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가 양키스에서 데뷔했다면?

이치로가 처음부터 양키스에서 데뷔했다면 어땠을까? 투수 친화적인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보다 타자에게 좀 더 유리한 양키스타디움에서 뛰었다면, 좀 더 좋은 기록을 남기지 않았을까? 이를 대략적으로 예측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Park Factors(PF)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PF란, 선수의 실력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 구장의 효과를 보정하기 위한 상수값이다.

PF값은 100을 기준으로 하여 그보다 더 높으면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 더 낮으면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양키스타디움의 2013년 PF는 103인데, 이는 중립적인 구장(100)보다 타자에게 3% 더 유리한 구장임을 뜻한다. 신뢰성 있는 PF값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외부 노이즈에 의한 효과가 제거되어야 하므로, 충분한 샘플 데이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PF는 최소 3~5년의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팬그래프닷컴에서 매년 PF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서 계산해보자.

양키스타디움과 세이프코필드의 안타에 대한 2013년 PF는 다음과 같다.

pf

삼진, 볼넷 등에 대한 PF값도 추가적으로 계산에 반영할 수 있지만, 이 값들은 구장에 의한 차이가 거의 없어 굳이 여기서는 고려하지 않도록 하겠다. 위 PF 값을 보면, 양키스타디움은 2루타와 3루타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구장에 비해 각각 3%와 16% 불리한 특성을 갖는 반면, 홈런에 대해서는 10% 더 유리한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만약 이치로가 양키스에서 데뷔해 양키스타디움에서 많은 경기를 가졌다면, 2루타와 3루타는 소폭 감소했을 것이고, 홈런은 현재보다 더 많이 증가했을 것이다.

그럼, 이치로의 기록을 PF를 이용해서 양키스타디움 기록으로 전환해보자. 2005년에 이치로는 15개의 홈런을 기록했는데, 이는 그가 절반의 홈 경기는 세이프코필드에서(89), 나머지 절반의 원정 경기는 중립적인 구장(100)에서 뛰며 거둔 성적이다. 따라서 만약 이치로가 중립적인 구장에서만 뛰었을 때 A개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가정하면, A x (0.89+1.00) / 2 = 15 라는 방정식이 얻어지고, 이를 풀면 A = 15.87 이다. 또, 이 수치를 양키스타디움 기록으로 환산하면 15.87 x (1.10+1.00) / 2 = 18.5 가 된다.즉, 세이프코필드를 홈 구장으로 뛰며 15개의 홈런을 기록한 이치로는, 양키스타디움을 홈 구장으로 뛴다면 18.5개의 홈런 생산이 예측된다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모든 안타에 대해서 구해보면 다음과 같다.

hits

이치로는 2011년 시즌 중부터 실제로 양키스타디움에서 뛰었으므로 2010년까지의 기록만 계산했다. 위 표에서 ‘Sum’은 PF 보정에 의한 예측 안타 수를 의미하고, ‘H’는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실제 안타 수를 의미한다. 둘을 비교하면 10년동안 거의 차이가 없다. 이는 이치로의 안타가 대부분 단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구장에 의한 차이는 단타에 대해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주로 홈런에 대해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치로와 같이 단타가 많고 홈런수가 적은 타자에게는 PF에 의한 큰 성적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타율도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치로는 양키스에서 데뷔했어도 현재의 커리어와 비슷한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심지어, 2004년에 그가 기록한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최다안타 수도 262개로 동일하게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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