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최고 시즌은? 1999년? 200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투수의 가장 임팩트 있었던 시즌으로 ’00 페드로를 떠올린다. 페드로는 그 해에 18승/6패 1.74 ERA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2000년은 역대 가장 많은 홈런(5692)과 득점(24969)이 발생했던 시즌이었으며, 이를 고려한 그의 조정방어율(ERA+) 역시 291로 역대 1위에 해당한다. 한편, 굳이 이에 비견할 만한 투수의 또 다른 시즌을 떠올리자면, 그것은 아마도 ’99 페드로일 것이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그 해 23승/4패 2.07 ERA의 성적과 함께 무려 1.39의 FIP를 기록했다. 그러면 이 두 시즌 중에서, 페드로의 최고 시즌은 언제라고 할 수 있을까?

1. Pitching

[’99 페드로] 213.1이닝, 313삼진/36볼넷, 09HBP, 6와일드피치, 09피홈런, 160피안타, .323BABIP, 1.39FIP
[’00 페드로] 217.0이닝, 284삼진/32볼넷, 14HBP, 1와일드피치, 17피홈런, 128피안타, .236BABIP, 2.17FIP

두 시즌에서 그가 소화한 이닝은 거의 같다. 그런데 ’00년은 ’99년에 비해 삼진과 볼넷이 소폭 감소했다. K/BB로 보면 ’00년(8.88)이 ’99년(8.69)보다 더 좋지만, K-BB%로 보면 ’99년(33.1%) ’00년(30.8%)보다 더 좋다. K-BB%가 K/BB보다 투수의 능력을 설명하기에 더 훌륭한 지표이므로 삼진/볼넷 만으로는 일단 ’99 페드로의 우위라 할 수 있다.

’00년에 몸에 맞는 공(HBP)을 더 많이 허용했지만,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대부분 고의적인 것이다. 따라서 HBP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편, ’99년에는 6개의 와일드 피치를 허용했는데, 이는 FIP 계산에 반영되지 않지만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책임이 큰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 ’99 페드로는 단 9개의 피홈런만을 허용했는데, 이는 9이닝당 피홈런(HR/9)이 겨우 0.38인 것으로 역대급의 적은 피홈런 페이스였다.

BABIP 부분을 배제하고 두 시즌의 성적을 다시 비교해보자. 이를 위해 기존의 FIP을 아래와 같이 약간 개조한다.

  • FIP-Pedro = { 13 x HR + 3 x ( BB – IBB + WP/2 ) – 2 x K } / IP + cFIP

페드로의 경우 HBP는 전부 고의성이라고 판단해서 수식에서 제거했으며, 반편 와일드 피치(WP)는 볼넷의 절반 정도(임의로)의 패널티를 부과했다. 이렇게 값을 비교한 결과 ’99 페드로는 1.30, ’00 페드로는 1.98의 값을 갖게 됐다. 기존의 FIP로 비교한 두 시즌의 차이(0.78)보다는 다소 줄었지만(0.68) 여전히 ’99 페드로가 크게 앞선다.

2. Fielding

[’99 페드로] 13풋아웃/15어시스트, 1에러, 0더블플레이, RF/9: 1.18, 21도루/10실패
[’00 페드로] 14풋아웃/28어시스트, 0에러, 2더블플레이, RF/9: 1.74, 10도루/03실패

’99 페드로보다 ’00 페드로가 더 좋은 수비 스탯을 기록했다. Range Factor(RF/G)가 0.56이나 더 높다. 이는 ’00 페드로 낮은 BABIP 일부에 페드로 본인의 수비 기여도가 어느정도 포함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매우 극단적으로, 그가 ’99/’00년에 기록했던 풋아웃/어시스트 대신에 모두 내야안타를 허용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99 페드로와 ’00 페드로의 피안타 수는 각각 188개와 170개로 증가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 계산한 그의 BABIP은 각각 .383과 .325이다. 차이가 87포인트에서 58포인트로 많이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페드로의 수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차이다.

