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가 기록할 수 있는 최고의 성적은?

타자가 기록할 수 있는 최고의 성적은 무엇일까? 4할 타율에 50홈런과 150타점? 아니면 1.100 OPS에 10.0 WAR? 만약 타석에서 100% 홈런을 칠 수 있을거라고 기대되는 타자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렇다면 투수는 결코 그를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 즉, 그는 100% 고의사구로 인해 출루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의 시즌 성적은 타율/출루율/장타율 .000/1.000/.000 되고, 0 홈런 600 고의사구에 그치고 말 것이다. 승부를 할 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투수의 몫이므로, 타자는 잘 해도 적당한 수준에서 잘 해야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타자가 기록할 수 있는 최고의 성적은 어느정도일까?

최고 타자가 치는 안타는 모두 홈런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편의 상 타자가 홈런을 못 쳤을 경우에는 무조건 삼진 아웃을 당한다고 하자. 홈런을 너무 잘치면 투수가 그를 상대하지 않을 것이므로, 적당히 잘 쳐야한다. 그 적당함이란 어느정도일까? 투수가 그 타자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것이, 그를 상대하는 것보다 불리하다고 느끼는 수준까지일 것이다. 따라서 타석 당 타자를 상대했을 때의 기대 득점값과, 고의사구로 그를 내보냈을 때의 기대 득점값을 비교해보면 된다.

고의사구의 가치는 볼넷의 가치와 동일하다고 가정하자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는 거의 유사할 것이다). 볼넷의 가치는 wBB (타석 당 아웃 대비 볼넷의 기대 득점값) 값을 확인하면 되는데, 2013년 기준으로 0.69 다. 반면 홈런의 가치를 의미하는 wHR는 2.101이다. 만약 어떤 뛰어난 타자가 세 타석에서 한 번 꼴로 홈런을 칠 수 있다고 가정하면, 그의 타석 당 아웃 대비 기대 득점값은 2.101/3=0.70 이다. 이는 앞의 고의사구의 가치와 크게 차이가 없으므로, 투수 입장에서는 고의사구를 줘서 타자를 내보내거나, 그와 승부를 해서 홈런의 위험을 감수하거나 거의 차이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도 수준의 타자를 상대로, 한 시즌에 모든 투수가 승부를 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그 타자의 성적이 (얼추 WAR 관점에서) 타자가 기록할 수 있는 최고의 성적과 유사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계산한 타자의 성적은 다음과 같다.

타율/출루율/장타율/OPS: .333/.333/1.333/1.666, 홈런: 200, wOBA: 0.894, wRC+: 515, WAR: 27.5 (지명타자 가정)

아무리 타자가 뛰어나도 위의 성적을 뛰어넘는 기록은 나오지 못할 것이다. 특히, 100%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약물을 과다 복용하더라도) 사실상 200개의 홈런이 메이저리그에서의 한계점이 될 것이다. 참고로, 위의 성적은 타자의 안타가 모두 홈런이 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실제로 홈런 대신에 단타, 2루타, 3루타가 많이 늘어난다면, 위의 성적에서 타율 및 출루율은 증가할 것이고, 홈런 및 장타율은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wOBA 및 WAR 관점에서 성적은 위의 기록과 비슷할 것이다. 참고로 2001년 이후 배리 본즈의 wOBA는 겨우(?) .503~.544 수준이었다. 아직 우리는 한계에 도달하려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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