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선구안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2)

얼마 전 타자의 선구안을 측정하는 스탯을 제안했다. Z-Swing%과 O-Swing% 만으로 간단히 계산이 가능한 스탯이었다. 이에 대해 H2러브 님은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 선구안 보다는 Patience%라는 명칭을 사용하자는 의견을 주셨다. 해당 스탯으로 타자의 선구안 전체를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다만 타자의 인내심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설명해주기 때문에 Patience%라는 명칭도 바람직한 것 같다. (앞으로는 이 표현을 쓰겠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좀 더 객관적으로 타자의 선구안을 측정하는 스탯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만 위의 Patience% 스탯과는 달리, 계산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세이버메트리션 Russel Carleton이 신호탐지이론(signal detection theory)을 응용해서 고안한 스탯이며, 그 이름은 바로 민감도(sensitivity)와 반응 기준(response bias)이다.

신호탐지이론을 알고 있으면, 본 스탯에 대한 이해가 쉽다. (이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위키피디아 참고) 일단, 신호가 실제로 있을 경우에, 신호가 있다고 탐지하면 ‘Hit’, 없다고 탐지하면 ‘Miss’이다. 반대로 신호가 실제로 없을 경우에, 신호가 없다고 탐지하면 ‘Correct rejection’, 있다고 탐지하면 ‘False alarm’가 된다. 그리고 이 네 종류 이벤트의 분포를 바탕으로, 우리는 탐지자의 민감도와 경향성을 알아낼 수 있다. (신호탐지이론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글의 목적은 아니므로 여기서 줄인다.)

출처: NYU David 교수 연구실 홈페이지(http://www.cns.nyu.edu/~david/)
출처: NYU David 교수 연구실 홈페이지(http://www.cns.nyu.edu/~david/) 출처: http://www.cns.nyu.edu/~david/

유사하게, 이 이론을 타석에 있는 타자에게도 적용시킬 수 있다. 실제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왔을 때, 방망이를 휘두르면 ‘Hit’, 휘두르지 않으면 ‘Miss’이다. 반대로,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서 왔을 때,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으면 ‘Correct rejection’, 헛스윙하면 ‘False alarm’이 된다. (여기서 방망이를 휘둘러서 공을 맞힌 경우는 제외한다. 왜냐하면 본인이 그 공을 맞힐 수 있을거라 판단했으며, 실제 그 판단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를 바탕으로 타자의 민감도와 반응 기준을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스트라이크와 볼이라는 두 표준정규분포가 있다고 가정할 때, z-value를 이용해서 아래와 같이 구할 수 있다. 

  • 민감도 = z(Hit) – z(False alarm)
  • 반응 기준 = – ( z(Hit) + z(False alarm) ) / 2
  • Hit = Z-Swing / ( Z-Swing + Z-Miss )
  • False alarm = O-Miss / ( O-take + O-Miss )

즉, 스트라이크에 대해서 스윙을 많이 하고 볼에 대해서 헛스윙을 적게 하면, 타자의 민감도는 증가한다. 이것은 정확히 스트라이크/볼 판단 능력이라고 볼 수 있으며, 둘의 구분을 확실히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감도가 1에 가까울수록 (혹은 1보다 클 수도 있음) 스트라이크/볼 구분 능력이 뛰어난 것이며, 민감도가 0인 경우는 스트라이크/볼의 구분을 전혀 못하는 수준인 것이다. 한편, 반응 기준은 공에 대해서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경향성을 보여준다. 이 값이 0보다 크면 타자는 반응 기준이 높아, 보수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을 뜻하며, 반대로 0보다 작으면 타자의 반응 기준이 낮아,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는 것을 뜻한다.

이제 2013년 선수들의 민감도와 반응 기준을 살펴보자. 아래는 2013년 민감도 상위 10인이다. 참고로, 이해하기 쉽도록 리그 평균을 100으로 조정하였다.

