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 지표는 수비 스탯을 과대평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WAR 스탯은 수비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수비 스탯이 공격 스탯에 비해서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공격 스탯의 경우는 1루타, 2루타, 3루타, 홈런, 볼넷, 고의사구, 에러에 의한 출루 등 명백히 규정된 기록을 가지고 수치화하는 반면, UZR과 같은 수비 스탯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풋아웃과 보살 등은 명백한 기록이다. 그러나 UZR에서 그러한 수비의 가치를 측정할 때는 타구의 난이도 등을 고려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기록자의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 일단 수비 스탯의 신뢰도 문제는 뒤로 하고, WAR 지표가 수비 스탯을 과대평가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WAR 계산에서는 일반적으로, 공격에서 기여하는 점수와, 수비에서 세이브하는 점수를 같게 본다. 즉, 타자가 평균적인 선수보다 5점을 더 생산해내는 것과, 수비수가 평균보다 5점을 더 세이브하는 것을 동일한 기여로 평가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과연 맞는 방법일까? 간단한 예로, 2013년 추신수와 엘스버리의 성적을 비교해보자.

[2013 추신수] 타율/출루율/장타율: .285/.423/.462, wRAA: 44.0, BsR: -0.6, UZR: -13.3, WAR: 5.2
[2013 엘스버리] 타율/출루율/장타율: .298/.355/.426, wRAA: 14.5, BsR: 11.4, UZR: 10.0, WAR: 5.8

WAR 성적에 있어서 엘스버리가 0.6 앞서나, 그 차이가 그리 크진 않다. 다만, 공격과 수비 부분에서 서로 큰 차이를 보인다. 공격에서 추신수가 엘스버리에 약 20점 앞서며, 반면 엘스버리는 주루에서 12점, 수비에서 무려 25.3점을 앞선다. 좀 더 간단한 비교를 위해, 둘의 성적을 다음과 같이 단순화하여 비교해보자.

[2013 추신수] wRAA: 45, BsR: 0, UZR: -15, 포지션 조정값: 0, 대체 수준: 20, WAR: 5.0
[2013 엘스버리] wRAA: 10, BsR: 0, UZR: 20, 포지션 조정값: 0, 대체 수준: 20, WAR: 5.0

추신수는 엘스버리보다 공격에서 35점 더 기여를 했으며, 반대로 엘스버리는 수비에서 35점 더 기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WAR는 모두 5.0을 갖게 되고, WAR 정의에 의하면 둘의 가치는 동일하다. 이것이 옳을까? 두 선수가 2013년에 각각 신시내티와 보스턴에서 주전으로 뛰지 않고, 대신에 대체 선수가 뛰었다고 가정해보자. 팀의 승률은 얼마나 감소할까? 보다 정확한 계산을 위해 피타고리안 기대승률 계산법을 활용하자. 수식은 다음과 같다.

피타고리안 기대승률 = 득점^2 / ( 득점^2 + 실점^2)

위의 수식을 바탕으로 두 선수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보자. 참고로, 대체 선수는 평균적인 선수보다 공격 및 수비에서 10점씩 덜 기여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추신수 ‘있는’ 2013 레즈] 득점: 698, 실점: 589, 기대승률: 58.4%, 기대승수: 94.6
[추신수 ‘없는’ 2013 레즈] 득점: 643, 실점: 584, 기대승률: 54.8%, 기대승수: 88.8

[엘스버리 ‘있는’ 2013 레드삭스] 득점: 853, 실점: 656, 기대승률: 62.8%, 기대승수: 101.8
[엘스버리 ‘없는’ 2013 레드삭스] 득점: 833, 실점: 686, 기대승률: 59.6%, 기대승수: 96.5

기대 승수의 차이로 계산을 해보면, 추신수는 5.8 WAR, 엘스버리는 5.3 WAR를 기록하게 된다. 오히려 추신수가 더 높다. 둘의 전체 WAR를 동일하게 조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추신수의 가치가 0.5승 더 높았다. 이는 WAR가 수비 스탯을 과대평가하고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물론, 신시내티와 보스턴 두 팀의 득점 및 실점 상황에 의존적인 결과이긴 하다. (참고로, 약팀의 경우에는 결과가 반대일 수 있으며, 피타고리안 기대승률도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실제로 플레이오프 진출했던 두 팀의 기록을 바탕으로 도출한 결과이므로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없다. 2013년 두 선수의 실제 WAR는 엘스버리가 0.6승 더 높지만, 팀의 기여도로 봤을 때는 거의 동일할 것이다. 더욱이, 신시내티와 보스턴 모두 두 선수가 빠졌다 하더라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렵지 않은 팀이다. 한편, 같은 중견수인 트라웃의 가치는 어떨까? 마찬가지로 성적을 다음과 같이 단순화해보자.

[2013 트라웃] wRAA: 60, BsR: 0, UZR: 20, 포지션 조정값: 0, 대체 수준: 20, WAR: 10.0

[2013 트라웃 ‘있는’ 에인절스] 득점: 733, 실점: 737, 기대 승률: 49.7%, 기대 승수: 80.6
[2013 트라웃 ‘없는’ 에인절스] 득점: 663, 실점: 767, 기대 승률: 42.8%, 기대 승수: 69.3

기대 승수의 차이는 무려 11.3이다. 아마, 에인절스와 같이 승률 50% 미만의 약팀은 뛰어난 선수 한 명의 공백으로 인한 영향이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MVP는, ‘Valuable’이란 단어 해석에 따라, 오히려 약팀의 선수에게 주어야 할 상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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