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WAR에는 공격 기여도(Off)와 수비 기여도(Def)가 모두 포함된다. 즉, WAR는 공격을 잘해도, 수비를 잘해도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높은 공격 기여도로 만들어진 WAR와 높은 수비 기여도로 만들어진 WAR를 같은 가치로 평가할 수 있을까? 득점과 실점이라는 결과 측면에서의 가치는 동일할 수 있다. 그러나 신뢰도라는 관점에서도 과연 같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직관적으로는 수비로 높은 WAR를 기록한 선수들이 다음 시즌에 성적 하락을 더 크게 겪을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공격 기여도가 높은 선수의 WAR가 다음 시즌에도 더 잘 유지될 것 같다는 인상도 든다. 실제로 그런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보자.
분석 대상은 2000년 이후 500타석 이상을 기록한 시즌들이다. 사실상 풀시즌을 소화한 경우만을 포함한 것이다. 매 시즌마다 WAR 상위 10%에 해당하는 선수들을 먼저 추렸고, 이들을 다시 두 그룹으로 나눴다. 공격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선수들과 수비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선수들이다. Off와 Def는 시즌별 분포를 기준으로 각각 z-score로 표준화했고, Off의 z-score가 더 높으면 Off 그룹, Def의 z-score가 더 높으면 Def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 방식으로 나누면 두 그룹의 표본 수는 거의 비슷해진다.
그렇다면 이 두 그룹의 다음 시즌 WAR는 어떻게 변했을까?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WAR 하락폭을 이전 시즌 WAR로 나눈 상대 변화율을 기준으로 살펴보았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 Off 그룹: -0.28
- Def 그룹: -0.28
즉, 두 그룹 모두 평균적으로 WAR가 약 28% 하락했다. 이는 상당히 놀라운 결과다. 공격 기여도가 높은 선수인지, 수비 기여도가 높은 선수인지와 무관하게 WAR의 하락폭은 거의 동일했다. 유형의 차이보다 평균회귀의 영향이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한 셈이다. 이들은 모두 WAR가 매우 높았던 선수들이며, 그만큼 성과에는 일정 부분 운이 개입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음 시즌에는 이러한 운이 평균으로 되돌아가면서 대략 30% 수준의 회귀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평균회귀 효과가 얼마나 강한지를 잘 보여주는 결과다. 더구나 이는 부상 등으로 타석 수가 크게 줄어든 시즌들을 제외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왜 Off 그룹과 Def 그룹의 하락폭이 이렇게 비슷하게 나타났을까? 그 이유는 Def의 신뢰도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높기 때문이다. Def는 수비수가 기록한 OAA 기반의 수비 점수에 포지션 조정값이 더해진 지표다. 이 가운데 포지션 조정값은 선수가 포지션을 바꾸지 않는 한 시즌이 바뀌어도 거의 동일하게 유지된다. 따라서 중견수, 유격수, 포수와 같은 프리미엄 포지션의 선수들은 다음 시즌에도 WAR에서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을 그대로 가져간다.
결국 공격 기여도가 높은 선수든, 수비 기여도가 높은 선수든 이들 엘리트 선수들의 WAR는 신뢰도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WAR에 포함된 포지션 조정값이 시즌 간에 거의 유지되기 때문이며, 높은 WAR 시즌 이후의 하락폭은 구성 요소의 차이보다는 평균회귀라는 공통된 힘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