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톰 탱고(Tom Tango)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선발 투수가 오래 던질 때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살펴본 것이다. 이 연구는 1998년부터 2024년(2020년 제외)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선발 투수의 이닝 소화가 불펜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wOBA를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불펜이 첫 등판하는 이닝에 따라 팀의 불펜 성적이 달라진다. 구체적으로:
- 불펜이 8이닝 이후 처음 등판한 경우: wOBA .301, RA/9 3.85
- 7이닝: wOBA .307, RA/9 4.01
- 6이닝: wOBA .313, RA/9 4.18
- 5이닝: wOBA .318, RA/9 4.32
- 4이닝 이하: wOBA .320, RA/9 4.35
즉, 선발 투수가 한 이닝을 더 던질수록 불펜의 RA/9는 평균적으로 0.15씩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다. 이는 단순히 직관적인 사실을 수치로 증명한 것이지만,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렇다면 왜 선발 투수가 오래 던지면 불펜 성적이 좋아질까? 선발 투수가 오래 던지면, 팀은 불펜에서 최고의 불펜 투수들만 기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불펜이 경기 초반부터 소진되면 다양한 실력의 투수들이 차례로 등판하게 되고, 이는 불펜 전체의 성적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선발 투수가 7~8이닝까지 던지면 승리를 책임질 수 있는 불펜 에이스들만 등판하면 되므로, 불펜의 성적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또한, 불펜이 과도하게 소모되지 않으면, 다음 경기에서도 더 신선한 상태의 불펜을 가동할 수 있어 시즌 전체의 불펜 운용이 원활해진다. 반대로, 선발 투수가 일찍 강판되면 불펜 투수들이 매 경기 많은 이닝을 던지게 되고, 이는 불펜 피로도를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성적이 하락하는 원인이 된다.
그럼 선발 투수의 WAR 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할까? 현재 WAR 계산 방식은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의 역할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보통 불펜 투수의 대체 수준(replacement level)은 .470, 선발 투수는 .380으로 설정된다. 이는 선발 투수가 더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하며, 경기 내내 상대 타자를 여러 번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탱고의 연구를 반영하면, 선발 투수가 오래 던질수록 불펜의 성적이 개선되므로, 선발 투수의 WAR을 계산할 때 이 점을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체 수준을 선발 투수의 이닝 소화량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방법이 제안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8아웃(6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투수일수록 대체 수준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또한, 선발 투수가 오래 던지면 다음 경기의 불펜 운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효과를 반영한 새로운 평가 기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즉, 단순히 경기 내 성적뿐만 아니라, 팀의 전체적인 투수 운용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까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톰 탱고의 이 연구는 선발 투수가 오래 던지는 것이 단순히 그 이닝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불펜을 아끼고 팀 전체의 투수 운용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선발 투수의 가치 평가를 보다 정밀하게 다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반영한 WAR 조정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MLB에서는 최근 선발 투수의 이닝 소화 능력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이 연구를 보면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 팀 성적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과연 앞으로 팀들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