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ZR은 선수의 수비 능력을 나타내는가?

선수의 수비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 중 하나가 UZR (Ultimate Zone Rating) 이다. UZR은 Michael Lichtman (a.k.a. MGL) 에 의해 고안된 스탯으로, 선수의 fWAR를 도출할 때 수비 기여도 계산에 활용된다. UZR 계산 방법을 다시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전체 그라운드를 78개의 지역(Section)으로 구분한다. (그 중 64개 지역만 계산에 반영한다.)
  • 각 지역에 대해서, 포지션별로 평균적인 아웃 처리 비율을 구한다.
  • 플레이어가 기록한 아웃 처리 비율에서 리그 평균의 아웃 처리 비율을 뺀다.
  •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이벤트 수 및 그 지역의 득점 가중치(Run value)를 곱한다.
  • 선수 포지션에 할당된 모든 지역에 대해서 이 값을 더한다.

이렇게 하면 조정되지 않은 선수의 Raw-UZR 값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는 여러가지 상황을 바탕으로 추가 조정이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파크 팩터, 타구의 속도, 좌타자/우타자 여부, 투수의 그라운드볼/플라이볼 경향, 주자 상황, 아웃카운트 상황 등이다. 이렇게 하면 어떤 선수가 같은 해 동등 포지션의 평균적인 수비수 대비 몇 점의 실점을 더 막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상세한 수치는 Baseball Think Factory에서 확인할 수 있다.)

UZR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반영하는 지표이지만, 미래의 사건을 예측하는 지표로서의 가치는 낮은 편이다. 시즌 간의 상관관계가 타격 스탯보다 훨씬 낮아, 뛰어난 수비력을 지닌 선수라도 연도별 UZR의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즉, 한 시즌의 UZR로는 그 선수의 순수한 수비 실력을 평가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런데 UZR 스탯의 연도별 편차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지역별로 발생하는 이벤트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64개로 나눠진 각 지역에 대해서, 선수의 플레이 이벤트가 충분히 쌓였을 때 그 평가가 의미 있을 것이다. 이벤트의 숫자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그 선수는 실제의 수비 실력보다 훨씬 더 크거나 작은 UZR 값을 얻게 된다. (마치 한 달의 타율 기록이 타자의 실제 실력을 대표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하다.) 만약 UZR에서 정의하는 지역의 숫자를 줄이면 어떨까? 그러면 우리는 지역당 더 많은 데이터를 얻게 된다. 그러나 지역의 범위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그 지역의 데이터가 갖는 대표성은 떨어질 것이다. (마치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연상시킨다.) 더욱이, UZR은 실제 수비수의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으며, 따라서 수비 쉬프트에 의한 효과도 반영하지 않는다. 같은 포지션의 평균적인 수비수들의 실력 변화도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UZR은 (상대적으로) 실력 이외의 요소 – 운 – 가 많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어떤 평균 이하의 수비수가 우연히 적은 경기를 외야 수비수로 참여했는데, 엉뚱한 수비 위치에서 수비를 보다가 ‘우연히’ 난이도가 매우 높은 타구를 몇 번 잡았다고 가정해보자. 그의 UZR은 평균 이상으로 크게 상승할 것이며, UZR/150 (UZR을 150경기 스케일로 환산한 스탯) 으로 환산하게 되면 리그 최고가 될지도 모른다. 결국, 샘플 숫자의 문제이다. 값이 평균으로부터 너무 높거나 낮은 것은 평균 회귀의 법칙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평균값으로 수렴하게 된다. 따라서 여러 해를 걸쳐 UZR을 보는 것이 선수의 수비 능력을 평가하기에 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많은 연도의 데이터를 분석에 포함시키면, 시간에 따른 선수의 실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하드볼타임즈에 의하면, wOBA 스탯은 320번 타석의 성적을 관찰하면, 절반 정도를 리그 평균값으로 회귀시킴으로써 실제 실력과 근접한 기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외야수의 수비 데이터는 80번의 측정을 했더라도, 연도별 상관계수가 겨우 .26에 불과해 무려 74%를 평균으로 회귀시켜야 한다. 즉, UZR 스탯과 이를 활용한 WAR는 실제로 어마어마한 운(Luck)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WAR를 퍼포먼스 관점에서 볼 것이냐, 실력 관점에서 볼 것이냐는 가치 판단의 문제이다.)

