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타자의 순위를 가리키는 말로, ‘추강대엽’이라는 말이 있다. ‘추신수 – 강정호 – 이대호 – 이승엽’을 의미하는 말이다. 특히, 상위 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추신수와 강정호가 앞에 놓여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이들은 KBO, NPB, MLB 등 서로 활약한 리그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KBO에서의 50 WAR가 MLB에서의 5 WAR보다 가치가 있을까? 혹시 이를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흔히, 각 리그 WAR를 가중 평균해서 계산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KBO, NPB, MLB WAR에 각각 1:2:3의 가중치를 곱해서 더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큰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메이저리그 600타석에서의 0 WAR는 KBO 수준에서는 큰 의미를 갖지만, 메이저리그 1타석에서의 0 WAR는 KBO에서도 별 의미가 없다. 반대로, KBO 1시즌에서 10 WAR는 NPB와 MLB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KBO 10시즌에서 10 WAR는 NPB와 MLB 수준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즉, 각 리그에서의 WAR와 플레잉 타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한 몇 가지 가정을 통해, KBO, NPB, MLB의 WAR를 비교하고, ‘추강대엽’ 순위를 다시 정해보자. 참고로, 이는 누가 더 뛰어난 타자인지를 비교하려는 것도 아니고, 다른 리그에서의 성적을 예측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서로 다른 리그에서의 WAR를 하나의 기준으로 맞춰서 비교하려는 것일 뿐이다.

먼저, 각 리그의 수준을 간단히 정의하자. 흔히, NPB는 평균적으로 대략 AAA 이상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즉, NPB는 평균적으로 AAA보다 높고 MLB보다 낮다. 이는 MLB의 대체 선수 수준과 대략 비슷하다. 한편, KBO는 평균적으로 AA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NPB의 대체 선수 수준과 대략 비슷하다. 따라서 편의를 위해 다음과 같이 간단히 가정하자.

• MLB의 대체 수준은 NPB의 평균 수준과 같다.
• NPB의 대체 수준은 KBO의 평균 수준과 같다.

물론 이는 정확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비교를 위한 최소한의 베이스 라인으로 생각하자. 추후 더 정확한 분석을 통해, 이 가정은 수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서로 다른 리그의 WAR를 비교할 수 있다. MLB WAR는 MLB 대체 수준 이상의 기여도를 의미하는데, 이는 NPB 평균 이상의 기여도와 같다. 따라서 NPB 평균과 NPB 대체 수준의 차이만큼을 더하면 MLB WAR는 NPB WAR로 환산이 된다. 마찬가지로, NPB WAR는 NPB 대체 수준 이상의 기여도를 의미하고, 이는 KBO 평균 이상의 기여도와 같다. 따라서 KBO 평균과 KBO 대체 수준의 차이만큼을 더하면 NPB WAR는 KBO WAR로 환산이 된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는 서로 다른 리그의 WAR를 KBO 대체 수준을 기준으로 비교할 수도 있고, 혹은 NPB나 MLB 대체 수준을 기준으로도 비교할 수 있다.

KBO WAR 기준으로 TWAR(Total WAR)를 계산하는 식은 다음과 같다.

KBO WAR + NPB WAR + MLB WAR + (3 × NPB PA + 5 × MLB PA)/600

즉, 세 리그에서의 WAR를 모두 더하고, NPB와 MLB 플레잉 타임에 따라 값을 보정한다. 600타석 기준으로 KBO 대체 수준과 평균은 대략 3승의 차이가 있고(스탯티즈 기준), NPB 대체 수준과 NPB 평균은 대략 2승의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했다. 즉, 상위 리그에서 많이 뛰었을수록 선수는 보상을 받는다. 이 값은 모든 WAR를 KBO 대체 수준으로 이상으로 환산했을 때의 WAR를 의미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추강대엽’ 순위와 보정된 각 리그에서의 WAR는 다음과 같다. 참고로, KBO WAR는 스탯티즈, NPB WAR는 NPB STATS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Rank	Name	KBO	NPB	MLB	TWAR
1	이승엽	72.08	30.45	0.00	102.53
2	추신수	8.23	0.00	93.64	101.87
3	이대호	61.38	29.72	0.00	91.10
4	강정호	36.03	0.00	14.37	50.40

KBO 대체 수준을 기준으로 하면, ‘엽추대강’이 된다. 추신수의 메이저리그 WAR가 무려 93.6으로 변환됐지만, 이승엽의 KBO와 NPB 커리어 누적이 워낙 좋기 때문에, 추신수의 TWAR를 근소하게 앞선다. 한편, 누적 성적이 부족한 강정호는 50.4로, 큰 차이로 가장 낮다.

