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2014년 클레이튼 커쇼의 FIP

역사적인 시즌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커쇼는, 놀랍게도 올 시즌 ERA(1.70)와 FIP(1.86)가 모두 1점대이다. 투수가 두 스탯 모두에서 2.0 미만인 건, 1994-1995년 그랙 매덕스는 물론 1999-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조차 기록하지 못한 성적이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1999년에 2.0 이상의 ERA를, 2000년에는 2.0 미만의 FIP를 기록했으나, 두 지표 모두에서 한 시즌에 2.0 미만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2000년에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FIP는 2보다 꽤 높은 2.17이었다. 그렇다면 ’00 페드로보다 ’14 커쇼의 FIP 성적이 더 우수한 것일까?

FIP는 이전에 설명했듯이, “{(13xHR)+(3xBB)-(2xK)}/이닝+cFIP” 로 계산한다. 즉, 투수가 허용한 홈런, 볼넷, 삼진 등을 바탕으로 Raw FIP 값을 산출한 후에, 이를 리그 평균 ERA 스케일과 맞추기 위해 적당한 상수(cFIP)를 더해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홈런, 볼넷, 삼진은 당연히 투수 본인의 책임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cFIP는 투수 본인의 실력보다는 당시 리그 평균의 ERA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cFIP 산출 방식은 다음과 같다.

  • cFIP = 리그 ERA – { ( 13 x 리그 HR ) + ( 3 x 리그 BB ) – ( 2 x 리그 K ) } / ( 리그 이닝 )

리그 평균의 FIP가 정확히 ERA와 같아지도록 고안한 것이다. 따라서 cFIP는 당시 리그의 평균적인 투수들이 못했을 경우 (또는 반대로 타자들이 잘했을 경우), 오히려 상승하게 된다. 이 cFIP 값은 매년 ERA 스케일에 맞춰지므로, 다른 시대의 투수 성적을 비교하는데 있어서 FIP를 사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시대 차이가 감안된 조정 스탯인 FIP-나 또는 Raw FIP 스탯으로 비교해야만 한다. (Raw FIP는 Joe Posnanski가 사용한 표현이며, 여기서는 이를 그대로 인용했다.) Raw FIP는 cFIP 상수를 더해주지 않은 FIP 값을 의미하며,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 Raw FIP = { ( 13 x HR ) + ( 3 x BB ) – ( 2 x K ) } / 이닝

Raw FIP는 대략 평균적으로 1.0 근처이며, 이 값은 낮을수록 좋다. 매우 뛰어난 시즌의 경우 Raw FIP는 음수가 되기도 한다. 단순히 삼진을 많이 잡았냐, 또는 볼넷과 홈런을 적게 허용했냐를 비교하고 싶다면 FIP가 아닌 Raw FIP를 활용해야 한다. 그럼 ’00 페드로와 ’14 커쇼의 Raw FIP를 비교해보자.

’00 페드로는 11.78의 K/9, 1.33의 BB/9, 0.71의 HR/9를 기록했다. 반면 ’14 커쇼는 10.63의 K/9, 1.36의 BB/9, 0.44의 HR/9를 기록 중이다. 탈삼진과 볼넷 허용에 있어서는 ’00 페드로의 우위로 보이며, 홈런 허용에 있어서는 ’14 커쇼가 더 낫다. 그렇다면 Raw FIP를 살펴보면 어떨까? 계산해보면, ’00 페드로는 -0.96, ’14 커쇼는 -1.26의 값이 얻어진다. 현재 커쇼의 FIP는, 역대급 활약을 보인 ’00 페드로와 견주어봐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다. 이는 그의 홈런 허용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올 시즌 커쇼의 탈삼진, 볼넷 및 홈런 허용 비율 자체만을 봤을 때, ’00 페드로보다 더 우수하다고 보여진다. 그렇다고 그의 삼진 능력 및 볼넷/홈런 억제 능력이 ’00 페드로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실제로 당시 페드로가 상대했던 타자들은 삼진을 덜 당하고, 볼넷을 더 많이 얻어내며, 홈런을 “훨씬” 더 잘 쳤던 타자들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에 비해 2014년 타자들은 K/9가 훨씬 늘었고(6.53=>7.72), 반면 BB/9(3.80=>2.92)와 HR/9(1.18=>0.88)은 크게 줄었다. 거기에 커쇼는 투수에게 좀 더 유리한 구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를 고려하여 FIP-로 둘의 성적을 비교하면, ’00 페드로는 46, ’14 커쇼는 52이 얻어진다. 6포인트의 차이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00 페드로의 FIP가 좀 더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1990년 이후 단일시즌 FIP- 상위 랭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Rank Season Player FIP Raw FIP FIP-
1 1999 Pedro Martinez 1.39 -1.75 30
2 1995 Randy Johnson 2.08 -1.04 45
3 2000 Pedro Martinez 2.17 -0.96 46
4 2001 Randy Johnson 2.13 -0.95 46
5 2004 Randy Johnson 2.3 -0.76 48
6 2003 Pedro Martinez 2.21 -0.82 49
7 1997 Roger Clemens 2.25 -0.87 50
8 2002 Pedro Martinez 2.24 -0.74 51
9 2014 Clayton Kershaw 1.86 -1.26 52
10 2000 Randy Johnson 2.53 -0.61 52
11 1995 Greg Maddux 2.26 -0.89 53
12 2009 Zack Greinke 2.33 -0.77 53
13 1990 Roger Clemens 2.18 -0.67 53
14 1998 Kevin Brown 2.23 -0.95 54
15 2002 Curt Schilling 2.4 -0.58 54
16 1994 Greg Maddux 2.39 -0.78 55
17 2013 Matt Harvey 2.00 -1.06 56
18 2011 Roy Halladay 2.2 -0.88 56
19 1997 Pedro Martinez 2.39 -0.78 56
20 2009 Tim Lincecum 2.34 -0.78 56

’99 페드로의 FIP-는 굉장히 압도적인 차이로 전체 1위이다. 2위에 해당하는 ’95 랜디 존슨과의 FIP- 간격(15포인트)은, 2위와 28위와의 간격과 같다. ’00 페드로는 46의 FIP-로 전체 3위에 해당하며, ’14 커쇼는 전체 9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는, ’00 존슨, ’95 매덕스, ’09 그레인키 등과 유사한 수준의, 충분히 훌륭한 시즌이라 볼 수 있다. 거기다 Raw FIP 자체의 절대적인 수치만을 봤을 때 커쇼의 -1.26은 ’99 페드로에 이은 전체 2위이다. 절대적인 수치로만 보면 “엄청나게” 훌륭한 것이다.

물론 리그 평균 FIP로 단순하게 나눠서 계산한 FIP-가 정확하게 그 가치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 가치를 반영하려면 mERA+ 스탯과 같이, 득점 분포를 고려하여 승리 확률을 계산해야 할 것이다. 이를 mFIP+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계산의 단순함을 고려했을 때, FIP 값의 우수성을 비교하기에 FIP-는 매우 유용하다. 현재 커쇼의 FIP는 ’00 페드로만큼은 아니지만, ’02 페드로만큼은 우수하다고 보여진다. (참고로 ’02 페드로는 당시 20승/4패 2.26 ERA, 239 K, 그리고 7.8 fWAR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 시즌 커쇼가 던질 이닝과 유사한 수준인 199.1이닝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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