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의 수비는 ERA를 얼마나 낮출까?

2026년 피트 크로우-암스트롱(PCA)의 활약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수비다. 8월 17일까지 PCA는 중견수로 1,074⅔이닝을 소화하면서 Statcast 기준 +24 FRV(Fielding Run Value)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중견수 중에서 뛰어난 수준을 넘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최정상급의 수치다. 실제로 2026년 컵스 수비는 역사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 중심에 PCA가 있다.

그런데 +24 FRV라는 숫자를 보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세이버메트릭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것이 엄청난 수치라는 것을 알겠지만, 일반적인 야구팬에게는 그 크기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타자의 타율 .300이나 OPS 1.000, 투수의 ERA 2.00 같은 숫자는 어느 정도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수비수가 +10 FRV인지 +20 FRV인지에 대해서는 그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OAA 역시 마찬가지다. OAA는 각 수비 기회의 난이도를 고려해 평균적인 수비수보다 얼마나 많은 아웃을 만들어냈는지를 측정하는 훌륭한 지표지만, +15 OAA가 실제 경기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 바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수비수에게도 ERA와 비슷한 지표가 있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투수를 평가할 때 ERA가 직관적인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이 투수가 9이닝을 던지면 평균적으로 몇 점을 내주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비수도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다. 투수와 나머지 수비수들이 모두 리그 평균이라고 가정한 뒤, 특정 수비수 한 명을 투입했을 때 팀의 실점 수준이 얼마나 낮아지는지를 ERA와 같은 스케일로 표현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이 지표를 편의상 Defensive ERA, 줄여서 dERA라고 부르기로 하자.

계산 방법은 간단하다. 2026년 메이저리그 평균 ERA는 8월 중순 현재 4.18이다. 여기에 Statcast의 FRV를 이용한다. FRV는 해당 수비수가 평균적인 수비수와 비교해 얼마나 많은 실점을 막았는지를 점수 단위로 나타내기 때문에, 이를 수비 이닝으로 나눈 뒤 9를 곱하면 9이닝당 수비 기여도를 구할 수 있다. 따라서 dERA는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dERA = 리그 평균 ERA − 9 × FRV / 수비 이닝

예를 들어 어떤 수비수가 9이닝당 1점을 평균적인 수비수보다 더 막아준다고 생각해보자. 나머지 조건이 모두 평균이라면 그 선수가 출장하는 동안 팀의 실점 수준은 평균보다 1점 낮아질 것이다. 리그 평균 ERA가 4.18이라면 이 선수의 dERA는 3.18이 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야수 한 명이 9이닝마다 1점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지만, 이 예를 통해 지표의 의미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dERA가 4.18이면 정확히 평균적인 수비수이고, 4.00이면 평균보다 9이닝당 약 0.18점을 더 막아주는 수비수다. 반대로 4.40이라면 평균적인 수비수보다 약 0.22점을 더 허용하게 만드는 수비수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수비 기여도의 크기를 우리가 익숙한 야구의 언어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20 FRV라고 하면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별도의 기준을 알아야 하지만, “이 선수가 뛰면 평균적인 팀의 ERA가 4.18에서 4.00 정도로 내려간다”고 표현하면 의미가 훨씬 명확해진다. 특히 투수와 야수의 실점 억제 효과를 같은 스케일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dERA는 새로운 수비 정보를 만들어내는 지표라기보다는 이미 FRV에 담겨 있는 정보를 야구팬에게 익숙한 ERA라는 스케일로 번역하는 지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렇다면 실제로 계산해보자. 2026년 8월 17일까지 500이닝 이상 수비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dERA를 계산한 결과 상위 20명은 다음과 같다.

