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0일, 피트 크로우-암스트롱(PCA)의 WAR가 마침내 10.0에 도달했다. 10 WAR는 야구에서 한 시즌의 위대함을 이야기할 때 꽤 특별한 경계선이다. MVP급 시즌을 넘어 역사에 남을 만한 시즌에 가까운 숫자다. 이번 분석에 사용한 팬그래프 데이터를 기준으로 1920년 이후 메이저리그 역사상 10 WAR 이상을 기록한 타자 시즌은 PCA의 2026년을 포함해 단 50번뿐이다.
WAR는 타격뿐 아니라 주루와 수비, 포지션까지 고려해 선수의 종합적인 가치를 승수 단위로 표현한다. 따라서 10 WAR라는 숫자는 단순히 타격을 잘했다는 의미를 넘어, 한 선수가 한 시즌 동안 여러 방면에서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뜻에 가깝다. 물론 WAR 자체도 하나의 추정치이므로 9.9와 10.0의 차이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10 WAR라는 영역에 진입한 시즌들을 모아보면 우리가 야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기억하는 시즌들과 거의 일치한다.
지금까지 10 WAR 시즌을 두 번 이상 기록한 선수들을 살펴보면 이 기준의 무게를 쉽게 알 수 있다.
| 순위 | 선수 | 10+ WAR 시즌 |
|---|---|---|
| 1 | Babe Ruth | 9 |
| 2 | Rogers Hornsby | 6 |
| 3 | Barry Bonds | 5 |
| 4 | Ted Williams | 4 |
| 4 | Willie Mays | 4 |
| 6 | Aaron Judge | 3 |
| 6 | Mickey Mantle | 3 |
| 8 | Lou Gehrig | 2 |
| 8 | Mike Trout | 2 |
베이브 루스가 무려 9번으로 가장 많고 로저스 혼스비가 6번, 배리 본즈가 5번이다. 그 뒤를 테드 윌리엄스와 윌리 메이스가 4번, 애런 저지와 미키 맨틀이 3번씩 잇는다. 루 게릭과 마이크 트라웃도 두 차례씩 기록했다. 사실상 야구 역사에서 손꼽히는 전설들의 명단이다. 한 번이라도 이 영역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시즌을 보냈다는 의미에 가깝고, PCA도 이제 그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10 WAR 시즌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시즌들을 보면 또 다른 의미에서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 순위 | 시즌 | 선수 | HR |
|---|---|---|---|
| 1 | 2001 | Barry Bonds | 73 |
| 2 | 2022 | Aaron Judge | 62 |
| 3 | 1927 | Babe Ruth | 60 |
| 4 | 1921 | Babe Ruth | 59 |
| 5 | 1932 | Jimmie Foxx | 58 |
배리 본즈의 2001년 73홈런이 1위이고 애런 저지의 2022년 62홈런, 베이브 루스의 1927년 60홈런이 뒤를 잇는다. 이쪽은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장타자들의 영역이다. PCA의 41홈런은 이들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중견수로 역사적인 수비를 보여주면서 36개의 도루까지 기록한 선수의 장타력이라는 점에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PCA의 특별함은 어느 한 숫자가 역대 최고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서로 다른 능력들이 한 시즌에 겹쳐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스피드가 그렇다. 10 WAR 시즌 가운데 도루가 많았던 시즌을 살펴보면 PCA가 전혀 다른 종류의 명단에 다시 등장한다.
| 순위 | 시즌 | 선수 | SB |
|---|---|---|---|
| 1 | 1975 | Joe Morgan | 67 |
| 2 | 1990 | Rickey Henderson | 65 |
| 3 | 2012 | Mike Trout | 49 |
| 4 | 2026 | Pete Crow-Armstrong | 36 |
| 5 | 2013 | Mike Trout | 33 |
PCA의 36도루는 역대 10 WAR 시즌 가운데 4위다. 위에는 조 모건, 리키 헨더슨, 마이크 트라웃뿐이다. 그런데 PCA에게는 이들과 또 다른 특징이 있다. 36개의 도루와 함께 41개의 홈런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9월 10일 현재 정확히 41홈런-36도루다.
그리고 아직 시즌이 남아 있다. 도루를 4개 추가한다면 PCA는 40홈런-40도루에 도달한다. 40-40 자체가 극히 드문 기록이지만 10 WAR와 결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40-40과 10 WAR를 같은 시즌에 기록한 선수는 없었다. PCA에게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40-40, 10+ WAR 시즌이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남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PCA의 2026년을 정말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놀라운 부분은 수비일지도 모른다. 역대 10 WAR 시즌을 Def 기준으로 정렬하면 다음과 같다.
| 순위 | 시즌 | 선수 | Def |
|---|---|---|---|
| 1 | 1991 | Cal Ripken Jr. | 31.8 |
| 2 | 1948 | Lou Boudreau | 29.4 |
| 3 | 2026 | Pete Crow-Armstrong | 24.0 |
| 4 | 1954 | Willie Mays | 20.1 |
| 5 | 1962 | Willie Mays | 20.0 |
PCA의 Def 24.0은 역대 10 WAR 시즌 가운데 3위다. 칼 립켄 주니어의 1991년과 루 부드로의 1948년만이 PCA보다 높다. 바로 아래에는 중견수 수비의 상징과도 같은 윌리 메이스의 두 시즌이 자리한다. 41홈런과 36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동시에 역사적인 10 WAR 시즌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수비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PCA의 시즌이 얼마나 독특한지 좀 더 분명해진다. 역대 10 WAR 시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위대했다. 베이브 루스와 배리 본즈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공격력을 보여줬고, 리키 헨더슨과 조 모건은 엄청난 스피드와 주루 능력을 갖고 있었다. 칼 립켄 주니어와 루 부드로는 프리미엄 포지션에서 막대한 수비 가치를 만들어냈다. PCA는 이들 가운데 어느 한 유형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오히려 PCA의 2026년은 이런 서로 다른 유형의 장점이 한 선수에게 겹쳐 있는 시즌에 가깝다. 41홈런을 칠 정도의 파워가 있고, 36도루를 기록할 정도의 스피드가 있으며, 수비에서는 역대 10 WAR 시즌 가운데 3위에 올라 있다. 공격에서도 50점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합친 종합적인 결과가 9월 10일 현재 10.0 WAR다.
결국 PCA의 2026년은 단순히 WAR가 10이라는 것보다 파워 + 스피드 + 디펜스를 동시에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결합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더 특이한 시즌이라고 볼 수 있다. 역대 10 WAR 시즌이 단 50번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대단하지만, PCA의 시즌은 그 50번 안에서도 상당히 독특하다. 한 가지 압도적인 능력으로 10 WAR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야구 선수가 만들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가치를 동시에 쌓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41-36. 다음으로 기다려볼 숫자는 40-40이다. 만약 거기까지 도달한다면 2026년 PCA는 역사상 최초의 40-40, 10+ WAR 시즌이라는 아주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이름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