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의 2021년과 21세기 최고의 전반기

오타니 쇼헤이의 2021년 전반기는 대단했다. 이와 관련하여, 21세기 최고의 전반기를 선정했다. 2001년부터이므로,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1999년과 2000년은 포함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WAR를 참고하되, 내가 주관적으로 정했다. 최신 편향이 있을 수 있으며, 선수별로 한 시즌만을 선택했다. 순위 선정에 있어서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10위: 애런 저지 (2017)

역사적인 애런 저지의 데뷔 시즌이다. 그는 전반기에 .329/.448/.691, 30홈런, 66 타점, 75득점, 198 wRC+, 5.6 WAR의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배럴 타구 비율이 25% 일 정도로 타격이 완벽했다. 루키 시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성적은 더욱 놀랍다. 다만, BABIP과 HR/FB이 각각 .426, .417으로 둘 다 높았다. 그의 전반기는 운이 많이 따른 것이다. 더욱이, WPA가 2.26에 불과하다. 뛰어난 성적을 감안하면 클러치 수치는 다소 아쉽다. 성적의 화려함만큼 실제 승리 기여도가 크진 않았다.

9위: 앨버트 푸홀스 (2009)

그의 완벽한 10년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전반기이다. 그는 전반기에 .332/.456/.723, 32홈런, 87타점, 73득점, 10도루, 194 wRC+, 5.3 WAR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7년 크리스 데이비스와 2021년 오타니 쇼헤이를 제외하면, 21세기 전반기에 그보다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없다. 그러면서 볼넷은 삼진보다 두 배 많았다. 2017년 저지와 달리 2009년 푸홀스 전반기는 BABIP과 HR/FB도 각각 .286, .280으로 높지 않았다. 그리고 WPA는 무려 5.01 이었다.

8위: 마이크 트라웃 (201X)

매년 트라웃의 전반기이다. 그의 연도별 전반기 성적은 다음과 같다. 2012년: 4.6(64경기), 2013년: 5.7(92경기), 2014년: 5.8(90경기), 2015년: 5.5(88경기), 2016년: 5.5(89경기), 2017년: 3.5(47경기), 2018년: 6.4(97경기), 2019년: 5.7(87경기), 2020년: 1.0(26경기), 2021년: 2.3(36경기). 경기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2012년, 2017년, 2020년, 2021년을 제외하면, 모두 5~6 WAR의 성적을 거두었다. 이 중에서 어떤 시즌이 가장 좋았는지 선정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다만, 경기 수가 적었던 2017년이 퀄리티 면에서 가장 뛰어났다. 그는 2017년 전반기 206 타석에서 .337/.461/.742, 16홈런, 10도루, 36타점, 36득점, 207 wRC+, 3.5 WAR의 성적을 기록했다. wRC+ 207은 그 해 저지(198)보다 더 높다. 만약 그가 풀시즌을 소화했다면, 2017년은 그의 커리어 하이 시즌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 전반기 WAR가 가장 높았던 시즌은 2018년이다. 그 해 트라웃은 .310/.454/.606, 25홈런, 15도루, 50타점, 71득점, 182 wRC+, 6.4 WAR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7위: 무키 베츠 (2018)

무키 베츠의 MVP 시즌이다. 그는 전반기 .359/.448 /.691, 23홈런 18도루, 51타점, 79득점, 199 wRC+, 6.7 WAR의 성적을 기록했다. 주루와 수비가 모두 뛰어난 선수가 이 정도 수준의 타격 성적을 기록한 시즌은 극히 드물다. 2018년 전반기에 트라웃보다 19경기 덜 뛰고도, 트라웃(6.4)보다 높은 WAR(6.7)를 기록했다. WPA도 4.33으로 가장 높았고, 트라웃(3.15)을 능가했다. 적어도, 성적으로는 트라웃을 이긴 시즌이다.

