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의 타격은 영양가가 없다?

이치로의 안타는 대부분이 단타이기 때문에, 그가 찬스에 얼마나 강한 선수인지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2002, 2004, 2009년에 리그 고의사구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득점권 찬스에서 상대편 투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가 타석에서 팀의 승률을 얼마나 증가시켰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WPA(Win Probability Added)라는 스탯을 살펴보자.

WPA는, (타자의 경우) 타석에서 그의 플레이로 인해, 해당 경기에서의 팀 승률 변화의 누적값을 의미한다.

쉽게 예를 들면, 2:2 동점에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현재 우리팀의 승률이 편의상 0.5라고 가정하자 (실제로는 0.532). 이 때 타자가 홈런을 치게 되면 팀은 3:2로 무조건 이기게 된다. 즉, 팀의 승률이 0.5에서 1.0으로 상승하여 해당 타자는 +0.5 WPA를 획득한다. 반대로 타자가 삼진아웃을 당하여 2:2 동점 상황에 10회초로 넘어가게 되면, 정확하게는 0.532였던 팀승률이 0.5로 감소하게 되므로 타자는 -0.032 WPA를 획득한다. 이 값이 한시즌동안 누적되면, 그것이 그 해 그 선수의 WPA값이 된다. (상황에 따른 팀의 승리 기대치값은 Tango의 블로그에 정리되어 있다.)

따라서 한 선수의 WPA 스탯을 살펴보면 그가 팀 승리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럼 이치로의 경우를 살펴보자.

WPA

2010까지 평균 2.2를 기록하였고, 3.0을 넘긴 해가 3회이다.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 평균 WPA는 1.0 정도이며, 보통 3.0 이상이면 훌륭한 시즌으로 간주된다. 더욱이, 이치로의 WPA를 평가할 때는 그가 팀의 1번타자라는 점과, 시애틀 매리너스와 같이 약체 팀 소속이라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경우에는 WPA를 높일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많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이러한 부분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Leverage Index를 참고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겠다.)

결국, 이치로는 장타를 많이 생산하거나 득점권 상황을 많이 맞이하는 유형의 타자는 아니지만, 찬스 상황에 강해서 팀 승리에 실제로 많이 기여하는 타자이다. 특히, 2009년에 기록한 WPA 4.33은 아메리칸리그 1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참고로, WPA는 팀 승리의 공헌도를 평가하는데 매우 적합한 스탯이지만, 예측성은 떨어지고 상황에 크게 좌우받는 스탯이다. MVP 선정 시에는 참고할 만하지만 우수한 선수를 평가하는 것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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