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고든을 1루에 둔 야시엘 푸이그

디 고든이나 빌리 해밀턴처럼 빠른 타자가 1루에 나가게 되면, 투수는 주자를 견제하느라 타자와의 대결에 어려움을 겪는다. 마찬가지로, 타자 또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타격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둘을 모두 고려했을 때 타자와 투수 중 어느 쪽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까?

얼마전 MGL은 본인의 블로그에 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방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도루 가능성이 매우 높거나/낮은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타자의 타석 전후 기대 득점(Run Expectancy,RE) 변화량(△RE)을 서로 비교한다. 2) 순수하게 주자가 만들어낸 RE 변화(△RE) – 도루, 도루 실패, 와일드 피치 등 – 를 비교한다. 3) 앞에서 계산한 두 값을 바탕으로 순수하게 타자의 생산력을 계산한다.

MGL은 샘플 데이터의 편향을 막기 위해, 6이닝 이하 1~7번 타자의 상황만을 고려하였으며, 샘플이 많은 타자에 대해서 그만큼의 가중치를 부여하였다. 또, 아웃카운트 상황별로 분류하여 분석하였다.

예를 들어, 노아웃 주자가 1루에만 있을 때를 살펴보자. 도루 위협이 매우 높은(주자의 도루 시도율이 20% 이상)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때(도루 시도율이 2% 미만)보다 타석 전/후의 평균 RE 변화값이 타석당 .032점 더 높게 나타난다. 이것은 더 빠른 주자가 1루에 있기 때문에, 기대 득점이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한편, 여기서 주자의 스피드에 의한 효과만을 제거해보자. 1루 주자에 의한 도루, 도루 실패, 와일드 피치, 추가 진루 등으로 인한 RE 변화만을 비교하면, 빠른 주자가 있을 때 .034점 더 높은 RE 변화값을 갖는다. 결국, 도루 위협이 높은 상황에 대한 .032점 이득 중에서 .034는 주자 자체에 의한 것으로, 반대로 타자는 .002점 손해를 본 셈이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1, 2아웃 상황에서도 이를 계산할 수 있으며, 이 결과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Outs Net Runner Batter
0 +0.032 +0.034 -0.002
1 -0.002 +0.019 -0.021
2 +0.050 +0.023 +0.027

위의 결과에서 양수(+)는 공격팀에게, 음수(-)는 수비팀에게 유리한 것을 의미하며, 타석당 득점 단위이다. 타자 입장에서 보면, 노아웃 상황에서는 영향이 거의 없다. 그러나 1아웃일 때는 타석 당 .021점 손해를 보게 되는데, wOBA 단위로 환산하면 약 24포인트에 해당한다. 즉, 도루 위협이 없을 때 .400(wOBA)을 치는 타자가 도루 위협이 높은 상황에서는 평균적으로 .376(wOBA)를 치는 것이다. 한편, 2아웃 상황에서는 반대로 타자가 0.027점 더 생산력이 높아진다.(wOBA 단위로 환산하면 31포인트에 해당한다.)

위 MGL의 분석 결과는 상당히 흥미롭다. 물론, 상황별로 최근 20년간의 2천~5천 쌍의 데이터를 활용하였으므로, 샘플 숫자가 그리 많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정말 유의미한 결과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발 빠른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1아웃/2아웃 각 상황에서 타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실제로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서로 정반대 효과로 나타날지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것 같다. 아마도 타자가 병살타를 회피하려는 경향성 등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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