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전성기는 언제인가?

이전에 타자의 전성기가 언제인지 확인했다. 타자들의 wRC+는 20살부터 25살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그 이후부터 감소한다. 만 30살 이후부터는 하락세가 급격히 심해진다. 그렇다면 투수의 전성기는 언제일까? 타자들처럼 20대 중반일까? 이번엔 투수의 노화 곡선(aging curve)을 확인해보자.

메이저리그 1920~2019년 투수들의 ERA- 성적을 기준으로 이를 확인해보자. ERA-는 투수의 평균자책점(ERA)을 파크팩터와 리그평균으로 조정한 값이다. 값은 낮을수록 좋다.

타자와 마찬가지로 연령별 ERA- 평균값을 확인하면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 문제가 발생한다. 즉, 19~22살 평균 ERA-는 어릴때부터 성적이 좋았던 엘리트들이 주로 대상이 되고, 반면 39~42살 평균 ERA-는 노화가 천천히 진행된 특수한 선수들만이 대상이 된다. 이렇게 되면 연령별로 전혀 다른 성향의 선수들이 분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연령별 ERA-의 평균을 구하는 대신, 나이가 한살씩 증가할 때마다 ERA-의 평균 변화값을 측정한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 19살에서 20살로 증가할 때, 해당 선수들의 ERA- 평균 변화값을 확인한다.
  • 20살에서 21살로 증가할 때, 해당 선수들의 ERA- 평균 변화값을 확인한다.
  •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계속 나이별로 선수들의 ERA- 평균 변화값을 확인한다.
  • 각 나이별 ERA- 평균 변화값을 누적하여 더한다.

이어지는 두 시즌에서 모두 50이닝 이상을 기록한 투수를 대상으로 했으며, 편향을 줄이기 위해 이닝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각 연령별 동일한 선수들의 성적 변화로, 노화 곡선을 비교적 정확히 추적할 수 있다. 얻어진 노화 곡선(aging curve)는 다음과 같다.

결과는 놀랍다. 위 분석에 의하면, 투수들의 전성기는 따로 없다. 만 20살부터 만 40살까지 ERA-는 계속 증가한다. 1년마다 약 3.5 포인트씩 꾸준히 증가한다. 특별히 노화가 더 심해지는 시점도 없다. 만 28살 시즌은 만 20살 시즌보다 평균 ERA-가 약 20포인트 더 높다. 또, 만 39살 시즌은 만 20살 시즌보다 평균 ERA-가 무려 70포인트 더 높다.

평균적으로 투수들은 나이가 들수록 실력이 계속 저하된다. 어쩌면 투수가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기다리기 보다, 뛰어난 어린 투수를 빨리 찾는 것이 더 중요할수 있겠다. 혹은, 오히려 그 반대일수 있다. 어렸을때부터 일찍 활약한 투수는 그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저하가 크고,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 메이저리그 데뷔시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투수의 기량은 계속 저하된다.

물론, 이 분석 역시 한계점이 있다. 여기에선 시즌별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를 대상으로 했는데, 여기에는 약간의 편향이 있다. 50이닝 이상을 소화하려면 어느정도는 실력 또는 운이 좋았던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또, 과거와 현대에 노화 곡선의 차이 또는 선발투수와 구원투수의 차이가 있을수 있다. 이 결과는 이 모두를 평균한 것임을 감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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