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발 투수의 WAR 계산 방법을 알고 있다. 투수의 9이닝당 실점 허용을 기준으로 기대 승률을 계산하여,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얻어내는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구원 투수의 경우에도 동일한 방법을 적용하면 될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1) 대체 수준 투수의 기대 승률이 다르며, 2) 등판 상황에서의 중요도 또한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체 수준 선수의 구원 투수로서의 승률은 .470로 알려져 있다. 선발 투수의 .380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이는 구원 투수의 수준이 더 높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동일한 수준의 투수라면 구원 투수 역할일 때 승률이 더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만일 .500 승률의 선발 투수가 있다면 그는 구원 투수로 전향했을 경우 승률이 일반적으로 더 증가할 것이다.

한편, 구원 투수는 등판 시 승리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크다. 선발 투수의 평균 레버리지 인덱스(pLI)는 약 1.0이다. 즉, 매번 평균적 중요도의 상황에서 투구를 한다. 그러나, 구원 투수들은 일반적으로 승패와 더 밀접한 상황에 등판하므로 LI(Leaverage Index)가 높다. 2014년 기준으로 구원 투수가 등판하는 동안 LI의 평균값(pLI)은 1.08이며, 등판 시점(gmLI)에는 1.18이다. 결국 선발 투수와 구원 투수의 1실점은 다른 가치를 지니며, 이를 WAR 계산에 적절히 반영해줘야 구원 투수의 실제 승리 기여도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구원 투수의 승리 기여도를 계산할 때는 해당 투수의 LI 만큼 가중치를 둬서 계산한다. LI는 곧 승리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 수준의 선수가 바로 중요도가 높은 순간에 투입되는 구원 투수로 대체되지는 않는다. 여러 구원 투수가 역할을 조금씩 조정하게 되며(Chaining model), 이로 인해 실제 구원 투수의 유효 LI는 해당 투수 LI와 1.0 사이 어딘가에 놓이게 된다. 이 리버리지 감소 효과는 각 팀 투수 운영 상황에 따라 다르며, 일반적으로 LI의 절반 정도를 1.0으로 회귀시킨 값과 유사하다. 따라서 WAR 계산 시 구원 투수의 유효 리버리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여 사용한다.

• eff_LI = ( LI + 1 ) / 2

이는 구원 투수의 유효 LI 값이며, 등판 시 상황의 중요도를 감안해 승리 기여도 계산에서 이를 보상해주는 것이다. 등판 시점의 중요도는 실제 투수가 제어할 수 없는 것이므로 선수 WAR 계산에 반영하는 것이 맞냐라는 논란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높은 리버리지 상황에 등판하는 구원 투수는 실제로 그럴만한 자격이 있으므로 감독이 등판시키는 것이며, 실제 승리 기여도 측면에서도 반영해주는게 맞을 것이다.

한편, 경기 마지막에 등판하는 마무리 투수의 경우는 위의 현상이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대체 수준 선수의 기대 승률은 무려 .570이며, 평균 LI는 약 1.8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일반적인 구원 투수와 마무리 투수를 서로 다른 기준을 바탕으로 WAR 계산을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제 예를 들어 아롤디스 채프먼의 WAR를 계산해보자. 그는 올 시즌 2.0의 실점 허용을 기록했는데, 이를 파크 팩터로 보정하면 약 1.98이다. 이는 아메리칸 리그 평균 대비 9이닝당 4.15-1.98=2.17 점을 더 세이브 하는 수준이다. waaWL%로 승률을 계산하면 .750이고, 대체 수준 대비 .750-.470=.280라는 값이 얻어진다. 그는 올 시즌 총 54이닝을 소화했으므로 .280/9×54=1.68의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갖는다. 한편, 이 값을 그의 gmLI(1.74)를 고려해 다시 조정하면 1.68x(1.74+1)/2=2.3 WAR가 얻어진다.

지금까지 구원 투수의 WAR 계산 방법을 살펴봤다. 구원 투수는 본인의 gmLI에 의해서 승리 기여도가 증폭되므로, 리버리지 효과를 배제하고 선수의 기여도를 평가하고자 할 경우엔 WAR를 eff_LI로 나눠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는 아예 선수의 순수한 실제 기여도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WPA를 확인할 수도 있다. 아래는 올 시즌 구원 투수들의 WAR/eff_LI 및 WPA 상위 랭커이다. (30이닝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