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을까?

선발 투수의 비중은 정말로 줄어들고 있을까?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 선발 투수가 소화하는 이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부상 위험을 줄이고, 피로로 인한 퍼포먼스 저하를 방지하며, 구원투수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변화 때문이다.

어쨌든 과거에 비해 선발 투수가 던지는 이닝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야구에서 선발 투수의 영향력도 점점 감소하고 있을까? 이닝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선발 투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더 빠른 구속과 뛰어난 구질이 요구되며, 이에 따라 과거보다 투수에게 결과에 대한 더 큰 책임이 주어진다. 즉, 과거에 비해 수비수보다 투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타자의 타구를 적절히 유도해 맞혀 잡는 투수가 많았다면, 이제는 압도적인 구위를 바탕으로 삼진을 잡아내는 투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연도별 True Three Outcomes (TTO, 삼진·볼넷·홈런 비율) 변화를 보여준다.

TTO%는 매년 선형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100년 동안 약 15%에서 35%까지 상승했다. 즉, 약 10년마다 2%p(포인트)씩 증가한 셈이다. 이는 수비수보다 투수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투수들이 워낙 뛰어나서 TTO% 비율이 35%에 달하는데, 이는 경기 중 35%의 타석에서 수비수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극단적으로, 특정 투수의 TTO%가 100%라면, 수비수의 역할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즉, 선발 투수의 비중은 구원 투수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수비수에 비해서는 훨씬 더 커졌다. 예를 들어, 1990년대 200이닝을 던진 투수의 TTO 개수는 약 215개 수준이었는데, 이는 최근 143이닝을 던진 투수의 TTO 개수와 비슷하다. 즉, 던지는 이닝은 줄었지만 투수가 직접 책임지는 결과는 더 많아졌고, 따라서 적은 이닝을 던지더라도 부담은 과거보다 훨씬 크다.

그렇다면 WAR 계산에서 수비수와 투수의 기여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현재 WAR 계산에서 투수와 수비수의 기여 비율은 약 86% 대 14%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투수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즉, 현대 야구에서는 타격 능력과 피칭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고, 수비 능력의 상대적 중요도는 낮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면, 순수 타격이 뛰어난 타자와 강력한 피칭을 보여주는 투수의 WAR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며, 반대로 수비가 뛰어난 야수의 WAR는 다소 감소할 것이다. 또한, 선발 투수가 던지는 이닝이 줄어들더라도, 현재 선발 투수는 수비수의 도움을 덜 받기 때문에 WAR 수치는 일정 수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된 WAR 재계산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다음 기회에 현재 선수들을 대상으로 분석해 보도록 하자. 아마도, ‘타격이 뛰어난 지명타자’와 ‘피칭이 우수한 선발 투수’의 WAR 증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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