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뒤, 우리는 한 선수의 이런 기록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나

*** 이 글은 21세기 초·중반 메이저리그에서 보고되었다는 어떤 선수의 기묘한 성취들을 한 세기 뒤의 관점에서 정리한 것이다.

당시에는 ‘대단한 선수다’라는 말로 얼버무렸지만, 사실 표준 로테이션과 분업 체계가 완벽하지 않았던, 이른바 ‘과도기적 야구’의 시대였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현대야구라 부르기 어려운 환경에서 일어난 일들이라, 당대에는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현재는 과학적 훈련 체계와 경기 일정의 물리적 제약을 고려하면 달성이 불가능하다. 아래는 과거 어떤 한 선수의 말이 안 되는 기록 중의 일부 사례이다.

선발투수가 포스트시즌에서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 같은 경기 타석에서 3타수 3홈런

이 조합은 단일 경기 안에 서로 다른 전문직의 정점을 겹쳐 놓은 형태다. 6이닝 10K 무실점은 이미 승률 기대치를 독점하는 투구다. 여기에 3홈런이 더해지면, 한 선수의 기여가 승리 확률의 거의 전 구간을 점령한다. 피로 누적 모델에 따르면, 투구 한 이닝당 근육의 피로가 급증하고, 배트 스피드는 그만큼 저하된다. 그런데 이 기록은 그 관계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동일 경기, 투타 모두 리그 상위 0.1% 퍼포먼스”라는 말, 이 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다.

한 시즌에 규정이닝과 규정타석을 동시에 달성

현대 야구에서 규정이닝은 선발 로테이션의 성실한 누적을 의미하고, 규정타석은 매일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지구력의 상징이다. 두 조건은 시간표부터 충돌한다. 선발일 전후 휴식일, 불펜 세션, 이동일을 포함하면 타자로의 풀타임 투입은 제한된다. 단순히 많이 뛴 것만이 아니라, 투수로 219개의 탈삼진을 잡으며 ‘사이영상’ 투표에서 4위를, 타자로 34개의 홈런을 치며 최고의 지명자타에게 주어지는 ‘에드가 마르티네스 상’을 수상했다. 만약 이 기록이 사실이라면, 투수 관리에 대한 우리의 상식이 다시 정립 되어야 할지 모른다.

9이닝 1피안타 완봉승 후, 더블헤더 2차전에서 타자로 2홈런

하루 두 경기라는 구조 자체가 근골격계에 가혹하다. 첫 경기 9이닝 1피안타는 완봉 중에서도 최고 등급의 효율을 뜻한다. 그 직후 다음 경기에 타자로 나와 2홈런은, 회복이 얼마 되기도 전에 다시 최고 출력을 보였다는 뜻이다. 피로 잔여치를 고려하면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가 유지되기 어렵다. 도대체 더블헤더 2차전에 이 선수는 타자로 왜 출전한 걸까? 현대 야구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타자로 2홈런 8타점, 다음날 선발 등판하여 8이닝 13K 무실점

이틀 연속 최고점의 퍼포먼스다. 첫날 8타점은 팀 공격 생산의 대다수를 혼자 처리했다는 말이고, 다음날 8이닝 13K 무실점은 에이스의 피크를 상징한다. 문제는 회복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타격에서의 풀 가동일은 미세 손상과 피로 물질 축적을 유발해 투구일의 수행을 떨어뜨린다. 이 사례는 그 상식을 무시하고, 오히려 다음날 구속과 회전수가 정상 이상으로 올라갔다는 가정까지 동반한다. 상식적이지 않다.

월드시리즈 선발 전날, 지명타자로 9출루(2홈런 포함)

월드시리즈는 한 타석의 중요도가 과장되는 공간이다. 그 전날 9타석 연속 출루 급의 생산을 쏟아붓고도, 다음날 선발투수로 정상적으로 나섰다는 기록이 여기 적혀 있다. 전날의 피로가 다음날 제구에 미치는 악영향은 연구로 충분히 입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실제로 월드시리즈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상대팀은 다음날 선발투수인 선수에게 4개의 고의사구를 왜 허용한 걸까? 현대의 야구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토미존 수술 재활 시즌에 투구는 못 하고, 지명타자로만 뛰어 리그 MVP 수상

현대 MVP 담론은 대개 수비 포지션 가치와 누적 생산의 균형을 요구한다. 지명타자는 보통 그 논쟁에서 불리하다. 더구나 투수 복귀 전 재활 루틴을 병행한다면 타석 준비조차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해당 시즌의 공격 기여도가 리그 전체를 압도했다. 투타의 분업화가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았던, 과거의 야구에서나 가능한 법한 일이다.

백 년이 흐른 지금, 이 기록들을 그대로 다 믿기엔 진위여부가 상당히 의심스럽다. 분업이 극대화된 스포츠에서 한 개인이 구조를 거슬러 시스템 전체의 기대값을 혼자 흔들어 놓았다. 당시 팬들은 그저 이렇게 말했다. 말이 안 되지만, 그래서 더 야구 같았다고.

“백 년 뒤, 우리는 한 선수의 이런 기록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나”에 대한 1개의 생각

  1. 단순히 “4번째 만장일치 MVP수상” 같은 미디어의 진부한 표현보다 이 포스트가 훨씬 더 재미있네요. 특히 50/50 언급 대신 토미존 수술로 재활루틴 병행을 캐치하신것에 더욱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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