순위선수포지션수비 이닝FRVFRV/9dERA
1Brandon ValenzuelaC521.0+12+0.2073.97
2Pete Crow-ArmstrongCF1074.2+24+0.2013.98
3JJ Wetherholt2B1016.1+21+0.1863.99
4Bobby Witt Jr.SS898.0+17+0.1704.01
5Luis TorrensC532.1+8+0.1354.04
6Andrés GiménezSS959.1+14+0.1314.05
7Dillon DinglerC779.0+11+0.1274.05
8Masyn WinnSS1018.1+14+0.1244.06
9Joe MackC582.1+8+0.1244.06
10Ceddanne RafaelaCF1030.1+14+0.1224.06
11Jacob WilsonSS637.1+8+0.1134.07
12Nasim Nuñez2B829.0+10+0.1094.07
13Michael Harris IICF936.0+11+0.1064.07
14Freddy FerminC525.1+6+0.1034.08
15Andy PagesCF1073.2+12+0.1014.08
16Brice Turang2B1011.1+11+0.0984.08
17Tristan PetersCF740.2+8+0.0974.08
18Dansby SwansonSS1023.2+11+0.0974.08
19Cody BellingerLF750.0+8+0.0964.08
20Jacob YoungCF856.0+9+0.0954.09

1위는 포수 브랜든 발렌수엘라다. 521이닝에서 +12 FRV를 기록해 9이닝당 약 0.21점을 막았고, 이를 dERA로 환산하면 3.97이 된다. 바비 위트 주니어 역시 눈에 띈다. 유격수로 거의 900이닝을 뛰면서 +17 FRV를 기록했고 dERA는 4.01이다. 세단 라파엘라, 마이클 해리스 2세, 앤디 파헤스 등 뛰어난 중견수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함된 것도 흥미롭다. 포수 역시 여러 명이 상위권에 있는데, Statcast의 포수 FRV에는 프레이밍, 블로킹, 도루 저지 등 포수의 다양한 수비 기여가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PCA다. 발렌수엘라의 dERA가 근소하게 더 낮지만 수비 이닝은 521이닝에 불과하다. 반면 PCA는 무려 1,074⅔이닝을 소화하면서도 9이닝당 0.20점에 가까운 수비 기여도를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PCA의 dERA는 3.98이다. 평균적인 수비수를 중견수로 기용했을 때 4.18 정도의 ERA를 기록할 팀이 PCA를 중견수로 세우는 것만으로 약 3.98 수준의 실점 억제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수비수 한 명이 9이닝당 약 0.20점을 막는다는 사실을 이렇게 표현하고 나면 +24 FRV가 얼마나 엄청난 수치인지 훨씬 쉽게 느껴진다.

특히 PCA의 경우 누적 가치와 수비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짧은 기간에 뛰어난 수비를 보여준 선수라면 FRV/9이 높게 나타날 수 있지만, PCA는 시즌 대부분을 중견수로 뛰면서도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24라는 압도적인 누적 FRV가 단순히 많은 이닝을 뛰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닝당 수비 기여도 자체도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이라는 뜻이다. 2026년 컵스가 역사적인 수준의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선수들의 존재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dERA를 실제 ERA와 동일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FRV는 평균적인 야수와 비교한 run value인 반면 ERA는 자책점만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하면 FRV를 RA/9 스케일에 적용하는 것이 맞다. 다만 여기서 ERA를 기준으로 사용한 것은 ERA가 야구팬들에게 훨씬 친숙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비 지표 자체의 불확실성이다. 타격에 비해 수비는 표본이 작고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시즌의 FRV를 선수의 진정한 수비 능력으로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특히 500~600이닝 정도만 소화한 선수의 FRV/9은 앞으로 상당히 움직일 수 있다. 포지션에 따라서도 FRV가 측정하는 수비 기회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dERA만 가지고 포수와 유격수, 중견수를 완벽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dERA 역시 FRV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한계를 그대로 물려받는다.

그럼에도 dERA 같은 표현 방식은 꽤 유용할 수 있다. 새로운 수비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수비 지표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스케일로 변환하기 때문이다. +24 FRV라는 숫자보다 “PCA 한 명을 중견수에 세우는 것만으로 평균적인 팀의 ERA를 4.18에서 3.98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 훨씬 강하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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