[2013년 Sensitivity+]
1. 마르코 스쿠타로: 169
2. 마이클 브랜틀리: 144
3. 아오키 노리치카: 144
4. 데나드 스팬: 143
5. 마틴 프라도: 142
6. 이안 킨슬러: 141
7. 알베르토 칼라스포: 138
8. 맷 카펜터: 137
9. 다윈 바니: 133
10. 빅터 마르티네즈: 130

스컬타로는 Z-Contact% 및 O-Contact%이 무려 97.6%과 89.9%에 달하는 반면, O-Swing%은 겨우 20.1%에 불과하다. 그만큼 본인이 칠 수 있을 공이라고 판단한 것은 확실하게 쳤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공은 거의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리그 평균보다 69% 더 뛰어난 스트라이크/볼 판단 능력을 2013년에 보였다. 그 외 주요 선수들의 민감도를 살펴보면,

더스틴 페드로이아: 128
자코비 엘스버리: 126
버스터 포지: 125
엘비스 앤드루스: 123
로빈슨 카노: 119
조 마우어: 117
체이스 어틀리: 116
야디어 몰리나: 114
마이크 트라웃: 113
이치로 스즈키: 113
조이 보토: 112
추신수: 109
데이빗 오티즈: 105
앤드류 맥커친: 103
폴 골드슈미트: 103
미겔 카브레라: 99
브랜던 필립스: 94
아담 던: 88
크리스 데이비스: 77
조쉬 해밀턴: 74

이번에는 2013년 선수들의 반응 기준을 살펴보자. 반응 기준이 높을수록 타석에서 좀 더 신중하게 스윙한다는 것을, 낮을수록 적극적으로 스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는 반응 기준이 낮은 순서이다. 즉,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는 순서대로이다. (리그 평균값이 음수이므로, 값을 따로 조정하지는 않았다.)

[2013년 Response bias]
1. 크리스 존슨: -0.24
2. 호세 알투베: -0.23
3. A.J. 피어진스키: -0.23
4. 제러드 파라: -0.20
5. 알폰소 소리아노: -0.20
6. 브랜던 필립스: -0.19
7. 알렉세이 라미레즈: -0.18
8. 말론 비드: -0.18
9. 에릭 아이바: -0.18
10. 하위 켄드릭: -0.18

크리스 존슨이 -0.24로 반응 기준이 가장 낮았다. 그만큼, 볼에 대해서 헛스윙을 많이 했지만, 루킹 스트라이크는 적게 당할 수 있었다. 그 외 주요 선수들의 반응 기준을 살펴보자.

로빈슨 카노: -0.14
조쉬 해밀턴: -0.14
맷 카펜터: -0.07
자코비 엘스버리: -0.07
미겔 카브레라: -0.06
크리스 데이비스: -0.05
야디어 몰리나: -0.04
스즈키 이치로: -0.03
프린스 필더: -0.00
데이빗 오티즈: 0.00
마이크 트라웃: 0.03
더스틴 페드로이아: 0.03
추신수: 0.04
버스터 포지: 0.05
아담 던: 0.09
조 마우어: 0.09
조이 보토: 0.11

어떻게 보면, 필더와 오티즈가 가장 이상적인 반응 기준(~0.00)을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루킹 삼진과 볼에 대한 헛스윙,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치로는 의외로 반응 기준이 리그 평균 수준을 기록했다. 즉, 스트라이크를 놓치는 것과 볼에 대해 헛스윙을 하는 것의 비율이 리그 평균 수준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역시 조이 보토는 0.11의 매우 높은 수준의 반응 기준을 보였는데, 타석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데 실제로 인색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타자의 선구안과 관련된 스탯인, 민감도와 반응 기준을 살펴봤다. 참고로 이 두 스탯은 타자의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지, ‘실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 민감도가 높은 타자는 오류(‘Miss’ 또는 ‘False alarm’)를 더 적게 범하는 대신에, 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놓치게 된다. 반면 반응 기준이 낮은 타자는 루킹 스트라이크(‘Miss’)는 적을지 몰라도, 볼에 대한 헛스윙(‘False alarm’)은 늘어나게 된다. 참고로, 민감도는 Contact%과 상관계수가 무려 .93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선구안과 컨택 능력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대략적으로 Contact%만으로도 선수의 선구안을 어느정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타자의 반응 기준은 O-Swing%과 .68, Patience%와는 -.64의 상관계수를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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