6위: 제이콥 디그롬 (2021)

0점대 ERA에 아쉽게 실패했다. 전반기 7승 2패, 1.08 ERA, 1.23 FIP, 146 K, 0.54 WHIP, 92이닝, 4.8 WAR를 기록했다. K%는 45.1%, BB%는 겨우 3.4%에 불과하다. K/BB 13.27이다. ERA-와 FIP-는 각각 28, 29이다. xFIP(1.62), SIERA(1.71)까지도 모두 1점대의 충격적인 전반기이다. 비율 성적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다만 92이닝에 그친 것이 아쉽다. RE24와 WPA는 각각 28.7, 2.8로 아주 높지는 않다. 전반기에 132.2이닝을 던지며, 15승 3패, 2.10 ERA, 1.48 FIP, 7.1 WAR의 성적을 기록한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1999년이나 144.2이닝, 9승 3패, 1.80 ERA, 2.39 FIP, 5.9 WAR의 2000년과 동급으로 간주되기는 어렵다.

5위: 미겔 카브레라 (2013)

카브레라의 두 번째 MVP 시즌이다. 본즈 정도를 제외한다면, 타격에 있어서 가장 완벽한 시즌이다. 전반기 .365/.458/.674, 30홈런, 95타점, 73득점, 207 wRC+, 6.4 WAR의 성적을 기록했다.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MVP를 수상했던 2012년보다도 더 뛰어났다. 전반기 wRC+ 207은 본즈의 2002년(234)과 2004년(233), 그리고 하퍼의 2015년(211), 호세 바티스타의 2011년(209)에 이은 5위이다. RE24와 WPA도 각각 55.93과 4.28로 역시 높았다.

4위: 클레이튼 커쇼 (2016)

커쇼의 커리어 최고 전반기이다. 전반기 11승 2패, 1.79 ERA, 1.67 FIP, 145K, 0.73 WHIP, 121이닝, 5.3 WAR의 성적을 기록했다. 3번의 9이닝 무실점 투구를 기록했고, 경기당 이닝은 7.6이닝이었다. 그러면서 10.79 K/9, 0.67 BB/9, 0.45 HR/9의 비율 스탯을 기록했다. K/BB가 무려 16.11이다. ERA-와 FIP-는 각각 45와 42이다.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 모두에서 가장 훌륭한 전반기였다. RE24와 WPA는 각각 32.83과 4.10이다.

3위: 브라이스 하퍼 (2015)

하퍼의 만장일치 MVP 시즌이다. 그는 전반기에 .339/.464/.704, 26홈런, 61타점, 59득점, 211 wRC+, 5.4 WAR를 기록했다. 211 wRC+는 본즈를 제외하면 가장 높다. 적어도 타격으로 최고의 시즌이다. 다만 WPA는 3.59로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고, WAR(5.4)는 그 해 트라웃(5.5)보다 낮았다.

2위: 오타니 쇼헤이 (2021)

전반기 지명타자로서 .279/.364/.698, 33홈런, 12도루, 70타점, 65득점, 180 wRC+, 4.0 WAR의 성적을, 그리고 ‘동시에’ 선발투수로서 4승 1패, 3.49 ERA, 3.57 FIP, 87K, 1.21 WHIP, 67이닝, 1.5 WAR의 성적을 기록했다. 리그 최고 수준의 뛰어난 지명타자와 3 WAR 페이스의 준수한 선발투수를 한 선수가 동시에 소화한 것이다. 타자로서 RE24 40.69, WPA 4.29, 투수로서 RE24 6.51, WPA 0.56를 기록했다. 단순히 흥미로운 수준이 넘어, 투타의 기여도를 더하면 압도적인 성적의 전반기이다.

1위: 배리 본즈 (2004)

배리 본즈의 2004년이다. 전반기 .365/.628 /.794, 23홈런, 48타점, 71득점, 233 wRC+, 6.3 WAR의 성적을 기록했다. 325 타석에서 71개의 고의사구를 포함해 총 131개의 볼넷을 얻었다. 사실상 투수들이 승부를 하지 않았다. 그를 제외하면 전반기 .500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한 타자는 없다. wRC+는 2004년(233)과 2002년(234)이 유사하지만, OPS는 2004년(1.421)이 2002년(1.342)보다 훨씬 더 높다. wOBA 및 wRC+가 고의사구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고의사구가 일반적인 선수들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4년은 평가가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시즌이다. K%와 BB%는 각각 5.8%, 40.3%이고, WPA는 7.1이다. 성적만을 볼 때, 당시 메이저리그의 수준은 그에게 너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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