어떤 선수가 한 시즌에 30 점이라는 매우 높은 UZR을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30의 UZR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그만한 수비 실력을 가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확률이 높다. 아마도 실제 능력은 30과 0 사이의 어느 값일 것이다. 마이크 트라웃은 2012년에 13.3, 2013년에 4.4의 UZR을 기록했다. 약 10점의 UZR 퍼포먼스 차이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실제 수비 실력이 이렇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마도 기회의 차이, 또는 그냥 운이 있었고/없었고에 따라서 그랬을 것 같다. 팬그래프닷컴 인사이드필딩 기록을 보면, 실제로 수비 기록에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아웃처리가 거의 불가능한 지역(0~10%)에 대한 성적이 약간 다르다. 2012년에는 그러한 11개의 타구 중 4개를 잡았으며, 반면 2013년엔 9개 중 2개만을 잡았다. 이것은 난이도가 매우 높은 타구이므로 UZR 계산에 크게 반영될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 이벤트 숫자로 트라웃의 수비 능력을 비교하기엔 어림도 없다. (1회엔 3할5푼, 4회엔 2할8푼… 1회에 매우 강하다?)

그럼 좀 더 순수하게 선수의 수비 실력을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벤트 숫자를 감안해서 “적당히” 평균값으로 회귀시키면 된다. 이렇게 얻어지는 스탯을 편의상 rUZR 이라고 하자.

  • rUZR = r x UZR/150
  • r = Plays / ( Plays + 300 )

UZR/150은 비율 스탯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신뢰도 계수(r)에 따라 평균값으로 회귀시킨다. 300은 임의로 지정한 값인데, 일반적인 풀타임 시즌을 치뤘을 때 50%보다 낮은 r을 갖도록 고안한 상수이다. 이에 따르면, 마이크 트라웃은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6.9과 2.1의 rUZR 을 기록했다. 실제 기록했던 UZR과 비교하면, 좀 더 리그 평균값(0)에 가까워졌고 연도 간 차이도 많이 줄어들었다. 아마 트라웃의 실제 수비 능력은 UZR로 환산했을 때 2~7 사이일 것이다.

그럼 이번엔 2013년 UZR 상위 랭커들의 rUZR 값을 확인해보자. (괄호 안은 UZR)

  1. 매니 마차도 (3루수): 14.8 (31.2)
  2. 제라도 파라 (우익수): 11.2 (26.6)
  3. 셰인 빅토리노 (우익수): 12.2 (25)
  4. 안드렐톤 시몬스 (유격수): 13.2 (24.6)
  5. 카를로스 고메즈 (중견수): 13.1 (24.4)
  6. 후안 유리베 (3루수): 13.3 (24)
  7. 후안 레가레스 (3루수): 12.0 (21.5)
  8. 놀란 아레나도 (3루수): 9.8 (20.7)
  9. A.J. 폴락 (중견수): 10.4 (17.4)
  10. 조시 레딕 (우익수): 8.0 (16.4)
  11. 에반 롱고리아 (3루수): 6.9 (14.6)

역시 높은 rUZR을 기록한 선수들은 모두 실제 UZR도 높았다. 3루수와 외야수가 많은 것이 눈에 띈다. 3루수와 외야수는 수비 실력에 따라 기여하는 점수 차이가 다른 포지션보다 크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포지션은 수비에서의 실책성 플레이가 큰 장타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엔 UZR(r) 상위 랭커 10인을 살펴보자.

