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가 없었다면 다저스는 포스트시즌에서 더 많이 이겼을까?

2026년 포스트시즌, 오타니 쇼헤이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타율 0.154, OPS 0.421에 그쳤던 오타니는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13일까지 치른 6경기에서 20타수 3안타, 타율 0.150, OPS 0.411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홈런은 물론 2루타조차 하나 없다. 정규시즌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었던 오타니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오타니를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처럼 한 경기의 승패가 중요한 무대에서 타격감이 떨어진 선수를 계속 기용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것이다. 오타니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다소 과격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최근 성적만 놓고 보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오타니가 부진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부진이 실제로 다저스의 승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을까? 만약 오타니 대신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의 타자가 출전했다면, 다저스는 지금보다 더 많은 경기를 이겼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6경기를 살펴봤다. 단순히 타율이나 OPS를 비교하는 대신, 실제 경기의 점수 차와 득점 기여도를 함께 고려했다. 분석에 활용한 지표는 RE24와 WPA다.

RE24는 타자가 팀의 득점 기대값을 얼마나 증가시키거나 감소시켰는지를 측정한다. 야구에서는 주자가 없는 2아웃과 무사 만루의 가치가 전혀 다르다. RE24는 이러한 주자 상황과 아웃카운트를 고려해 타자의 득점 기여도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RE24가 -2라면 평균적인 타자에 비해 약 2점의 득점 기대값을 잃었다는 의미다. 반면 WPA(Win Probability Added)는 득점이 아니라 승리확률을 기준으로 기여도를 평가한다. 1회초의 솔로 홈런과 9회말의 끝내기 홈런은 똑같이 1점을 만들어내지만, 승패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르다. WPA는 이러한 차이를 반영한다.

오타니의 6경기 기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기결과오타니 타격RE24WPA
NLDS 1차전5-3 승4타수 1안타-0.52-0.024
NLDS 2차전2-3 패4타수 1안타-0.15-0.006
NLDS 3차전3-1 승2타수 무안타+0.05-0.007
NLDS 4차전4-1 승3타수 무안타+0.28+0.016
NLCS 1차전1-2 패3타수 1안타+0.11-0.014
NLCS 2차전4-7 패4타수 무안타-0.93-0.097
합계3승 3패20타수 3안타-1.16-0.132

오타니의 누적 RE24는 -1.16이다. 평균적인 타자가 같은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을 때와 비교하면 약 1.16점의 득점 기대값을 잃었다는 뜻이다. WPA 역시 -0.132로, 오타니의 타격 결과는 팀의 승리확률에 누적 13.2%p의 마이너스 기여를 했다. 분명한 부진이다. 다만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오타니가 평균적인 타자보다 잃어버린 득점 기대값은 6경기를 모두 합쳐도 1.16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타율 0.150이라는 숫자가 주는 충격에 비하면 실제 득점 손실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렇다면 이 1.16점이 다저스의 승패를 바꿀 수 있었을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경기별 RE24를 실제 점수 차와 비교하는 것이다. 오타니의 RE24가 -0.5라면 평균적인 타자로 교체했을 때 약 0.5점의 득점 기대값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방식이다. 물론 실제 야구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타자 한 명이 바뀌면 이후의 주자 상황이나 투수 교체 시점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정확한 시뮬레이션이라기보다는 승패가 바뀔 여지가 얼마나 있었는지 가늠하기 위한 분석이다.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오타니의 RE24는 -0.52였다. 평균적인 타자가 출전했다면 약 0.52점의 득점 기대값을 추가로 만들어냈겠지만, 다저스는 이미 2점 차로 승리했다. 2차전은 조금 다르다. 다저스가 2-3으로 패한 경기에서 오타니의 RE24는 -0.15였다. 1점 차 패배였으므로 작은 변화가 승패를 바꿨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평균적인 타자로 교체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득점 증가분이 0.15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3차전과 4차전에서는 오타니가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RE24는 각각 +0.05와 +0.28이었다. 볼넷과 주루 등을 통해 평균적인 타자보다 오히려 좋은 기여를 한 것이다. 다저스 역시 두 경기에서 각각 2점과 3점 차로 승리했다. 오타니 대신 다른 타자가 출전했더라도 승패가 바뀌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 다저스는 1-2로 패했지만, 오타니의 RE24는 +0.11이었다. 적어도 평균적인 타자보다 못해서 패배한 경기는 아니었다. 반면 2차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RE24 -0.93을 기록하며 6경기 중 가장 심각한 부진을 보였다. 전체 포스트시즌 RE24 손실의 약 80%가 이 경기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4-7로 패했다. 평균적인 타자가 출전해 약 0.93점의 득점 기대값을 회복했더라도 3점의 격차를 뒤집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살펴보면 의외의 사실이 드러난다. 오타니가 평균적인 타자보다 부진했던 경기는 6경기 중 3경기였고, 나머지 3경기에서는 RE24가 플러스였다. 특히 오타니가 크게 부진했던 경기는 점수 차가 컸던 반면, 다저스가 1점 차로 아쉽게 패한 두 경기에서는 오타니의 기여도가 평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결국 6경기 중 오타니 대신 평균적인 타자가 출전했다면 승패가 뒤집혔을 것이라고 판단할 만한 경기는 찾기 어렵다.

물론 이것이 오타니의 부진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OPS 0.411은 그에게 기대하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치며, RE24 -1.16과 WPA -0.132 역시 팀에 부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오타니가 부진했다는 사실과 다저스가 그의 부진 때문에 패배했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전자는 데이터로 확인되지만, 후자는 지금까지의 기록만으로 뒷받침하기 어렵다.

또한 지금까지의 부진이 팀에 얼마나 손해를 끼쳤는지 평가하는 것과 앞으로 오타니를 선발에서 제외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도 별개의 문제다. 후자를 판단하려면 현재의 몸 상태와 타격감, 향후 회복 가능성, 대체 선수의 예상 성적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오타니의 부진은 분명하지만, 그 부진이 다저스의 패배를 결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평균적인 타자로 교체했다면 6경기 동안 약 1.16점의 득점 기대값을 회복했겠지만, 실제 점수 차를 고려하면 승패가 바뀌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정확한 역전 확률을 계산한 결과는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3패를 오타니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점은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가 오타니에게 지나치게 기대하고 있는 것은 그의 활약이 아니라, 단 한 명의 타자가 팀의 모든 승패를 결정할 수 있다는 환상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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