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30일까지, 필라델피아의 크리스토퍼 산체스는 리그 최고의 투수이다. 79.1이닝 동안 1.47 ERA를 기록했고, 6승 2패, FIP 1.80, ERA+ 289를 기록하며 사이영상 경쟁 선두권에 올라 있다. 단순히 성적만 봐도 압도적이다. 적은 실점을 허용하면서도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삼진과 볼넷 비율 역시 훌륭하다.
그런데 베이스볼-레퍼런스의 WAR(bWAR)를 보면 더욱 놀라운 숫자가 나온다. 산체스의 투수 bWAR는 무려 4.3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수치가 오타니 쇼헤이의 투타 합산 bWAR 4.4와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오타니는 타자로만 1.8 WAR을 기록하고 있으며, 투수 WAR은 2.5이다. 즉 투수만 놓고 보면 산체스 4.3, 오타니 2.5로 무려 1.8 WAR 차이가 난다.
산체스가 더 많은 이닝을 던졌고 실점도 적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오타니의 투타 합산 가치와 거의 동급일 정도로 WAR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 타당할까?
이 의문을 이해하려면 먼저 bWAR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bWAR는 FIP 기반인 팬그래프의 fWAR와 달리 실제 실점을 중심으로 계산된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수치가 RA9이다. RA9는 9이닝당 실제 허용 실점을 의미한다.
산체스의 2026년 RA9는 2.04이고 오타니는 1.15이다. 오히려 실제 실점률만 놓고 보면 오타니가 더 좋다. 그런데 WAR는 단순히 RA9만 비교하지 않는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RA9avg라는 기준선이다.
산체스의 RA9avg는 5.47이다. 반면 오타니의 RA9avg는 3.98이다. 즉 bWAR 계산은 산체스에게는 “평균 투수라면 9이닝당 5.47점을 허용했을 환경”이라고 가정하고, 오타니에게는 “평균 투수라면 9이닝당 3.98점을 허용했을 환경”이라고 가정한다. 두 선수의 기준선 차이는 무려 1.49(!)점이다. 이는 상당히 큰 차이다. 79.1이닝을 던진 산체스에게 적용하면 약 13점 이상의 실점 가치 차이로 이어진다. WAR로 환산하면 대략 1.3~1.5 WAR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가장 큰 원인은 수비 보정이다. 베이스볼-레퍼런스는 팀 수비 수준을 고려하여 투수의 실점 성적을 보정한다. 다저스는 좋은 수비를 가진 팀으로 평가되고, 필리스는 상대적으로 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오타니는 “좋은 수비의 도움을 받았다”고 보고, 산체스는 “상대적으로 수비 도움을 덜 받았다”고 가정한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합리적인 접근이다.
문제는 팀의 수비력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산체스는 79.1이닝, 오타니는 55이닝을 던졌다. 투수가 직접 통제하지 못하는 타구 인플레이(BIP) 이벤트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삼진을 많이 잡는 에이스급 투수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수비 보정은 특정 투수의 실제 타구가 아니라 팀 전체 수비 이벤트를 기반으로 계산된다. 즉 다저스 수비가 좋았다는 사실은 비교적 확실할 수 있지만, 그 수비 효과가 실제로 오타니의 55이닝에 정확히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는 훨씬 불확실하다.
만약 오타니가 다저스가 아니라 필리스에서 뛰었고, 산체스와 같은 RA9avg 5.47을 적용받았다면 어떨까? 오타니의 RA9는 1.15이므로 계산은 다음과 같다.
(5.47 – 1.15) × 55 / 9 = 26.4
현재 오타니의 RAA는 17점인데, 필리스 기준선을 적용하면 약 26점으로 늘어난다. 대략 9점, WAR로는 약 1.0이 증가한다. 그러면 오타니의 투수 bWAR는 현재 2.5에서 약 3.5 정도로 올라간다.
반대로 산체스가 다저스에서 뛰었고, 오타니와 같은 RA9avg 3.98을 적용받았다면 어떨까? 산체스의 RA9는 2.04이므로 계산은 다음과 같다.
(3.98 – 2.04) × 79.1 / 9 = 17.1
현재 산체스의 RAA는 30점인데, 다저스 기준선을 적용하면 약 17점으로 줄어든다. 대략 13점, WAR로는 약 1.5가 감소한다. 그러면 산체스의 투수 bWAR는 현재 4.3에서 약 2.8 정도로 내려간다.
즉 실제 실점 성적이 그대로라고 가정해도, 기준 환경이 바뀌면 대략 다음처럼 달라진다.
| 가정 | 현재 bWAR | 조정 후 bWAR |
|---|---|---|
| 오타니가 산체스의 RA9avg를 적용받음 | 2.5 | 약 3.5 |
| 산체스가 오타니의 RA9avg를 적용받음 | 4.3 | 약 2.8 |
결국 현재의 차이는 단순히 “산체스가 오타니보다 훨씬 잘 던졌다”라기보다, 두 선수에게 적용된 RA9avg 기준선 차이가 상당히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수비 보정 자체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좋은 수비 뒤에서 던진 투수와 나쁜 수비 뒤에서 던진 투수를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처럼 표본이 충분하지 않고 수비에 의한 도움이 경기마다 다른 상태에서는 이 수비 보정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fWAR와 RA9-WAR를 절반씩 섞어 보는 방법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fWAR는 수비 영향을 제거하고 투수 본연의 삼진, 볼넷, 홈런 능력을 평가한다. 반면 RA9-WAR는 실제 실점 성과만을 반영한다.
5월 30일까지 fWAR와 RA9-WAR를 반반씩 반영한 투수 WAR 순위는 다음과 같다.
| 순위 | 선수 | 팀 | IP | Bat WAR | Pit WAR | Total WAR |
|---|---|---|---|---|---|---|
| 1 | Cristopher Sánchez | PHI | 79.1 | 0.0 | 3.4 | 3.4 |
| 2 | Cam Schlittler | NYY | 72.0 | 0.0 | 3.1 | 3.1 |
| 3 | Davis Martin | CHW | 67.2 | 0.0 | 2.8 | 2.8 |
| 4 | Jacob Misiorowski | MIL | 64.0 | 0.0 | 2.7 | 2.7 |
| 5 | Shohei Ohtani | LAD | 55.0 | 1.8 | 2.5 | 4.4 |
| 6 | Nick Martinez | TBR | 66.2 | 0.0 | 2.4 | 2.4 |
| 7 | Chase Burns | CIN | 64.1 | 0.0 | 2.3 | 2.3 |
| 8 | Chris Sale | ATL | 67.0 | 0.0 | 2.2 | 2.2 |
| 9 | Kyle Harrison | MIL | 51.2 | 0.0 | 2.1 | 2.1 |
| 10 | José Soriano | LAA | 71.1 | 0.0 | 2.1 | 2.1 |
물론 어떤 WAR도 완벽하지 않다. bWAR는 실제 결과를 기반으로 보정치를 적용하고, fWAR는 투수의 순수한 능력을 잘 반영한다. 하지만 이처럼 보정치의 값이 지나치게 크게 나온 경우에는 fWAR와 RA9-WAR를 적절히 절충하는 방식이 우리의 직관과도 더 잘 맞고, 현실적인 선수 가치 평가에 더 가까운 결과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산체스가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다만 현재의 4.3 bWAR와 오타니의 2.5 bWAR 사이에 존재하는 큰 격차는, 투수의 실제 실력 차이가 아니라 WAR 시스템이 적용하는 환경 및 수비 보정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