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의 수비 능력은 역대급이다?

앞서 Black Ink라는 지표를 통해 이치로의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을 확인해봤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그의 타격 성적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사실 그는 타격 능력 이상의 빼어난 수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전에 Range Factor를 통해 그의 수비 범위가 메이저리그 최상급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그는 외야수 부문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함으로써 역대급의 우익수라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정말 그의 수비 실력은 어느정도일까? 이를 위해 그의 UZR을 확인해보도록 하자.

UZR (Ultimate Zone Rating)이란 동일 포지션의 평균적인 수비수에 비해서 얼마나 더 많이 득점을 세이브했는지 (즉, 실점을 덜 했는지) 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UZR이 0보다 크면 평균보다 실점을 덜 한 것이고, 0보다 작으면 실점을 더 한 것이다. 예를 들어, UZR이 10인 유격수는 평균적인 유격수에 비해서 수비에서 10점을 더 세이브했다라고 볼 수 있다. 그럼 UZR은 어떤 방식으로 측정될까? 그것은 공격에서 wRAA를 구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타석마다 공격 이벤트에 대해서 그것에 가중치를 매겨 점수를 합산하는 wRAA 방식처럼, UZR은 포지션 별로 할당된 지역에서, 행해지는 수비 이벤트들에 대해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통계적으로 중견수가 A라는 위치에서 공을 잡아 아웃 시킬 확률이 90%이고, 그것을 아웃시켰을 때 0.2점이 세이브된다고 하자. 만약 어떤 중견수가 정상적으로 공을 잡아 아웃 처리했다면, 그는 평균적인 중견수 대비 0.2 – 0.2 x (0.9) = +0.02 점을 세이브한 셈이 된다. 따라서 그의 UZR은 0.02 상승한다. 반면, 그가 에러로 공을 놓쳤다면 평균적인 중견수보다 0.2 x 0.9 점을 실점한 셈이 되므로, -0.18의 UZR 값을 갖는다.

UZR은 세부적으로 수비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단순히 타구의 위치에 따라서만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타구의 속도, 타자의 스피드와 파워, 구장에 따른 차이 등 기타 여러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다. 즉, 수비의 중요성 뿐 아니라 난이도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다. 현재 UZR은 가장 널리 쓰이는 수비 지표이고, 선수의 종합적인 가치를 측정하는 WAR라는 스탯을 계산할 때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UZR은 포지션 별로 평균 선수를 0으로 설정하므로, 서로 다른 포지션의 선수끼리 비교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럼 이치로의 UZR은 어느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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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의 UZR은 2011년을 제외하고 모두 +값을 갖는다. 즉, 너무나 당연히, 평균적인 우익수 (또는 중견수) 이상의 수비 능력을 보여줬다. 보통 UZR이 5 이상이면 훌륭한 수준이며, 10 이상이면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다. 그의 연평균 10.8의 UZR값은 매우 높은 것으로,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를 13년간 유지한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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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의 UZR 누적값 Top 10을 보여주고 있다. 벨트레, 크로포드, 앤드류 존스, 스캇 롤렌, 체이스 어틀리 등 본인의 포지션에서 최고의 수비수로 꼽히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이며, 우익수로는 유일하게 이치로가 랭크되어 있다. 포지션간 비교는 크게 의미가 없어, 저 선수들간의 순위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이치로의 우익수서의 117 UZR은 매우 압도적이어서, 2위 59.5 UZR의 알렉스 리오스를 크게 앞선다. 즉, 2002년 이후 이치로에 견줄만한 우익수는 전혀 없으며, 외야수 전체로 봤을 때 칼 크로포드, 앤드류 존스 등만이 비견될 수 있다. 물론 굳이 그들간에 순위를 따지자면 중견수인 앤드류 존스가 1위, 좌익수인 크로포드가 3위가 될 것이다.

그럼 다시 돌아와서 이치로의 수비는 역대급인가? 안타깝게도 UZR 데이터는 2002년 이후만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그 이전의 전설적인 선수들과 UZR값을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2000년대 UZR 전포지션 통틀어 4위인 점, 우익수 중 2위의 2배 차이나는 압도적인 UZR 1위인 점, ‘앤드류 존스’와 동일한 수준의 UZR을 갖는 점, 역대 외야수 골드글러브 순위 3위인 점 (로베르토 클레멘테, 윌리 메이스: 12회) 을 고려하면, 그를 역대 최고의 우익수 중 한 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서로 다른 포지션의 수비 능력을 비교하는 것에 있어서는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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