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정말 바람의 손자일까?

2025년 시즌 초반, 이정후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4월 19일까지 그는 .361/.420/.653의 슬래시라인을 기록하며 3홈런, 3도루, 14타점, 196 wRC+, 1.4 WAR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모든 부문에서 리그 상위권을 달리는 퍼포먼스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성적이 단순한 운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타구의 질을 기반으로 한 xwOBA가 무려 .403에 달하기 때문이다. 즉, 실제 퍼포먼스와 예상 퍼포먼스 간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말 그는 ‘바람의 손자’로서, 바람이 불면 강해지는 존재일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이정후의 경기들을 바람의 세기라는 조건으로 나누어 wRC+ 성적을 살펴보았다. 분석 방법은 간단하다. 팬그래프 기준, 경기 시작 당시의 풍속이 시속 10마일 이상일 때와 미만일 때로 나누고, 각각의 타석 수와 wRC+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는 꽤나 흥미롭다. 이정후는 바람이 약할 때도 23타석에서 154 wRC+를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바람이 강할 때는 51타석에서 무려 219 wRC+를 기록했다. 무려 65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219라는 수치는 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타자 중 한 명인 애런 저지를 연상케 하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이 단순한 혈연을 넘어 성능마저 계승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참고로, 바람이 약할 때와 강할 때 모두 20타석 이상을 기록한 타자들을 대상으로, 바람이 약할 때의 타자들의 평균 wRC+는 102, 강할 때는 106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즉, 대부분의 타자들에게 바람은 평균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정후에게는 강한 바람이 어떤 형태로든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정후 외에 그의 할아버지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타자는 누구일까? 아래 표는 바람이 강할 때와 약할 때의 wRC+ 차이가 가장 컸던 타자들을 순위별로 나열한 것이다.

RankNameHigh-windLow-windGap
1Jackson Holliday160.2-52.3212.4
2Derek Hill143.2-51.2194.4
3James Wood242.751.0191.7
4Brandon Marsh109.8-52.4162.2
5Ryan Mountcastle135.2-17.7152.9
6Wilyer Abreu256.8106.5150.3
7Jose Ramirez198.651.9146.7
8Taylor Ward175.933.2142.7
9Spencer Torkelson241.3100.0141.3
10Nick Maton149.514.1135.4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람이 강할 때 타구 질이나 비거리에서 유리함을 얻었다는 점이다. 특히 잭슨 할러데이나 제임스 우드처럼 장타력을 겸비한 유망주들이 눈에 띄며, 호세 라미레스처럼 이미 검증된 베테랑도 포함되어 있다.

반면, 바람이 불면 오히려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는 타자들도 존재한다. 가장 극단적인 예시0는 제이크 맹검으로, 바람이 없을 때는 무려 423 wRC+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지만, 바람이 강할 때는 -17.0에 불과했다. 무려 440포인트가 차이 난 것이다. 그 외에도 로건 오하피, 루이스 가르시아 주니어, 애들리 러치맨 등의 선수들이 바람 속에서 힘을 잃는 모습을 보였다.

RankNameHigh-windLow-windGap
1Jake Mangum-16.8423.9-440.7
2Logan O’Hoppe82.1287.0-204.9
3Tyler Fitzgerald83.9271.1-187.2
4Luis Garcia Jr.-69.1115.2-184.3
5William Contreras25.8184.9-159.0
6Jacob Wilson21.9178.0-156.1
7Lenyn Sosa-3.9139.8-143.7
8Adley Rutschman32.4170.3-137.9
9Brenton Doyle57.5192.6-135.1
10Nathaniel Lowe69.5201.2-131.7

이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보면, 바람이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그 영향은 선수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 누군가에게는 강한 바람이 장타를 도와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타이밍을 흔드는 방해꾼일 수 있다. 물론 바람의 방향도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이정후는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면 분명 바람을 등에 업은 듯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물론 이 트렌드가 시즌 내내 이어질지, 아니면 지금이 일시적인 현상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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