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 vs 데릭 지터, 누가 더 나은 수비수일까?

이치로와 데릭 지터 중 누가 더 나은 ‘수비수’일까? 이치로는 외야수 부문 골드 글러브 10회 수상자이며, 데릭 지터는 유격수 부문 5회 수상자이다. 수비수로서 유격수 포지션이 우익수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긴 하지만, 데릭 지터의 수비 지표가 이치로만큼 그리 훌륭한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더 수비수로서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우선, 두 선수의 UZR을 비교해보자.

uzr

놀랍게도 데릭 지터의 UZR은 2009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이다. 즉, 수비에서 메이저리그 평균적인 유격수보다 더 많은 실점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치로의 연평균 UZR은 10.8이며, 데릭 지터는 -5.6이다.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데릭 지터의 골드 글러브 수상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2013년부터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골드 글러브 심사에 일부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를 포함시키기로 하였다.

아무튼 이치로와 데릭 지터는 UZR에서 서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UZR은 동일 포지션의 평균적인 수비수를 기준으로 수비 능력을 보여줄 뿐이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포지션의 수비수를 비교해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은 ‘포지션 조정값’을 활용하면 된다.

포지션 조정값(Positional adjustment)이란, 포지션마다 서로 다른 수비 난이도(가치)를 보정해주기 위한 상수이다. 포지션별 조정값은 다음과 같다.

  •  포수: +12.5
  •  유격수: +7.5
  •  2루수: +2.5
  •  3루수: +2.5
  •  중견수: +2.5
  •  좌익수: -7.5
  •  우익수: -7.5
  •  1루수: -12.5
  •  지명타자: -17.5

포지션마다의 공격력은, 포지션에서 요구하는 수비의 부담 정도와 무관하지 않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통계적으로 근사치를 얻어낸 것이다. 또한, 같은 선수가 수비 포지션을 변경했던 경우를 모두 추적하여, 그 전후의 수비 지표를 참고해 포지션 간 난이도 차이를 추가 반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수치는 절대적인 값이 아닌 참고치이다. 수비수로서 2루수와 3루수의 가치가 절대적으로 같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개인적 선호에 따라서 특정 포지션에 점수를 더 높이거나 낮추어 평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참고로, 위 포지션 조정값은 600타석을 기준으로 한 값이다. 즉, 타석에 비례하여 저 값은 더 늘어날수도 있고 줄어들수도 있다.

이제 이치로와 데릭 지터의 UZR 지표에, ‘포지션 조정값’까지 반영하여 비교해보자. 이치로는 우익수이므로, 평균적인 포지션에 비하여 -7.5의 보정값을 더한다. 반면 데릭 지터는 유격수 프리미엄으로 +7.5의 보정값을 더한다. 즉, 한 시즌 기준으로 평균적인 유격수는 평균적인 우익수에 비하여 총 15점의 가치가 더 있다는 것이다. 분명 둘의 연평균 UZR은 이치로가 16.4 더 높았다. 그러나 ‘포지션 조정값’에 의해서 15점이 상쇄되어, 이치로가 겨우 1.4점 더 높은 수준이 된다. 물론 이치로의 더 많은 경기수 등을 고려하면, 차이는 조금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1년에 1~2점 정도 차이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이치로 vs 데릭 지터, 누가 더 나은 수비수인가? 리그 최상급 우익수 이치로와 평균 이하의 유격수 데릭 지터, 그들은 수비수로서 거의 같은 가치를 갖는다고 봐야겠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