  1. 매니 마차도 (3루수): 14.8 (31.2)
  2. 후안 유리베 (3루수): 13.3 (24)
  3. 안드렐톤 시몬스 (유격수): 13.2 (24.6)
  4. 카를로스 고메즈 (중견수): 13.1 (24.4)
  5. 셰인 빅토리노 (우익수): 12.2 (25)
  6. 후안 레가레스 (3루수): 12.0 (21.5)
  7. 제라도 파라 (우익수): 11.2 (26.6)
  8. A.J. 폴락 (중견수): 10.4 (17.4)
  9. 놀란 아레나도 (3루수): 9.8 (20.7)
  10. 로렌조 케인 (중견수): 9.1 (12.8)

마차도는 UZR뿐 아니라 rUZR에도 1위에 랭크되었다. 실제의 수비 능력도 15 UZR에 근접하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의미이다. 아직 젊은 선수인만큼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수비 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하락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UZR 상위 10인 중 무려 9명이 다시 rUZR 상위 10인에도 랭크되어 있다. 다만 약간의 순위 변동은 눈에 띈다. 특히, 로렌조 케인은 상대적으로 높은 UZR(r)값을 기록하였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이닝(761)만을 뛰고 높은 UZR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후안 페레즈는 8.9의 UZR(r)로 11위에 랭크되었는데, 그는 겨우 142이닝으로 8.9의 높은 UZR을 기록했다. UZR/150으로 환산하면 무려 82(!)가 되는 수치이다. 89%를 평균값으로 회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8.9의 UZR(r)을 기록한 것을 보면 그는 (적어도 수비는) 훌륭한 선수임에 틀림없다.

참고로, UZR 및 UZR(r)은 동일 포지션끼리 비교한 값이므로 포지션별로 보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2013년 각 포지션별로 rUZR 순위를 확인해보자. (괄호 안은 UZR)

[1루수]

  1. 마이크 나폴리: 4.3 (9.7)
  2. 마크 트럼보: 3.4 (8.5)
  3. 앤서니 리조: 3.3 (8.3)
  4. 제임스 론리: 2.4 (6.1)
  5. 조시 새틴: 2.4 (4.1)

[2루수]

  1. 다윈 바니: 7.4 (12.5)
  2. 벤 조브리스트: 6.4 (10)
  3. 더스틴 페드로이아: 5.8 (10.9)
  4. 라이언 고인스: 5.4 (6.2)
  5. 브랜든 필립스: 4.5 (8.6)

[3루수]

  1. 매니 마차도: 14.8 (31.2)
  2. 후안 유리베: 13.3 (24)
  3. 놀란 아레나도: 9.8 (20.7)
  4. 제프 비앙키: 8.2 (9.6)
  5. 에반 롱고리아: 6.9 (14.6)

[유격수]

  1. 안드렐톤 시몬스: 13.2 (24.6)
  2. 클린트 바메스: 5.6 (8.9)
  3. 유넬 에스코바: 5.6 (10.7)
  4. 알시데스 에스코바: 5.6 (10.9)
  5. 클리프 페닝턴: 5.3 (6.1)

[좌익수]

  1. 스탈링 마르테: 5.5 (10.2)
  2. 데이비드 머피: 4.6 (10.8)
  3. 앤디 덕스: 4.4 (9.4)
  4. 요니스 세스페데스: 4.0 (8.0)
  5. 클레테 토마스: 4.0 (6.2)

[중견수]

  1. 카를로스 고메즈: 13.1 (24.4)
  2. 후안 레가레스: 12.0 (21.5)
  3. A.J. 폴락: 10.4 (17.4)
  4. 로렌조 케인: 9.1 (12.8)
  5. 후안 페레즈: 8.9 (8.9)

[우익수]

  1. 셰인 빅토리노: 12.2 (25.0)
  2. 제라도 파라: 11.2 (16.6)
  3. 조시 레딕: 8.0 (16.4)
  4. 스즈키 이치로: 5.7 (11.6)
  5. 제이슨 헤이워드: 5.6 (11.6)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