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최고의 클러치 타자는?

클러치 히터란, 반드시 잡아야할 찬스 또는 경기 상황이 뒤바뀌는 중요한 순간에 한 방 해결을 해주는 타자이다. 그럼 타자의 클러치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스탯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타점이 있다. 타점은 타석에서 타자의 플레이로 인해서 얻어진 득점값을 의미한다 (병살타는 제외). 팀의 승리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에 있는 스탯이므로, 클리치 능력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러나 타점은,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선행 주자의 출루여부에 의해 매우 큰 영향을 받는 스탯이어서, 이것으로 개인의 클러치 능력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WPA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WPA를 통해 그가 타석에서 팀의 기대 승률을 얼마나 증가시켰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WPA도 타점과 마찬가지로, 팀의 기대 승률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상황을 자주 맞이하는 타자에게 유리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그 타자가 맞이한 상황의 중요도, 즉 Leaverage Index(LI)를 고려해야 한다.

LI는 Tom Tango에 의해 고안된 개념으로, 타자가 들어선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기대 승률의 변화값을 나타낸다. 따라서 값이 높을수록 팀 기대 승률이 크게 변할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고, 반대로 값이 낮으면 덜 중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값은 평균값을 1로 조정해서 사용한다. 즉, LI가 1보다 크면 평균적인 상황보다 더 중요한 것이고, 1보다 작으면 평균적인 상황보다 덜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1회초 노아웃에 동점이고 주자가 없는 상황은 LI가 0.9으로 거의 평균적인 중요도(예상되는 기대 승률의 변화값)를 가진 상황이고, 반대로 9회말 2아웃에 주자 만루이고 팀이 한 점 뒤지고 있는 상황은 LI가 10.9로 매우 중요한 상황이 된다. (각 상황에 따른 LI값은 Tom Tango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타자의 WPA를 매번 그 상황의 LI로 나눠서 계산해주면, 앞서 언급한 각 타자의 기회의 불평등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다. 이러한 스탯을 WPA/LI 라고 부르며 계산은 아래와 같이 한다.

  • WPA/LI = WPA / ( 타자 모든 타석의 LI )

그럼 WPA/LI로 타자의 클러치 능력을 판단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WPA/LI는 상황 중립적인 스탯이므로, 그냥 잘하는 타자가 높은 값을 기록하게 된다. 클러치 능력을 판단하려면, 중립적인 상황에 있을 때 그의 성적보다, 중요도가 높을 때 그의 성적이 얼마나 더 좋은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클러치 능력은 아래와 같이 계산한다.

  • Clutch = ( WPA / aLI ) – WPA/LI

여기서 aLI란, 그가 플레이한 경기에서의 평균적인 LI를 의미한다. WPA / aLI 와 상황 중립적 스탯인 WPA/LI 와의 차이를 확인함으로써, 해당 타자가 (본인의 실력에 비해서) 중요한 순간에 얼마나 더 잘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클러치가 1보다 크면 훌륭한 수준이며, 2보다 크면 리그 최고 수준이다. 스탯 정의에 의해서 평균은 0에 수렴한다. 그럼 이를 바탕으로 2013년 클러치 순위를 살펴보자.

1. 카를로스 산타나: 2.02
2. 아드리안 곤잘레스: 1.93
3. 폴 골드슈미트: 1.77
4. 크리스 데이비스: 1.77
5. 브라이언 도지어: 1.70
6. 라이언 짐머맨: 1.56
7. 카일 시거: 1.54
8. 프레디 프리먼: 1.43
9. 마이클 브랜틀리: 1.42
10. 에릭 호스머:  1.42

카를로스 산타나가 2.02의 클러치 수치로 가장 높았다. 그는 실제로 WPA도 4.22나 되어 (본인의 성적에 비해서) 중요한 순간에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이치로는 1.36으로 11위에 랭크되었으며, 추신수는 0.43, 미겔 카브레라는 -0.06을 기록했다. 반면 조이 보토(-2.38)와 마이크 트라웃(-2.51)은 헌터 펜스(-2.56)에 이어서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3년 조이 보토의 낮은 타점(73)의 원인이 단순히 그의 불운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참고로, 2001년 이후 단일시즌 클러치 스탯 상위 10인의 기록을 살펴보자.

1. 데이빗 오티즈 (2005년): 3.31
2. 앨버트 푸홀스 (2006년): 3.30
3. 미겔 테하다 (2002년): 2.78
4. 라이언 하워드 (2009년): 2.74
5. 바비 아브레유 (2011년): 2.70
6. 라이언 짐머맨 (2006년): 2.67
7. 제이 페이튼 (2006년): 2.55
8. 블라드미르 게레로 (2007년): 2.53
9. 오를란도 카브레라 (2001년): 2.52
10. 프랭클린 거티에레즈 (2009년): 2.44

역시 Mr. Clutch인 데이빗 오티즈가 2001년 이후 단일시즌으로는 가장 높은 클러치 수치를 기록했다. 그와 푸홀스는 3.3 이상의 클러치를 기록해, 3위의 테하다(2.78)를 크게 앞선다. 클러치 타자로 너무나 잘 알려져있는 오티즈와 푸홀스 두 선수는 그러한 우리의 인식이 오류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클러치 능력은, 대부분 커리어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크게 의미가 없으며 결국 각자 자신의 실력으로 성적이 수렴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샘플 수가 많아질 수록 통산 클러치 수치는 0으로 수렴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부 선수들의 경우에는 장기간에 걸쳐 높은 클러치 능력을 유지했던 선수가 있다. 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클러치 타자라고 불리울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2001년 이후 누적 클러치 상위 10인이다.

1. 스즈키 이치로: 6.44
2. 랜디 윈: 6.35
3. 자크 존스: 5.71
4. 후안 피에르: 5.06
5. 라이언 짐머맨: 4.83
6. 바비 아브레유: 4.32
7. 카를로스 델가도: 4.21
8. 마이클 본: 4.20
9. 마커스 자일스: 4.17
10. 라이언 하워드: 4.10

이치로가 이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실제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9년 연속 플러스의 클러치 시즌을 보여줬다. 그의 커리어 전체 타격 성적도 뛰어나지만, 실제로 중요한 상황에서는 더욱 위력적이었음을 의미한다. 그가 10년동안 얻은 평균 15개의 고의사구는, 단순히 그가 시애틀 매리너스라는 약체에서 뛰었기 때문에 얻어진 것만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반면 데이빗 오티즈는 2001년 이후 겨우 총합 1.02의 클러치를 기록했다. 2005년(3.31)과 2006년(1.50)을 제외하고는 1.0 이상의 클러치 시즌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2000년대 최고의 클러치 타자는 데이빗 오티즈보다는 이치로에게 더 어울리는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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