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4일 현재, 내셔널리그 MVP 레이스가 매우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다. 피트 크로우-암스트롱(PCA)과 오타니 쇼헤이의 MVP 배당률은 거의 비슷하다. 그만큼 두 선수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오타니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MVP를 수상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가 정상적으로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도 다른 선수와 MVP를 놓고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꽤 흥미로운 일이다. 도대체 PCA가 어떤 시즌을 보내고 있기에 이런 경쟁이 가능한 것일까. 두 선수의 성적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오타니다. 오타니는 8월 14일까지 지명타자로서 .292/.391/.544, 27홈런, 74타점, 150 wRC+, 3.7 WAR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3년의 오타니와 비교하면 타격 성적이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OPS .935는 여전히 NL 1위다. 즉, 오타니의 기준에서는 다소 아쉬운 시즌이지만 그 ‘아쉬운 시즌’조차 리그 최고의 타자 수준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투수로서의 가치까지 더해진다. 오타니는 선발투수로 14경기에 등판해 85.2이닝을 던지며 8승 2패, 1.79 ERA, 2.59 FIP, 3.0 WAR를 기록했다. 무릎 부상으로 7월 초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부상 전까지는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될 만한 압도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정리하면 오타니는 현재 리그 최고의 타자이면서, 동시에 반 시즌 동안 리그 최고의 에이스 중 한 명이었던 선수다. 얼핏 생각하면 이런 선수가 누군가와 MVP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PCA의 시즌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PCA는 현재 .284/.384/.544, 27홈런, 73타점, 30도루, 154 wRC+, 8.0 WAR를 기록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순수한 타격 성적만 보면 오타니와 거의 차이가 없고, wRC+에서는 오히려 PCA가 근소하게 앞선다. 게다가 PCA는 오타니보다 훨씬 많은 타석을 소화했고 뛰어난 주루 능력까지 갖췄기 때문에 전체 공격 기여도에서도 오타니보다 약 8점 정도 앞선다. 하지만 PCA의 진짜 강점은 수비다. 그의 수비 기여도(Def)는 무려 21.3점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이며, 최고의 수비력을 가진 유격수 중 한 명인 바비 위트 주니어의 18.4점보다도 높다. MVP급 타격과 주루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중견수 수비까지 더해진 것이다. PCA의 WAR가 벌써 8.0에 이르는 이유다.
현재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PCA가 오타니보다 MVP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WAR에서 PCA가 8.0으로 오타니의 타격과 투구를 합친 6.7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 여기에 오타니에게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그에 대한 기대치다. 오타니가 리그 최고의 타자인 동시에 사이영상급 투구까지 했다는 것은 원래라면 엄청난 사건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오타니가 이런 일을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2021년 처음 투타 겸업으로 리그를 충격에 빠뜨렸을 때와 달리 이제 오타니의 투타 겸업은 어느 정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PCA는 새롭다. 새로운 슈퍼스타가 등장해 공수주에서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고, WAR에서도 오타니를 크게 앞서고 있다. 오타니가 최근 몇 년 동안 MVP를 반복해서 수상해온 만큼 투표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선수에게 표를 던지고 싶은 심리가 어느 정도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WAR의 불확실성(uncertainty)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두 선수의 비교는 훨씬 재미있어진다. PCA의 8 WAR는 전성기 마이크 트라웃이 기록했던 8 WAR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PCA의 경우 WAR에서 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일반적으로 수비 스탯은 타격 스탯보다 불확실성이 훨씬 크다. 실제로 PCA의 수비를 어떤 지표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꽤 크게 달라진다. OAA를 기반으로 보면 그의 수비 기여도는 약 24점인 반면, DRS를 기준으로 하면 약 14점이다. 무려 10점의 차이가 발생하며, 이는 대략 1 WAR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PCA의 압도적인 WAR 중 상당 부분은 어떤 수비 지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영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오타니의 WAR 역시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현재 그의 투수 WAR 3.0은 FIP를 기반으로 계산한 것이다. 그런데 FIP가 아니라 실제 실점을 기반으로 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면 그의 WAR는 약 3.6으로 올라간다. 여기서도 평가 방법에 따라 0.6 WAR의 차이가 발생한다. 물론 어느 한쪽이 반드시 옳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OAA와 DRS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비를 측정하고, FIP 기반 WAR와 실점 기반 WAR 역시 투수의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흔히 하나의 숫자로 받아들이는 WAR 역시 상당한 측정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PCA와 오타니의 1.3 WAR 차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표면적으로 8.0과 6.7의 차이는 꽤 커 보이지만, 그 차이가 두 선수의 타격 능력에서 발생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중견수 수비의 가치와 선발투수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서 상당 부분 발생한다. PCA의 수비를 조금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오타니의 실제 실점 억제 능력에 조금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면 두 선수의 WAR 차이는 거의 사라질 수도 있다. 어떤 지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는 두 선수의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결국 우리가 비교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8.0 WAR와 6.7 WAR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가진 중견수와 리그 최고의 타자인 동시에 반 시즌 동안 압도적인 에이스였던 선수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라는 훨씬 어려운 문제다.
한편 현재 두 선수의 MVP 배당률은 거의 같다. 이는 지금까지 기록한 WAR뿐만 아니라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까지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특히 오타니가 시즌 후반 다시 선발투수로 복귀할 가능성과 두 선수의 향후 타격 기대치 차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오타니가 마운드로 돌아와 다시 사이영상급 투구를 보여준다면 MVP 레이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PCA가 지금의 타격과 압도적인 수비력을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오타니의 투타 겸업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엄청난 시즌을 완성하게 된다.
리그 최고의 중견수와 리그 최고의 타자이자 에이스의 대결. 2026년 NL MVP 레이스는 단순히 누가 더 높은 WAR를 기록하느냐를 넘어,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야구의 가치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PCA가 조금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WAR 자체의 불확실성과 오타니의 투수 복귀 가능성을 생각하면 그 차이는 숫자가 보여주는 것만큼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과연 2026년 NL MVP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이 대결은 생각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끝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