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오타니 쇼헤이는 2023년 ALL-MLB 퍼스트 팀에 선정됐다. 지명타자뿐 아니라 선발 투수로도 퍼스트팀에 선정됐다. 그의 투수 성적은 다음과 같다. 132이닝, 10승 5패, 3.14 ERA, 167K. 한 팀의 에이스로서 좋은 성적이긴 하지만, 메이저리그 전체 탑 5 투수에 선정되기엔 매우 부족해 보인다.

퍼스트 팀에 선정된 다섯 선발투수의 RE24와 WPA는 다음과 같다. RE24와 WPA는 각각 투수가 등판한 경기에서 팀의 기대 득점과 기대 승률을 얼마나 높였는지를 의미한다.

Name	RE24	WPA
Gerrit Cole	43.4	4.4
Zac Gallen	24.8	2.9
Blake Snell	43.1	4.0
Shohei Ohtani	19.6	2.0
Spencer Strider	15.7	1.8

역시 오타니의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132이닝의 상대적으로 적은 이닝이 원인이다. 물론, 스펜서 스트라이더도 낮다. 하지만 그는 186.2이닝에 무려 281개의 삼진을 잡았고, FIP 기반의 WAR가 5.5로 매우 높은 것을 감안하면 그가 선정된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투수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일까? 투수의 역할을 크게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1. 삼진을 많이 잡고, 볼넷과 홈런을 적게 허용하는 것.
2. 그리고, 다른 수비수가 아웃카운트로 처리하기 쉬운 약한 타구를 유도하는 것.
3. 그리고, 뛰어난 수비 능력까지 보유하는 것.
4. 그리고, 등판한 경기에 좋은 타격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

보통 투수의 역할을 얘기할 때, 좁게는 1) 번, 그리고 보통은 2) 번과 3) 번까지를 의미한다. 즉, 공을 잘 던지는 능력에 추가로 수비를 잘 하는 것까지를 투수의 요건으로 간주한다. 결국 팀의 실점을 줄일 수 있는 역량이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이 등판한 경기에 타격을 잘 해서 팀을 이기게 하는 것은 보통 투수의 능력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것은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투수는 자신이 등판한 경기에 타석에 들어서지도 않는다.

그런데, 오타니의 경우, 이것까지를 투수 능력이라고 간주하면 어떨까? 즉, 투수로 등판한 경기에서의 타격 공헌도까지 투수의 성과라고 간주하면, 그는 ALL-MLB 퍼스트 팀 선발투수에 선정될 자격이 있을까? 이를 확인해 보자.

2023년 그가 선발투수로 등판한 경기에서 타격 성적은 다음과 같다.

.372/.490/.731, 1.221 OPS, 7홈런, 15타점, 97타석

단순히 잘 치는 수준이 아니라, OPS 1.2라는 역대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다. 그렇다면 이를 모두 투수 성과로 환산하면 어떨까?

투수로 등판한 23경기에, 그는 타석에서 13.48의 RE24, 그리고 1.3 WPA를 기록했다. 투수로서 9이닝당 평균 3.14점을 허용했고, 그 경기에 경기당 기대득점을 무려 0.59점 더 높인 것이다. 타석에서 생산한 점수를 그의 ERA에서 ‘차감’하면, 그의 ERA는 2.55가 된다. 이는 100이닝 이상 투수를 기준으로 할때, 블레이크 스넬(2.25), 클레이튼 커쇼(2.46)에 이은 전체 3위의 성적이 된다.

타석에서 활약을 더한, 투수 오타니와 퍼스트 팀의 RE24와 WPA는 다음과 같다.

Name	RE24	WPA
Gerrit Cole	43.4	4.4
Zac Gallen	24.8	2.9
Blake Snell	43.1	4.0
Shohei Ohtani	33.1	3.3
Spencer Strider	15.7	1.8

오타니의 RE24는 33.1로 게릿 콜(43.4), 블레이크 스넬(43.1), 소니 그레이(37.1)에 이은 전체 4위이고, WPA는 3.3으로 게릿 콜(4.4)과 블레이크 스넬(4.0)에 이은 전체 3위이다. 겨우 23경기의 성과임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높은 것이다.

만약 ‘투수로 등판한 경기에 타석에서 잘 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능력’까지를 투수의 능력으로 넓게 해석한다면, 2023년 투수 오타니가 ALL-MLB 퍼스트 팀에 선정된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