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보로스 맥크래켄은 DIPS 이론을 통해 투수가 인플레이 타구의 결과, 즉 BABIP에 거의 통제력이 없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당시 이 주장은 세이버메트릭스 세계를 뒤흔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투수 평가의 핵심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페드로 마르티네즈다. 그는 1999년과 2000년에 걸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구를 보여주었지만, 두 시즌의 BABIP는 극단적으로 달랐다. 1999년에는 .323으로 높았고, 2000년에는 .236으로 매우 낮았다. 같은 투수, 같은 전성기였음에도 결과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은 BABIP가 투수 실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강력한 근거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스탯캐스트와 같은 세밀한 데이터가 등장하면서 질문은 조금 더 정교해졌다. 과연 투수는 인플레이 타구의 최종 결과를 통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타구 질 자체에는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톰 탱고(Tom Tango)는 2016년 이후 투수들의 성적을 세 가지 지표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첫째는 실제 결과를 기반으로 한 wOBA, 둘째는 삼진과 볼넷, 홈런에만 가중치를 두고 모든 인플레이 타구를 똑같이 취급하는 wOBAfip, 마지막으로 타구 질(출구 속도와 발사각)에 따라 인플레이 타구마다 다른 가치를 부여한 xwOBA였다.
그는 각 지표가 다음 시즌 투수의 wOBA를 얼마나 설명하는지를 비교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현재 시즌의 실제 wOBA는 예측력이 가장 낮았다. 이는 맥크래켄이 강조한 것처럼 BABIP가 잡음이 많고 신뢰성이 낮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반면 wOBAfip과 xwOBA는 모두 비슷한 수준의 설명력을 보였다. 그리고 두 지표를 반반 섞어 사용했을 때, 다음 시즌 성적과의 상관관계가 가장 높아졌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FIP 계열 지표처럼 모든 인플레이 타구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도, xwOBA처럼 모든 타구에 고유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 중간 어딘가가 진실에 더 가깝다. 투수는 인플레이 타구를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은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 출구 속도와 발사각은 투수의 구위와 투구 패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수비, 구장, 운이라는 거대한 변수들이 결과를 좌우한다.
톰 탱고는 결국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투수 평가에서 BABIP 자체에 매달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안타냐 아웃이냐 같은 최종 결과에는 너무 많은 잡음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대신 xwOBA와 wOBAfip을 적절히 혼합하면, 투수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균형 있게 반영할 수 있다. 그 혼합 비율은 대략 반반에 가깝다. 즉, 투수가 인플레이 타구에 미치는 영향은 절반 정도 존재하며, 나머지는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 연구는 DIPS 이론의 본질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투수는 인플레이 타구의 최종 결과에는 제한적인 영향만 미친다. 하지만 전혀 무력한 존재도 아니다. 타구 질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영향을 준다. 따라서 투수를 평가할 때는 ERA 같은 결과 지표가 아니라, FIP과 xERA처럼 본질적인 능력을 분리해 보여주는 지표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투수는 인플레이 타구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반쯤은 통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