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별로 에이징 커브(aging curve)가 다를까?

야구 선수들의 성적은 나이에 따라 어떻게 변할까. 이전에 확인한 것처럼, 선수들은 20대 중후반에 전성기를 맞고, 30대에 들어서면서 성적이 점차 떨어진다. 그렇다면 포지션별로 이런 노화 곡선은 다를까. 포수처럼 신체적 부담이 큰 포지션과 지명타자나 1루수처럼 비교적 부담이 적은 포지션은 차이가 클 것 같기도 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1920년부터 2024년까지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기록을 이용해 포지션별 에이징 커브를 비교해 보았다. 단순히 나이별 평균 wRC+를 계산하는 대신, 같은 선수가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갈 때 wRC+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추적하고 그 변화를 누적했다. 이렇게 하면 단순 평균에서 발생하는 생존자 편향을 줄이고, 실제 노화 과정에서의 성적 변화를 더 정확히 볼 수 있다. 분석 대상은 각 시즌 100타석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이다.

아래 그래프는 포지션 그룹별 에이징 커브를 나타낸 것이다. 1루수와 지명타자는 한 그룹(1B/DH)으로 묶었고, 2루수·3루수·유격수는 내야수 그룹(IF)으로 묶었다. 포수(C)와 외야수(OF)는 각각 따로 두었다. 모든 그룹은 전성기 피크값을 기준으로 상대적인 변화량으로 맞췄다.

결과를 보면, 포지션별로 전성기 시점은 대체로 비슷하다. 모든 그룹이 20대 중반 무렵 피크에 도달한 뒤, 30대에 접어들면서 완만히 하락한다. 하락 폭 또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직관적으로 생각하기에 포수는 훨씬 빨리 무너질 것 같지만, 실제 성적 곡선은 외야수나 내야수, 1루수·지명타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30대 중반 이후 구간을 보면 포수나 내야수 그룹이 다른 포지션보다 성적이 더 좋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노화에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약간의 생존자 편향이 반영된 결과다. 많은 포수와 내야수가 30대 후반 이전에 이미 리그에서 사라진다. 따라서 35세 이후에도 기록을 남기는 선수들은 특별한 장수 선수들뿐이며, 그들의 성적이 그룹 전체의 평균처럼 보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포지션별 에이징 커브는 예상보다 큰 차이가 없다. 선수들은 어떤 포지션을 맡든 비슷한 시기에 피크에 도달하고, 이후 비슷한 속도로 성적이 감소한다. 포지션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으며, 다만 고령 구간의 곡선에서 보이는 미묘한 차이는 생존자 편향에 의해 만들어진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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