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단축 시즌엔 4할 타자가 등장할까?

얼마 전 ‘MLB 단축 시즌, 꿈의 4할 타자 나올까’라는 기사를 봤다. 만일 2020 시즌이 단축시즌으로 치뤄진다면 4할 타율의 타자가 나올수도 있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사실이다. 경기수가 적을수록, 타자의 타율 변동성은 더 크기 때문이다. 만약, 2020년에 팀당 82경기만을 소화한다면, 정말 4할 타자가 나타날수 있을까? 그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를 간단히 확인해보자.

우선, 최근 3시즌의 평균 타율을 선수의 실제 실력이라 가정하자. 예를 들어, 마이크 트라웃의 2017-2019년 타율은 .303이다. 따라서 .303이 그의 실제 타율이다. 그렇다면 트라웃이 162경기를 소화했을때 4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확률은 몇일까? 대략 한 경기당 3타수(AB)를 맞는다고 가정하자. 한 타수에 대해여 타자는 안타를 치거나 또는 아웃이 된다. 즉, 시즌 타율을 일종에 이항 분포로 가정할수 있다. 이항 분포는 연속된 n번의 독립 시행에서 각 시행 확률이 p일 때의 확률 분포를 의미한다. n이 충분히 크면, 타율은 평균이 p(실력)이고 분산이 p × (1-p)/n 인 정규분포로 가정할수 있다.

트라웃을 다시 살펴보자. p은 .303이고, 분산은 .303 × (1-.303)/486 = .000434549이다. 표준편차는 .02085이다. 따라서 .400 이상의 타율이 되려면, 평균값(.303)으로부터 표준편차의 4.653배만큼 벗어나야 한다. 이렇게 될 확률은 몇일까? 0.000%이다. 즉, 트라웃이 162경기 풀시즌을 뛰며 4할 타율을 기록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82경기로 가정하면 어떨까? p는 동일하게 .303이지만, 표준편차가 .02085에서 .02930으로 커진다. .400 이상 타율을 위해서는 평균값(.303)으로부터 표준편차의 3.311배만큼만 벗어나면 된다. 확률은 0.047%이다. 이전에 비하면 확연히 높아졌다. 그럼에도 사실상 트라웃이 4할 타율을 기록하기는 어렵다. 그럼 4할 타율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는 누구일까?

2017-2019년 1000타석 이상을 만족한 모든 타자를 대상으로, 위의 방법으로 확률을 계산했다. 이미 은퇴한 선수도 포함되어 있다.

RankNameAVG162G82G
1Jose Altuve0.3210.010%0.398%
2J.D. Martinez0.3130.002%0.163%
3Charlie Blackmon0.3120.001%0.145%
4Christian Yelich0.3110.001%0.128%
5Anthony Rendon0.310.001%0.114%
6Nolan Arenado0.3070.000%0.078%
7Justin Turner0.3070.000%0.078%
8Michael Brantley0.3070.000%0.078%
9DJ LeMahieu0.3060.000%0.069%
10Mike Trout0.3030.000%0.047%
11Freddie Freeman0.3030.000%0.047%
12Daniel Murphy0.3020.000%0.041%
13Mookie Betts0.2990.000%0.027%
14Whit Merrifield0.2980.000%0.023%
15Yuli Gurriel0.2960.000%0.018%
16Jose Martinez0.2960.000%0.018%
17Scooter Gennett0.2950.000%0.015%
18Jean Segura0.2940.000%0.013%
19Joe Mauer0.2940.000%0.013%
20Corey Dickerson0.2930.000%0.011%

호세 알투베의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는 162경기에서는 4할 확률이 0.01%에 불과했으나, 82경기에선 0.398%나 된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매우 낮다.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위 20명 중 적어도 한 명이 4할 타율을 기록할 확률은 몇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1에서 이들이 모두 4할에 실패할 확률을 빼면 된다. 모두 4할에 실패할 확률은 각 선수들의 4할 실패할 확률을 곱하면 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162경기에서는 0.017%, 82경기에서는 1.513%이다. 매년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이다. 놀라운 것은 82경기를 가정하더라도, 가능성이 높은 20명의 타자 중에서 4할 타자가 나올 확률이 겨우 1.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단축 시즌이라고 막연히 꿈의 4할 타자가 나오겠지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전성기의 이치로라면 어떨까? 이치로는 2001-2010년 10년동안 평균 타율이 .331이다. 3년을 평균으로 했을 때도 이보다 아주 높지도, 낮지도 않다. 따라서 실제 실력을 .331로 가정할수 있겠다. 이 경우 162경기 4할 확률은 0.061%, 82경기 4할 확률은 1.073%이다. 생각보다 매우 낮다. 어떻게보면 2004년의 .372 타율도 큰 행운이 따른 것이라 봐야겠다.

참고로, 실제로 안타를 칠 확률이 매 타수마다 완전히 독립적이진 않다. 따라서 확률이 완전히 정규분포도 아니고, 극단적인 값이 나올 확률이 이보다 조금 더 높을 것이다. 그리고, 타자의 타수는 위 가정보다 더 적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내용은 대략적인 참고치로만 이해하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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