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내셔널리그 MVP 경쟁은 오타니 쇼헤이와 피트 크로우-암스트롱(PCA)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두 선수의 스타일은 상당히 다르지만, 흥미롭게도 8월 21일까지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거의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오타니는 .291/.388/.554, PCA는 .279/.378/.550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모두 오타니가 조금씩 앞서며, OPS로 합치면 오타니가 .942, PCA가 .928로 14포인트 차이가 난다.
그런데 FanGraphs에서 두 선수의 wOBA를 보면 순서가 뒤집힌다. PCA가 .396, 오타니가 .395다. 차이는 겨우 1포인트에 불과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순서다. 타율도 오타니가 높고, 출루율도 오타니가 높고, 장타율도 오타니가 높은데 어떻게 종합적인 타격 생산성을 측정하는 wOBA에서는 PCA가 앞설 수 있을까? 참고로 wOBA 자체에는 구장 보정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구장 차이 때문도 아니다.
wOBA는 타자의 각 타격 결과에 실제 득점 기여도에 가까운 가중치를 부여하는 지표다.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 볼넷, 몸에 맞는 공을 서로 다른 가치로 평가한다. 반면 OPS는 출루율과 장타율을 단순히 더한다. 특히 장타율에서는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의 가치가 정확히 1:2:3:4로 증가하지만, 실제 득점가치는 그렇게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타격 결과의 구성이 다르면 OPS와 wOBA의 순위가 달라지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결정적인 것은 다른 곳에 있다. 고의사구다. 오타니는 올해 71개의 볼넷을 얻었는데 그중 무려 16개가 고의사구다. 반면 PCA는 68개의 볼넷 중 고의사구가 5개뿐이다. 일반적인 출루율 계산에서는 고의사구도 다른 볼넷과 똑같이 출루로 인정된다. 따라서 오타니의 16개 고의사구는 그의 .388이라는 높은 출루율에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wOBA에서는 다르게 처리한다. FanGraphs의 wOBA 계산은 고의사구를 제외한다. 타자의 공격 능력을 평가할 때 투수가 의도적으로 승부를 피한 결과를 일반적인 볼넷과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타니가 출루율에서 가지고 있는 10포인트의 우위 중 상당 부분이 wOBA에서는 사라진다. 전체 볼넷은 오타니가 71개, PCA가 68개로 오타니가 더 많지만, 고의사구를 빼면 오타니는 55개, PCA는 63개로 오히려 PCA가 8개 더 많다.
타격 결과를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오타니는 540타석에서 76단타, 24개의 2루타, 3개의 3루타, 30홈런, 71볼넷, 5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PCA는 570타석에서 73단타, 25개의 2루타, 7개의 3루타, 31홈런, 68볼넷, 11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오타니가 타율과 장타율에서는 조금 앞서지만, PCA는 고의사구를 제외한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이 더 많고 3루타도 4개 더 많다. 이러한 각각의 이벤트에 wOBA 가중치를 적용하면 아주 근소하게 PCA 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래서 이 두 선수의 성적은 재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2026년 8월 21일까지 타석당 생산력이 더 뛰어난 타자는 누구였을까? 고의사구도 타자가 만들어낸 출루라고 생각한다면 오타니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는 AVG/OBP/SLG와 OPS는 그렇게 말한다. 반대로 고의사구를 제외하고 타자가 투수와 실제로 승부한 결과의 득점가치를 평가한다면 PCA가 아주 조금 앞선다. wOBA가 .396 대 .395로 그렇게 말한다. 어느 쪽이든 사실상 동일한 수준이지만, 같은 데이터를 어떤 관점에서 평가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뒤집히는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면 두 선수의 비교는 훨씬 재미있어진다. 실제 타격 결과가 아니라 타구의 질을 바탕으로 계산하는 xwOBA에서는 PCA가 .359, 오타니가 .409다. 실제 wOBA에서는 PCA가 1포인트 앞서는데, xwOBA에서는 오타니가 무려 50포인트 앞선다. wOBA 50포인트는 단순한 오차라고 하기 어려운 차이다. 타격 생산력의 수준 자체가 다른 타자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이는 두 선수의 지금까지의 결과가 만들어진 과정이 상당히 달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PCA는 실제 결과가 타구의 질에서 기대되는 수준보다 상당히 좋았고, 오타니는 반대로 타구의 질에 비해 실제 결과가 좋지 않았다. 물론 xwOBA가 미래 성적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지표는 아니며 선수별로 지속적인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남은 시즌을 생각하면 무시하기 어려운 차이다. 지금까지의 결과에서는 두 선수가 사실상 동급이지만, 타구의 질에서는 오타니가 상당히 앞서 있기 때문이다.
결국 2026년 NL MVP 경쟁은 WAR만 비교해도 흥미롭지만, 타격 성적만 떼어놓고 봐도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오타니는 타율, 출루율, 장타율을 모두 앞서고 OPS도 14포인트 높지만 wOBA에서는 PCA가 1포인트 앞선다. 그 역설의 상당 부분은 오타니에게 집중된 고의사구에서 나온다. 그리고 실제 결과에서는 거의 완벽하게 붙어 있는 두 선수가 xwOBA에서는 50포인트나 벌어져 있다. 남은 한 달여 동안 이 차이가 실제 성적으로 수렴할지, 아니면 PCA가 지금의 생산력을 계속 유지할지도 이번 MVP 레이스에서 지켜볼 만한 또 하나의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