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오타니 쇼헤이는 54홈런과 59도루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50홈런-50도루 시즌을 만들었다. 그 자체로 다시 나오기 어려운 기록처럼 보였지만, 이듬해에도 오타니는 55홈런과 20도루를 기록했다. 2년 연속 50홈런을 때린 타자가 동시에 20개 이상의 베이스를 훔친 것이다. 50홈런과 20도루를 같은 시즌에 기록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메이저리그 역사 전체를 통틀어 단 6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 시즌 | 선수 | HR | SB |
|---|---|---|---|
| 1955 | Willie Mays | 51 | 24 |
| 1996 | Brady Anderson | 50 | 21 |
| 1998 | Ken Griffey Jr. | 56 | 20 |
| 2007 | Alex Rodriguez | 54 | 24 |
| 2024 | Shohei Ohtani | 54 | 59 |
| 2025 | Shohei Ohtani | 55 | 20 |
이 기록이 희귀한 이유는 간단하다. 한 시즌 50홈런을 칠 정도로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장타력을 가지면서, 동시에 20도루가 가능할 정도의 주력과 주루 능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50홈런 타자는 기본적으로 많지 않고, 그 정도의 파워를 가진 타자 가운데 빠른 선수는 더욱 드물다. 2024년 이전까지 50홈런 타자의 시즌 최다 도루가 24개였다는 사실만 봐도 오타니의 54홈런-59도루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기록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 여섯 시즌의 평균 팬그래프 WAR는 약 8.4다. 여기서는 투타를 병행한 2025년 오타니의 WAR를 9.4로 계산했다. 단순히 50홈런과 20도루라는 숫자가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들은 그 시즌 리그 최고의 선수에 가까웠다는 의미다. 그야말로 엘리트 클럽이다.
MVP 수상 결과도 이를 잘 보여준다. 1955년 메이스는 51홈런과 24도루를 기록하고 MVP 투표 4위, 1996년 앤더슨은 50홈런-21도루로 9위였다. 1998년 그리피 역시 56홈런-20도루를 기록했지만 4위였다. 반면 2007년 54홈런-24도루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AL MVP를 차지했다. 그리고 2024년 오타니는 역사상 최초의 50-50 시즌으로 만장일치 NL MVP에 올랐고, 2025년에도 다시 MVP를 수상했다. 여섯 번의 50홈런-20도루 시즌 가운데 세 번이 MVP 시즌이었다.
그런데 2026년 피트 크로우-암스트롱(PCA)은 전혀 다른 종류의 50/20에 도전하고 있다. 아니, 8월 31일 현재 이미 사실상 달성했다고 해도 좋다. 이번의 50/20은 홈런과 도루가 아니다. 팬그래프의 Off와 Def다.
Off는 Offensive Runs Above Average의 약자로, 타격과 주루를 합쳐 평균적인 선수보다 공격에서 몇 점의 득점을 더 만들어냈는지를 나타낸다. 리그 평균이 0이며, +50이라면 공격만으로 평균적인 선수보다 약 50점의 가치를 더했다는 의미다. Def는 Defensive Runs Above Average로, 수비에서의 득점 기여도와 포지션 조정값을 결합해 역시 평균적인 선수와 비교한다. 따라서 Off와 Def를 함께 보면 서로 다른 포지션의 선수라도 공격과 수비에서 각각 어느 정도의 가치를 만들어냈는지 하나의 단위인 ‘득점’으로 비교할 수 있다.
2026년 8월 31일 현재 PCA의 기록은 Off 49.9, Def 21.6이다. 반올림하면 정확히 50/20이다. 이 조합 역시 50홈런-20도루만큼이나 희귀하다. Off 50 이상과 Def 20 이상을 동시에 기록한 시즌은 이전까지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단 6번뿐이었다.
| 시즌 | 선수 | Off | Def |
|---|---|---|---|
| 1948 | Lou Boudreau | 56.5 | 29.4 |
| 1954 | Willie Mays | 59.8 | 20.1 |
| 1962 | Willie Mays | 58.7 | 20.0 |
| 1990 | Barry Bonds | 52.3 | 21.5 |
| 1997 | Craig Biggio | 50.3 | 20.8 |
| 2000 | Alex Rodriguez | 54.4 | 22.6 |
이쪽의 50/20도 달성 조건을 생각하면 만만치 않다. Off +50은 리그를 대표할 정도의 공격력을 보여줘야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런데 그런 선수가 동시에 Def +20을 기록하려면 높은 수비 가치를 만들어내는 포지션에서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까지 보여줘야 한다. 공격에만 특화된 강타자도, 수비에만 특화된 선수도 들어오기 어렵다. 양쪽 모두에서 압도적이어야 한다.
실제로 이 여섯 시즌의 평균 WAR는 무려 10.1이다. 50홈런-20도루 클럽의 평균 WAR 8.4보다도 높다. 1948년 루 부드로는 10.9 WAR와 함께 AL MVP를 차지했고, 1954년 윌리 메이스도 10.3 WAR로 NL MVP에 올랐다. 메이스는 1962년에는 무려 10.5 WAR를 기록하고도 MVP를 받지 못했다. 1990년 배리 본즈는 9.9 WAR로 NL MVP를 차지했고, 1997년 크레이그 비지오와 2000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역시 각각 9.3, 9.5 WAR의 엄청난 시즌을 보내고도 MVP를 받지 못했다. 이쪽 역시 여섯 시즌 가운데 세 시즌이 MVP 시즌이다.
어쩌면 이 50/20은 50홈런-20도루보다 더 값진 기록이라고 볼 수도 있다. 홈런과 도루는 서로 다른 신체 능력을 요구하지만 둘 다 공격의 영역에 속한다. 반면 Off 50과 Def 20은 아예 야구의 양쪽 절반에서 동시에 엘리트여야 한다. 게다가 역사적인 달성자들의 평균 WAR가 10을 넘는다는 것은 이 조합이 단순히 희귀한 기록이 아니라 역사적인 단일 시즌을 골라내는 기준으로도 상당히 흥미롭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PCA는 아직 시즌을 끝내지도 않았다. 9월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Off 49.9와 Def 21.6, 사실상의 50/20에 도달했다.
오타니가 2024년과 2025년 파워와 스피드의 극단적인 조합으로 50홈런-20도루라는 희귀한 영역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면, 2026년 PCA는 공격과 수비라는 전혀 다른 두 영역에서 자신만의 50/20을 만들고 있다. 앞선 여섯 이름이 루 부드로, 윌리 메이스, 배리 본즈, 크레이그 비지오, 알렉스 로드리게스라는 것만으로도 이 기록의 무게는 충분히 설명된다.
그리고 PCA에게는 아직 9월 한 달이 남아 있다. 2026년이 끝났을 때 그의 최종 Off와 Def, 그리고 WAR가 어디까지 올라가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지금까지의 기록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