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볼배합 능력을 측정할 수 있을까?

흔히 투수의 볼배합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과연 그것은 사실일까? 그리고 사실이라면 우리는 투수의 그 능력을 측정할 수 있을까? 볼배합이 뛰어난 투수는 타자로 하여금 본인의 구질을 예측할 수 없도록 할 것이다. 그렇다면 볼배합이 뛰어나다는 것은 결국 다양한 구질의 공을 얼마나 ‘랜덤하게’ 구사하느냐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위와 같은 가정 하에 투수의 볼배합의 능력을 측정해보려는 시도가 얼마전 Max Weinstein에 의해 더하드볼타임즈에 소개됐다. 분석의 단순함을 위해 볼배합을 직구냐(1) 변화구냐(-1)만으로 구분하였으며, 직구가 발생하는 이벤트의 랜덤성을 평가하였다.

랜덤성을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Weinstein은 다른 측정 방법과의 상관계수 등을 비교하여 누적 합계 검사(Cumulative Sum Test, CSUM)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지표로 활용하였다. 투수의 CSUM 계산 방식은 다음과 같다. 투수의 직구를 1, 변화구를 -1이라고 할 때, 투수가 던진 공을 순서대로 x(1), x(2), …, x(n)이라고 하면,

  • S(0) = 0
  • S(1) = S0 + x1
  • S(2) = S1 + x2
  • S(n) = S(n-1) + x(n)
  • CSUM = max{S} / (n^0.5)

즉, 투수가 던진 공을 순서대로 누적해서 더했을 때, 직구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면 CSUM은 양의 값으로, 변화구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면 CSUM은 음의 값으로 치우치게 된다. 이 때 최대로 치우쳤던 누적의 값을 전체 개수(n)의 제곱근으로 나누면 투수의 CSUM이 얻어진다. 따라서, 이 CSUM이 높은 투수는 직구 또는 변화구를 순차적으로 한 쪽으로 많이 치우치게 던져 ‘덜 랜덤하게 볼배합을 구사한’ 투수가 된다. 예를 들어, 어떤 투수가 “직구, 직구, 직구, 변화구, 직구, 직구, 변화구, 직구” 이렇게 던졌을 때 CSUM을 계산해보자. 이를 다시 표현하면 x={1,1,1,-1,1,1,-1,1}가 되며, S의 최대값은 S(6)=4이다. 따라서 CSUM=S(6)/(8^0.5)=1.42가 되는 것이다.

Max는 투수들의 CSUM 값을 비교/분석한 결과, 연도별 상관계수가 무려 .64로 나타났으며, 이는 팀을 옮긴 투수이건, 옮기지 않은 투수이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이것을 일종의 투수 스킬로 간주해도 옳다고 봤다. 그렇다면 2014년 가장 뛰어난(낮은 CSUM) 또는 뛰어나지 않은(높은 CSUM) 볼배합을 기록한 투수들은 누구일까?

Rank Player CSUM FIP-IP
1 Troy Patton 0.39 4.20
2 Ryan Dennick 0.40 9.99
3 Tyler Clippard 0.42 2.75
4 Drew Rucinski 0.51 2.18
5 Chris Heston 0.61 3.32
5 Shelby Miller 16.56 4.54
4 Charlie Morton 16.63 3.72
3 R.A. Dickey 19.71 4.32
2 Clayton Kershaw 19.89 1.81
1 Phil Hughes 21.58 2.65

트로이 패튼 선수가 가장 낮은 CSUM을 기록했다. 겨우 0.39에 불과해 사실상 직구인지 변화구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투수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필 휴즈는 무려 21.58의 CSUM을 기록해 구질을 예상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투수의 CSUM으로 볼배합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그렇지 않다.

우선, CSUM은 원래 발생 확률이 50%인 이벤트에 대해 검정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따라서 직구 비율이 매우 높거나(>50%), 매우 낮은(<50%) 투수들은 투구수 증가에 따라서 CSUM 값이 필연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필 휴즈나 클레이튼 커쇼의 CSUM가 매우 높은 것이 이 때문이다. Max는 CSUM이 투수의 직구 비율과 큰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다른 요인(투구수)들과 함께 비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구질을 단순히 랜덤하게 던지는 것이 꼭 훌륭한 볼배합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특정 카운트의 상황에서는 직구 또는 변화구가 좀 더 투수에게 유리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이 정보를 활용하여 던지는게 좀 더 좋은 볼배합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의 CSUM 스탯은 아직 매우 미흡하다. 그러나 투수의 볼배합을 측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굉장히 참신하면서도 발전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많은 기대를 갖고 좀 더 흥미롭게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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