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생산력을 측정하는 지표, HR+

홈런은 상황에 관계없이 무조건 득점으로 연결되므로, 단타, 2루타, 볼넷 등에 비해서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우리는 홈런 타자에 열광한다. 일반적으로, 한 시즌에 20개 이상 홈런이 가능한 타자는 준수한 파워를 가진 것으로 간주되며, 30개 이상은 뛰어난 슬러거, 40개 이상은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홈런 타자로 평가받는다. 물론, 2000년대 초반에는 50개 이상의 홈런 타자들도 즐비했다.

2013년 크리스 데이비스는 무려 53개의 홈런을 기록했는데, 이는 2위인 카브레라보다 9개나 더 많은 것이다. 그런데 사실 50여개의 홈런이 2000년대 초반에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때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히 홈런 개수만으로는 리그 내에서 얼마나 뛰어난 홈런 타자인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또, 카브레라는 부상으로 인해 148경기 출장에 그친 반면에, 데이비스는 160경기를 소화했다. 둘은 홈런을 칠 수 있는 기회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홈런의 숫자 뿐만 아니라, 리그 수준 차이와 타석 수까지 반영한다면 우리는 타자의 홈런 생산력을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Dave Cameron은 팬그래프닷컴에서 HR+라는 스탯을 소개했다. 이 스탯은, 리그 평균 대비 타자의 타석당 홈런 수를 측정한 후에, 리그 평균이 100이 되도록 조정한 스탯이다. 저마다 다른 타석 기회와 당시의 리그 수준을 반영하고 있어, 타자의 홈런 생산력을 측정하기에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이 스탯은 다음 두 가지가 보완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첫째, 타석이 아닌 타수를 반영한다. 왜냐하면 타석보다는 타수가 홈런에 대한 기회를 더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홈런을 잘 치는 타자들에 대해서 투수는 정면승부를 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타자는 볼넷이 증가하며 타석 대비 타수는 감소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2004년의 배리 본즈는 120개의 고의사구를 포함하여 무려 232개의 볼넷을 얻었는데, 이것은 분명 타자로 하여금 홈런 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둘째, 홈 구장의 파크 팩터를 반영한다. 홈런은 1루타, 2루타, 3루타 등에 비해서 구장에 의한 영향을 매우 크게 받는다. 따라서 순수하게 홈런 능력만을 평가하고자 한다면, 그 타자가 얼마나 홈런에 유리한 구장에서 뛰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위 두 가지를 고려해서 HR+의 공식을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HR+ = 100 x ( HR / AB ) / ( 리그 평균 ) , PF 보정

그럼 이 스탯을 활용하여 2013년 메이저리그 전체 HR 및 HR+ 순위를 비교해보자.

[HR 순위]
1. 크리스 데이비스: 53개
2. 미겔 카브레라: 44개
3. 폴 골드슈미트: 36개
3. 에드윈 엔카나시온: 36개
3. 페드로 알바레즈: 36개
6. 알폰소 소리아노: 34개
6. 마크 트럼보: 34개
6. 아담 던: 34개
9. 아담 존스: 33개
10. 에반 롱고리아: 32개

[HR+ 순위]
1. 크리스 데이비스: 293
2. 미겔 카브레라: 285
3. 브랜든 모스: 260
4. 페드로 알바레즈: 255
5. 에드윈 엔카시온: 226
6. 지안카를로 스탠튼: 226
7. 데이빗 오티즈: 212
8. 폴 골드슈미트: 206
9. 호세 바티스타: 206
10. 아담 던: 206

데이비스는 HR+이 무려 293을 기록해, 평균적인 타자 대비 약 3배의 홈런 생산력을 보여줬다. 카브레라도 285의 HR+을 기록하여, 1위 데이비스와는 겨우 8포인트 차이만을 보인다. 홈런 생산력에 있어서는 둘이 큰 차이가 없었다는 의미다. 한편 스탠튼은 홈런의 개수가 24개에 불과하지만, 116경기만을 뛰었고 플로리다를 홈 구장으로 뛰었기 때문에, HR+이 226이나 된다. 그 외에 다른 주요 선수들의 HR+을 살펴보면,

마크 트럼보: 205
알폰소 소리아노: 198
에반 롱고리아: 193
저스틴 업튼: 177
마이크 트라웃: 171
로빈슨 카노: 144
프린스 필더: 144
앤드류 맥커친: 142
조이 보토: 131
추신수: 117
조 마우어: 94
자코비 엘스버리: 57
스즈키 이치로: 43
앨비스 앤드류스: 21

일반적으로, 30개 이상의 홈런 타자는 200 이상의 HR+를 기록한다. 즉, 30개 정도의 홈런을 치는 타자는 평균적인 타자보다 두 배의 홈런 생산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개 이상의 홈런은 약 130의 HR+ 수준이며, 15개 정도의 홈런은 100의 HR+수준이다. 참고로, HR+ 스탯은 R-squared 값이 홈런 및 ISO와는 .90 그리고 장타율과는 .62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2000년 이후 단일 시즌 HR+ 순위는 어떨까? 배리 본즈와 푸홀스는 현재의 홈런 타자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뛰어난 홈런 생산력을 보여줬을까?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다.

1. 배리 본즈 (2001년): 524
2. 배리 본즈 (2002년): 419
3. 배리 본즈 (2004년): 416
4. 배리 본즈 (2003년): 415
5. 짐 토미 (2002년): 365
6. 배리 본즈 (2000년): 337
7. 새미 소사 (2001년): 331
8. 카를로스 페냐 (2007년): 330
9. 호세 바티스타 (2010년): 317
10. 데이빗 오티즈 (2006년): 309

10위 안에 배리 본즈가 무려 다섯 번 랭크되어 있다. 이것도 그나마 2000년 이후 그가 규정타석을 채운 게 다섯 번이기 때문이다. 본즈는 실제로 그가 홈런 개수로 보여줄 수 있는 것 이상의 홈런 생산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봐야겠다. 의외로 푸홀스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는데, 2006년에 309.3의 HR+(11위)를 기록한 것이 최고이다. 한편 2013년 크리스 데이비스의 293은 17위, 미겔 카브레라의 285는 20위를 기록했다. 그럼 역대 단일시즌 HR+ 1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결과는 예상했던 것처럼 그 분이다.

1. 베이브 루스 (1920년):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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