과 라인드라이브의 비율은 높다. 그렇다면, 이치로가 컨택 위주의 타격보다 파워 스윙의 빈도를 높임으로써, 그라운드볼의 비중을 줄이고 플라이볼의 비중을 높인다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되면 BABIP는 떨어지더라도 홈런의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그럼, 그는 어느정도의 BABIP를 희생해야 30홈런의 고지를 달성할 수 있을까?

그의 홈런 수와 FB%의 상관계수는 0.36이며, 평균적인 HR/FB(~0.06)을 가정하면 30홈런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려 80%의 FB%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그의 24%에 불과한 플라이볼 비율이 80%까지 상회해야 30홈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의 타율은 어느정도까지 내려갈까?

FB%가 80%가 되면, GB%와 LD%는 기존의 26% 수준으로 감소해야 되며, 각각 14%와 5%로 떨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xBABIP를 계산하면 0.206이라는 값이 나온다. 기존 BABIP가 0.356이었으니 BABIP가 1할5푼 정도 떨어지는 셈인데, 이를 타율로 환산하면 0.197이다. 결국, 이치로가 30홈런을 위해서 타격한다면, 2할의 타율도 보장하지 못하는 타자가 된다. 우익수로서 2할 미만의 타율이 유지될 경우, 플래툰 선수로 전락하게 되어 30홈런은 불가능 할 것이다. 이정도면 굳이 시애틀 세이프코 필드의 낮은 홈런 파크팩터를 고려하여 계산하지 않아도, 30홈런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이치로가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해인 2005년은 HR/FB가 무려 0.101에 달한다. 보통 그의 플라이볼은 6% 정도만이 홈런이 되는데, 그 해에는 10%나 홈런이 되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치로의 2005년 높은 HR/FB에는 별다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그냥 유독 2005년에 운이 좋아서 HR/FB이 높았고, 그로 인해 많은 (15개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치로는 마음만 먹으면 30홈런이 가능하다”라는 생각은 적어도 메이저리그에서는 틀린 것 같다. 오히려 2005년의 15홈런도 비교적 운이 좋아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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