한편, ’99 페드로는 21개의 도루를 허용하고, 10번을 저지했다. 반면 ’00 페드로는 10번 허용하고 3번을 아웃시켰다. 오히려 기대 득점 측면에서 보면 ’00년에 손해를 본 셈이다. 물론 도루하는 주자를 아웃시키는 것이 투수만의 책임이라 볼 수는 없으나, 투수 딜리버리 시간도 도루 성공률에 영향을 준다(약 40%). 어쨌든 ’00 페드로의 낮은 BABIP은 그의 수비만으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도루 억제에 있어서도 오히려 못했으니 ’00년에 운이 더 좋았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3. ERA & FIP

’99년의 FIP(1.39)와 ’00년의 ERA(1.74)는 모두 경이롭다. 그렇다면 둘 중 더 훌륭한 값은 어떤걸까? 이를 위해 FIP/ERA의 조정 스탯 FIP-/ERA-로 비교해보자. 스탯은 다음과 같이 구해진다.

  • FIP- = ( FIP / 리그 FIP ) / PF x 100
  • ERA- = ( ERA / 리그 ERA ) / PF x 100

정의에 의해, 중립적인 파크 팩터를 갖는 구장에서 리그 평균적인 성적을 보였을 경우 100의 FIP-/ERA-를 갖는다. 예를 들어, 88의 FIP-은 리그 평균 FIP보다 값이 12% 더 낮다는(좋다는) 것을, 반대로 112 FIP-는 12% 더 높다는(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탯 값으로부터 직접 리그 평균 대비 “얼마나” 더 훌륭한지 알 수 있기 때문에, ERA 또는 ERA+보다 더 유용하다. 그럼 ’99 페드로와 ’00 페드로의 FIP-/ERA-를 확인해보자. (사실 ’99년과 ’00년은 동일한 구장에서, 거의 동일한 (매우 높은) 득점 환경에서 치러진 시즌이므로 딱히 조정 스탯으로 비교할 필요성은 적다.)

[’99 페드로] ERA-: 42, FIP-: 30
[’00 페드로] ERA-: 35, FIP-: 46

’99 페드로는 30의 FIP-를, ’00 페드로는 35의 ERA-를 기록했다. ’00 페드로의 역대 1위 조정방어율보다 5% 포인트 더 훌륭한 값이 바로 ’99 페드로의 FIP-인 것이다. 게다가, FIP는 BABIP을 중립화하기 때문에 ERA보다 평균으로부터 벗어나기가 더 어렵다. 2013년 규정이닝 투수를 기준으로, ERA의 표준 편차는 0.72인 반면 FIP는 0.59이다. 따라서 똑같이 훌륭한 수준의 FIP-/ERA-라면 FIP-의 z-value 값이 더 크다.

ERA는 BABIP의 대부분을 투수 책임으로 간주하고, 반면 FIP는 투수 통제 불가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실제 투수의 능력은 이 둘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를 단순화하여 ERA와 FIP를 “적당히 섞어서” 하나의 스탯으로 아래와 같이 생각해보자.

  • kFIP = k x FIP + ( 1 – k ) x ERA

이 스탯은 마치 OPS처럼 서로 다른 별개의 스탯을 짬뽕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투수의 퍼포먼스나 능력을 설명하기에는 상황에 따라 (두 극단의 가정을 하고있는 두 스탯보다) 더 유용할 수 있다. 개인의 선호에 따라 k값을 조정할 수 있는데, k=0.5이면 ERA와 FIP를 정확히 절반씩 비중을 갖는 평균값이 얻어진다.

’99 페드로와 ’00 페드로의 kFIP 결과가 같아지는 k값은 약 0.3이다. 즉, 70%의 ERA와 30%의 FIP를 합한 것이 실제 투수의 퍼포먼스와 가깝다고 해야, 두 시즌은 동등한 수준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k=0.3은 현대 세이버메트릭스 관점에서 보기에 너무 보수적이며, 실제로는 아마 0.6~0.7 정도라 추측된다(참고 블로그). 결국, 이를 고려하면 ’99 페드로의 퍼포먼스가 더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4. Conclusion

’99 페드로와 ’00 페드로 모두 역대 1, 2위를 다툴만큼 훌륭한 시즌이다. ’99 페드로는 삼진을 훨씬 더 많이 잡았고, 피홈런 숫자가 놀랄만큼 더 적었다. 반면 ’00 페드로는 더 좋은 수비를 많이 보여줬고, 와일드 피치를 더 적게 허용했다. 그러나 이를 고려해도 ’99 페드로의 BABIP은 (현재의 지식으로 해석하기엔) 높았고, 반면 ’00 페드로는 많이 낮았다. 두 시즌 간 팀 수비 능력에 큰 변화가 없었음을 감안하면, ’00 페드로가 ’99 페드로보다 운이 훨씬 더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나는 개인적으로 ’99 페드로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100대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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