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3일, 밀워키 브루어스의 신예 투수 제이콥 미저로우스키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경기를 펼쳤다. 그는 9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허용했고, 볼넷은 하나도 내주지 않았으며, 무려 15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완봉승을 거뒀다. 게임스코어는 만점에 해당하는 100점. 이는 역대 MLB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이다.
이 경기까지 포함한 미저로우스키의 시즌 성적은 87이닝, 8승 2패, 1.34 ERA, 13.55 K/9이다. 단순히 좋은 수준을 넘어 비현실적이라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만약 그가 지금의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과연 역대 최고의 투수 퍼포먼스 시즌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ERA-와 FIP-라는 두 지표를 살펴보자.
ERA-는 투수의 평균자책점을 리그 평균 및 구장 효과를 고려하여 보정한 지표이다. 100이 리그 평균이며, 숫자가 낮을수록 좋다. 예를 들어 ERA-가 70이라면 리그 평균보다 30% 더 적은 자책점을 허용했다는 의미다. FIP- 역시 같은 개념이지만 평균자책점 대신 FIP를 사용한다. 삼진, 볼넷, 사구, 홈런처럼 투수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결과만을 기반으로 계산하며, 역시 100이 리그 평균이고 낮을수록 우수하다.
즉 ERA-는 실제 결과를, FIP-는 투수 본인의 순수한 투구 내용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ERA-만 보면 수비와 운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FIP-만 보면 실제 실점 억제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두 지표를 함께 보는 것이 투수 시즌을 평가하는 데 더 적절하다. 이번 글에서는 ERA-와 FIP-의 평균값을 사용하였다. 이 값이 낮을수록 실제 결과와 투구 내용 모두에서 리그를 압도한 시즌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음은 1920년 이후 규정이닝 투수들을 대상으로 ERA-와 FIP-의 평균값이 가장 낮은 시즌들이다. 단축 시즌이었던 2020년은 제외하였으며, 2026년 기록은 6월 13일 기준이다.
| 순위 | 시즌 | 선수 | ERA- | FIP- | 평균 |
|---|---|---|---|---|---|
| 1 | 1999 | Pedro Martinez | 42.0 | 31.0 | 36.5 |
| 2 | 2026 | Jacob Misiorowski | 32.6 | 40.6 | 36.6 |
| 3 | 2026 | Cristopher Sanchez | 36.5 | 43.7 | 40.1 |
| 4 | 2000 | Pedro Martinez | 35.1 | 47.6 | 41.4 |
| 5 | 1995 | Greg Maddux | 38.6 | 52.3 | 45.5 |
| 6 | 1994 | Greg Maddux | 36.6 | 54.4 | 45.5 |
| 7 | 2018 | Jacob deGrom | 44.6 | 49.3 | 46.9 |
| 8 | 2026 | Cam Schlittler | 45.1 | 49.8 | 47.5 |
| 9 | 1997 | Roger Clemens | 44.6 | 50.3 | 47.5 |
| 10 | 2021 | Corbin Burnes | 57.7 | 37.6 | 47.6 |
| 11 | 1995 | Randy Johnson | 52.3 | 44.7 | 48.5 |
| 12 | 2003 | Pedro Martinez | 48.0 | 51.1 | 49.6 |
| 13 | 2014 | Clayton Kershaw | 51.1 | 49.4 | 50.2 |
| 14 | 1997 | Pedro Martinez | 45.2 | 56.6 | 50.9 |
| 15 | 1990 | Roger Clemens | 47.0 | 54.9 | 51.0 |
| 16 | 2009 | Zack Greinke | 48.1 | 54.0 | 51.0 |
| 17 | 1985 | Dwight Gooden | 43.6 | 58.5 | 51.1 |
| 18 | 2016 | Clayton Kershaw | 52.3 | 50.6 | 51.5 |
| 19 | 2002 | Pedro Martinez | 51.6 | 51.8 | 51.7 |
| 20 | 2001 | Randy Johnson | 52.8 | 50.8 | 51.8 |
결과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미저로우스키의 위치다. 현재 페이스만 놓고 보면 그는 평균 36.6으로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그것도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전설적인 시즌 바로 뒤다. 1994년 매덕스, 1995년 랜디 존슨, 2014년 커쇼, 2018년 디그롬 등 역사상 최고의 투수 시즌으로 거론되는 시즌들을 모두 앞선다. 현재까지의 성적만 본다면 “역대 최고 시즌 경쟁”에 실제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필라델피아의 크리스토퍼 산체스 역시 평균 40.1로 역사적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시즌에 두 명의 투수가 이런 위치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현재 수치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저로우스키와 산체스 모두 ERA와 FIP가 xERA와 xFIP에 비해 상당히 낮은 상태다. 다시 말해 압도적인 구위와 뛰어난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타구 운, 잔루율, 홈런 억제, 수비 도움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시즌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부분은 평균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ERA와 FIP가 어느 정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저로우스키의 경우 현재 13.55 K/9라는 경이적인 탈삼진 능력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지표들은 지금의 ERA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즉 현재의 성적은 “엄청난 실력 + 좋은 운”이 결합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좋은 운이 따른다고 해서 성과가 폄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역대 최고 시즌을 논하려면 그 수준을 200이닝 가까이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번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위대함이 드러난다. 현재 미저로우스키가 보여주고 있는 페이스는 역대 최고 시즌에 비견될 정도로 놀랍다. 그런데 1999년 페드로는 이런 수준을 시즌 끝까지 유지했다. 그것도 타자 친화적인 스테로이드 시대 한가운데에서 말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이름이 이 리스트에 한 번이 아니라 무려 다섯 번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1997년, 1999년, 2000년, 2002년, 2003년. 역사상 최고의 투수 시즌을 논할 때 페드로가 항상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의 결론은 명확하다. 미저로우스키는 분명 역사적인 페이스를 달리고 있다. 만약 지금의 수준을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1999년 페드로와 함께 역대 최고의 투수 시즌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유지하기 어려운 페이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