이번엔 NPB 대체 수준을 기준으로 해보자. 이 경우엔 KBO 플레잉 타임이 많을수록 페널티를 받는다. KBO에서 평균 이하의 활약은 NPB 대체 수준 이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KBO WAR + NPB WAR + MLB WAR + (- 3 × KBO PA + 2 × MLB PA)/600

NPB 대체 수준을 기준으로 한 TWAR 순위는 다음과 같다.

Rank	Name	KBO	NPB	MLB	TWAR
1	추신수	0.53	0	57.86	58.38
2	이승엽	30.73	15.6	0	46.33
3	이대호	20.74	17.7	0	38.44
4	강정호	18.23	0	9.23	27.46

이번엔 ‘추엽대강’이 된다. 기준을 NPB로만 높여도, 추신수가 이승엽을 크게 앞선다. 또, 이대호와 강정호의 차이도 줄어들게 된다.

이번엔 기준을 메이저리그 대체 수준으로 해보자. 식은 다음과 같다.

KBO WAR + NPB WAR + MLB WAR + (- 5 × KBO PA – 2 × NPB PA)/600

메이저리그 대체 수준을 기준으로 한, TWAR 순위는 다음과 같다.

Rank	Name	KBO	NPB	MLB	TWAR
1	추신수	-4.61	0.00	34.00	29.39
2	강정호	6.36	0.00	5.80	12.16
4	이승엽	3.16	5.70	0.00	8.87
3	이대호	-6.35	9.69	0.00	3.34

이번엔 ‘추강엽대’가 된다. 이승엽의 72.08 KBO WAR는 MLB WAR로 겨우 3.16으로 변환된다. 반면, 강정호의 36.03 KBO WAR는 MLB WAR로 6.36으로 변환된다. KBO 성적조차도 메이저리그 대체 수준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강정호의 성적이 이승엽이나 이대호보다 더 좋다.

위에서 세 기준에 의한 ‘추강대엽’ 순위를 살펴봤다. 그러면 어떤 기준으로 비교를 하는 게 가장 좋을까? 그것은 본인이 비교하고 싶은 기준을 선택하면 된다. 다만, 나는 국내 최고의 선수들을 비교하려는 것인 만큼, 메이저리그 대체 수준을 기준으로 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에 의하면 ‘추강대엽’의 실제 순위는 ‘추강엽대’가 된다.

그러면, 다른 선수들은 어떨까? 혹시 ‘추강엽대’를 능가하는 다른 타자들이 있을까? 역대 메이저리그 기준 TWAR가 0 이상인 한국 타자들은 다음과 같다.

Rank	Name	KBO	NPB	MLB	TWAR
1	장훈	0.00	74.83	0.00	74.83
2	추신수	-4.61	0.00	34.00	29.39
3	이만수	23.34	0.00	0.00	23.34
4	최정	14.30	0.00	0.00	14.30
5	양준혁	13.83	0.00	0.00	13.83
6	강정호	6.36	0.00	5.80	12.16
7	김동주	11.42	0.00	0.00	11.42
8	이종범	10.07	1.03	0.00	11.09
9	양의지	10.68	0.00	0.00	10.68
10	장효조	9.98	0.00	0.00	9.98
11	김하성	0.68	0.00	8.60	9.28
12	이승엽	3.16	5.70	0.00	8.87
13	박경완	6.58	0.00	0.00	6.58
14	심정수	6.52	0.00	0.00	6.52
15	한대화	6.27	0.00	0.00	6.27
16	김동기	4.96	0.00	0.00	4.96
17	이정후	4.62	0.00	0.00	4.62
18	최지만	0.00	0.00	4.40	4.40
19	홍현우	4.30	0.00	0.00	4.30
20	이대호	-6.35	9.69	0.00	3.34
21	김기태	3.31	0.00	0.00	3.31
22	박석민	2.87	0.00	0.00	2.87
23	나성범	2.04	0.00	0.00	2.04
24	장종훈	1.26	0.00	0.00	1.26
25	박재홍	1.18	0.00	0.00	1.18
26	김태균	0.56	-0.44	0.00	0.11
27	박건우	0.09	0.00	0.00	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