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는 언제 해도 되는 걸까?

도루는 언제나 시도해도 괜찮을까? 대부분의 야구팬이나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도루를 시도하는 것은 상대를 자극할 수 있고, 비매너로 여겨질 수 있다. 경기의 승패가 사실상 결정된 시점에서 굳이 추가 진루를 노리는 것이 과도한 경쟁심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도루는 언제 해도 되는 걸까?

2025년 5월 16일, LA 다저스와 어슬레틱스의 경기에서 김혜성은 4회말 볼넷을 얻고 1루에 출루했다. 이 시점의 점수는 13대 2. 다저스가 11점 앞서 있는 상황이었다. 김혜성은 KBO 시절부터 빠른 발로 유명했던 선수이고, 메이저리그 데뷔 후에도 도루 능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도루를 시도한다면,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승리 확률 관점에서 살펴보자. 팬그래프(Fangraphs)는 경기 중 시점별로 홈팀의 승리 확률을 계산해 제공한다. 이 데이터를 기준으로 도루가 비매너로 여겨질 수 있는 승리 확률의 경계를 99%로 두자. 즉, 한 팀의 승리 확률이 99% 이상일 경우, 이 팀이 도루를 시도한다면 그것은 암묵적인 야구 예절을 어기는 행위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팬그래프 데이터에 의하면, 각 이닝마다 홈팀의 승리 확률이 99%를 넘어서는 점수 차이는 다음과 같다.

  • 1회: 10
  • 2회: 10
  • 3회: 9
  • 4회: 8
  • 5회: 8
  • 6회: 7
  • 7회: 6
  • 8회: 5

즉, 1회와 2회는 10점 이상 차이가 나면 이미 승부가 거의 결정된 상황으로 간주된다. 3회는 9점, 4회는 8점, 5회도 8점, 이후로는 점점 줄어들어 8회에는 5점 차이만 나도 승리 확률이 99%를 넘어선다.

따라서 김혜성이 출루한 4회 11점 차 상황은, 기준선보다 훨씬 넘는 점수 차이다. 실제로 팬그래프의 계산에 따르면 당시 다저스의 승리 확률은 99.7%에 달했다. 이후 오타니가 2점 홈런을 추가했을 때도 승리 확률은 여전히 99.7%로, 단 0.1%도 변하지 않았다. 이는 경기가 사실상 이미 끝난 상태였다는 의미이며, 이 상황에서 도루를 시도하는 것은 비매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렇다면 위 조건을 간단하게 나타낼 수 있을까? 도루를 삼가야 하는 점수 차를 다음의 식으로 간단히 표현할 수 있다:

득점차 ≥ 13 – 이닝

즉, 1회에는 12점 이상, 2회에는 11점 이상, 3회에는 10점 이상 차이가 날 경우에는 도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이 기준은 팬그래프의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경험적인 법칙으로, 실제 경기 상황에서 판단하기에도 꽤 유용하다.

물론 이 공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위 기준을 넘는 점수 차에서 도루를 시도할 경우, 그 의도와 상관없이 비매너로 간주된다고 생각하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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