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보다 높은 크리스토퍼 산체스의 bWAR

2026년 6월 22일 기준으로 크리스토퍼 산체스의 bWAR는 5.5, 오타니 쇼헤이는 5.4다. 숫자만 놓고 보면 산체스가 오타니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했다는 의미다. 물론 산체스가 올해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105이닝 동안 1.80 ERA를 기록하고 있으며,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 중 한 명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산체스가 좋은 투수냐 아니냐가 아니라, 정말로 오타니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오타니는 현재 타자로서 165 wRC+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최상위권 공격력이다. 동시에 투수로서도 73.2이닝 동안 1.47 ERA를 기록 중이다. 즉, 그는 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이면서 동시에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투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팬그래프 기준으로는 타자 WAR 2.9와 투수 WAR 2.5를 합쳐 총 5.4 WAR를 기록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선수가 MVP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베이스볼-레퍼런스의 계산 방식에서는 산체스가 오타니를 근소하게 앞선다. 그 핵심 원인은 RA9 기반 보정에 있다. 베이스볼-레퍼런스는 단순히 실점만 보는 것이 아니라 팀 수비, 리그 환경, 상대 전력 등을 고려해 “해당 투수가 원래 얼마나 실점했어야 하는가”를 추정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산체스의 RA9avg가 무려 5.52로 계산된다는 점이다. 반면 오타니는 3.86 수준이다. 쉽게 말하면 같은 환경에서 던졌다면 산체스는 9이닝당 5.52점을 허용하는 투수였어야 하고, 오타니는 3.86점을 허용하는 투수였어야 한다는 뜻이다. 두 선수의 기대 실점 차이가 무려 1.66점에 달한다.

하지만 산체스의 실제 투구 내용을 보면 이러한 보정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그는 28.5%의 높은 삼진률과 4.7%의 낮은 볼넷률, 2.27 FIP를 기록하고 있다. 즉, 산체스가 단순히 야수들에게 의존하는 투수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1.80 ERA가 순수한 실력만으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 xERA는 2.96으로 실제 ERA보다 1점 이상 높고, LOB%도 84.6%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다시 말해 산체스는 bWAR가 암묵적으로 가정하는 것처럼 “나쁜 수비 때문에 실제보다 손해를 본 투수”라기보다는, 오히려 현재까지는 실점 억제 측면에서 운이 좋았던 투수에 가깝다. 그럼에도 bWAR는 팀 수비 보정을 통해 산체스에게 매우 큰 추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문제의 핵심이다. 좋은 투수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운이 좋았던 실점 결과 위에 다시 과도한 환경 보정까지 얹고 있는 셈이다.

결국 베이스볼-레퍼런스는 팀 평균 수비 수준을 특정 투수에게 기계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 경기에서는 동일한 수비 환경에서도 투수마다 허용 타구의 질이 다르고, 유도하는 타구 유형도 다르며, 삼진 능력 역시 크게 차이가 난다. 과거에는 이를 정교하게 측정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팀 단위 보정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탯캐스트 시대다. 타구 속도, 발사각, 예상 타율, 예상 장타율, xERA, xwOBA 등 투수 개인이 만들어낸 결과를 훨씬 세밀하게 분리해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팀의 수비 수준을 단순 산술적으로 투수에게 적용하는 방식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fWAR와 RA9-WAR를 50대50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평가하면 그림이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현재 기준으로 오타니는 약 5.9 WAR 수준, 산체스는 약 4.1 WAR 수준으로 나타난다. 산체스가 훌륭한 투수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타자와 투수 양쪽에서 리그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보여주는 오타니가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어떤 WAR도 완벽한 지표는 아니다. 하지만 특정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지나치게 큰 환경 보정을 적용한 결과가 오히려 직관과 현실을 왜곡한다면, 그 계산 방식은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베이스볼-레퍼런스의 RA9 기반 WAR는 오랫동안 훌륭한 지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스탯캐스트 데이터가 축적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수십 년 전의 보정 철학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다. 과거 데이터를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제약은 이해하지만, 최소한 현대 야구를 평가하는 영역에서는 타구 품질과 개별 투수의 실제 기여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산체스가 좋은 투수라는 사실과 bWAR의 보정이 과도하다는 주장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2026년 오타니와 산체스의 사례는 그 문제점을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 중 하나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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