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2번 타순의 중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한 결과, 마이크 트라웃과 같이 매우 뛰어난 타자는 일반적으로 2번 타순에 있을 때 가장 팀의 기대 득점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2번 타순은 게임당 맞이하는 타석 수가 많을 뿐 아니라, 1번 타순보다 주자가 있는 상황을 훨씬 더 많이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엔 얼마나 타격이 뛰어난 타자들이 2번 타순으로 기용될까? 얼마 전 팬그래프닷컴에 이와 관련한 hscer의 칼럼이 소개됐다. 그는 3번 타자와 2번 타자 간 wRC+ 차이가 점점 감소하고 있음을 근거로, 두 타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의 분석 내용을 좀 더 확대해서 1~4번 타순에 대해서 모두 확인해보도록 하자.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리그 전체 1~4번 타자들의 wRC+ 변화는 다음과 같다.
그래프가 보여주는 트렌드는 확연하다. 1, 2번 타자들의 타격 생산력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반면 4번 타자들의 생산력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02년 4번 타자들의 타격 위상은 3번 타자들과 거의 동등하였으나(wRC+=128), 2009년부터는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모습이다. 반대로 2번 타자들의 타격 생산력은 리그 평균 수준에 불과하였으나, 2013년부터는 wRC+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최근 마이크 트라웃, 조이 보토 등 뛰어난 타자들이 2번 타순에 배치되면서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성적의 변화를 봤을 때, 1~4번 타순에 대한 최근 감독들의 인식이 매우 크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조만간 2번 타자들의 평균 성적이 4번 타자들을 넘어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