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 WAR 비중으로 다시 본 2022년 저지와 오타니

2022년 AL MVP 레이스는 최근 역사에서도 손꼽힐 만큼 인상적인 시즌이었다. 애런 저지는 .311/.425/.686의 슬래시 라인에 62홈런, 131타점, 206 wRC+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현대 야구에서 보기 힘든, 말 그대로 역사적인 타격 시즌이었다. 반면 오타니 쇼헤이는 타자로서 .273/.356/.519, 34홈런, 95타점, 142 wRC+를 기록했고, 동시에 투수로는 15승 9패, 166이닝, 2.33 ERA라는 사이영상급 성적을 남겼다. 역대급 타격 시즌을 보낸 저지와, 정상급 선발 투수의 성적에 34홈런 타자의 생산력까지 더한 오타니의 시즌은 그 자체로 비교하기 어려운 두 가지 형태의 위대함이었다. 과연 어떤 시즌이 팀에 더 큰 가치를 제공했을까.

WAR 기준으로 보면 답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팬그래프 기준으로 저지는 11.1 WAR를 기록했고, 오타니는 타자로 3.6, 투수로 5.6을 기록해 총 9.2 WAR에 그쳤다. 차이는 약 2 WAR로 꽤 크다.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에서도 저지는 10.8 WAR, 오타니는 타자 3.4, 투수 6.2로 총 9.6 WAR를 기록했다. 두 지표 모두 저지의 가치가 더 높다고 평가한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오타니의 이도류 활약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저지의 타격 시즌이 더 큰 가치를 지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타자와 투수의 WAR를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WAR 자체가 타자와 투수의 기여도를 일정한 비율로 나누어 설계된 지표이기 때문이다. 팬그래프는 전체 WAR를 타자 57, 투수 43의 비율로 분배하고, 베이스볼 레퍼런스는 59 대 41의 비율을 사용한다. 타자의 비중이 50을 넘는 이유는 타자가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도 관여하며, 전통적으로 경기 결과에 더 직접적으로 기여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무렵 타자와 투수의 연봉 총액 비중이 대략 57 대 43 수준이었고, 이는 이러한 WAR 분배 구조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이 비율이 지금도 유효한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야구 환경은 과거와 분명히 달라졌다. 홈런과 삼진이 크게 증가하면서 인플레이 타구의 비중이 줄었고, 그만큼 수비수가 개입하는 플레이는 감소했다. 반대로 투수가 경기 결과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더 커졌다. 이러한 변화는 연봉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2025년 기준 MLB 전체 연봉을 보면 타자가 약 2.62B, 투수가 약 2.41B 수준으로, 비율은 대략 52 대 48에 가깝다. 이는 과거에 비해 투수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최근의 시장은 투수의 가치를 WAR 설계가 가정한 것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흐름은 개별 선수 비교에서도 직관적으로 확인된다. 2025년 기준으로 WAR가 가장 높은 투수는 타릭 스쿠벌과 폴 스킨스로 각각 6.5 WAR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시즌 트레이 터너나 코빈 캐롤 같은 상위 타자들의 WAR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팀 선호도나 시장 평가를 고려하면, 이 수준의 투수와 타자를 동일하게 취급하기는 어렵다. 이는 오늘날의 투수 WAR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타자와 투수의 WAR 비중을 52 대 48로 조정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팬그래프 기준으로는 타자 WAR에 0.912, 투수 WAR에 1.116의 계수를 적용해야 한다.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으로는 타자 0.881, 투수 1.171의 조정이 필요하다. 이 조정은 모든 타자와 투수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타자들끼리의 비교나 투수들끼리의 비교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변화가 발생하는 지점은 타자와 투수를 서로 비교할 때, 그리고 오타니처럼 투타를 모두 수행하는 선수의 가치를 평가할 때다.

이 기준을 2022년 저지와 오타니에게 적용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팬그래프 기준으로 저지는 11.1 WAR에서 10.1 WAR로 감소하고, 오타니는 타자 WAR는 소폭 줄지만 투수 WAR가 크게 늘면서 총 WAR가 9.2에서 9.5로 증가한다.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으로는 저지가 10.8에서 9.5로 감소하는 반면, 오타니는 9.6에서 10.3으로 증가한다. 그 결과 팬그래프 기준에서는 여전히 저지가 근소하게 앞서고,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에서는 오타니가 오히려 더 높은 WAR를 기록하게 된다.

이 결과는 WAR가 결코 중립적인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투타의 기여도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같은 시즌을 두고도 평가의 우위가 달라질 수 있다. 물론 52 대 48이라는 비율 역시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다. 다만 최근 야구 환경의 변화와 연봉 시장의 흐름을 고려하면, 기존의 57 대 43이나 59 대 41보다는 현재의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가정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국 오타니 같은 이도류 선수를 단일한 WAR 숫자로 다른 선수와 같은 선상에서 정밀하게 평가하려는 시도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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