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는 2025년 8월 20일까지 투수로서 10경기에 등판해 27.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ERA) 4.61을 기록 중이다. ERA만 놓고 보면 리그 평균 이하 수준이지만, FIP는 2.05로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두 지표 사이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또 그의 실제 실력은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까?
ERA는 투수가 등판했을 때 실제로 허용한 자책점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지표다. 따라서 수비수의 실책이나 수비 범위, 불운한 안타 등이 모두 투수의 성적에 반영된다. 반대로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는 삼진, 볼넷, 홈런, 사구 등 투수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이벤트만 고려한다. 다시 말해 ERA는 수비와 운의 영향을 크게 받고, FIP는 지나치게 투수 개인의 능력만 반영한다.
이 때문에 적은 샘플에서는 ERA와 FIP 모두 투수의 실력을 정확히 드러내기 어렵다. 예를 들어, 한 투수가 볼넷을 허용한 뒤 곧바로 홈런을 맞고, 이어서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았다고 하자. 이 경우 ERA는 18.0이 되지만, 이는 실제 실력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같은 상황에서 계산된 FIP 역시 13.2가 나오고, 이 또한 미래 성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ERA와 FIP 모두 이닝 수가 적을 때는 변동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이닝이 쌓여야 ERA와 FIP가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할까? 2002년부터 2024년까지 메이저리그 시즌별 투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닝별 ERA-FIP 차이의 표준편차를 계산해 보면, 대략 50이닝 정도가 되면 두 지표의 차이가 평균적으로 1점 정도로 줄어든다. 그리고 풀타임 선발 투수가 소화하는 약 200이닝까지 가야 그 차이가 0.5점 수준으로 좁혀진다. 즉, 한 시즌을 꽉 채워도 ERA와 FIP의 괴리는 결코 작지 않다. 경험적으로 두 지표의 차이는 대략
σ(ERA-FIP) ≈ √(50 / IP)
정도로 근사할 수 있다. 따라서 시즌 초반 몇 경기만으로 ERA와 FIP를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적어도 수백 이닝을 던져야 두 지표가 안정적으로 수렴하기 시작한다.
이제 오타니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2025년 8월 20일까지 겨우 27.1이닝을 던졌다. ERA(4.61)와 FIP(2.05)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지표가 점차 수렴할 것이다. 실제로 그의 통산 ERA는 3.09, 통산 FIP는 3.24로 두 값의 차이가 불과 0.15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재 오타니의 실제 실력은 어디에 더 가까울까? 2025년 기록을 보면 ERA는 4.61이지만, xERA는 2.60, FIP는 2.05, xFIP는 2.71이다. 특히 xFIP(삼진과 볼넷, 평균적인 홈런 비율을 반영)와 xERA(타구 질까지 고려)가 비슷한 2.6~2.7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기에 스탯캐스트 기반 예측 모델인 피칭봇(botERA)은 오타니의 투구 퀄리티를 ERA 2.93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는 그의 커리어 하이였던 2022년 botERA 2.90과 거의 동일하다. 즉, 복귀 후에도 그의 투구 퀄리티는 전성기와 같은 수준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세부 지표를 보면 운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2025년 오타니의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피안타율)는 .378로 커리어 평균 .277보다 현저히 높다. 주자가 있을 때 실점을 얼마나 막아내는지를 보여주는 LOB%(잔루율)도 65.2%에 불과한데, 이는 커리어 평균 78.9%보다 훨씬 낮다. 즉, 평소라면 아웃으로 처리되었을 타구가 유난히 안타로 이어지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불운이 겹쳐 실점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단순히 ERA만 보고 오타니의 투구를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ERA는 팀이 허용한 대부분의 점수를 투수의 책임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수비나 운의 영향을 제거하지 못한다. 아직 던진 이닝이 적은 상황에서 ERA가 높다고 해서 그가 부진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결론이다. 여러 보정 지표와 세부 데이터를 고려할 때, 2025년의 오타니는 여전히 커리어 최고 수준의 투구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